양동근은 마치 우리고 우려낼수록 더 진한 육수가 나오는 사골 같은 존재다. ⓒ 울산 모비스
'작은 거인' 양동근(34·울산 모비스)의 한계는 어디일까.
양동근의 활약을 앞세운 모비스가 1일 창원실내체육관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창원 LG를 85-77로 격파했다. 모비스는 17승 4패로 2위 서울SK와의 격차를 1.5경기로 늘린 반면 LG는 8승13패로 7위에 머물렀다.
양동근은 이날 24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양동근의 올 시즌 1경기 최다득점이었다. 가드로서 공격 욕심을 자제하지만, 최근 주포 문태영이 발목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며 양동근이 해결해야 할 비중이 커졌다.
LG전에서도 양동근의 활약은 승부처에서 빛을 발했다.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의 쌍포를 앞세운 LG의 추격에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지만, 3·4쿼터 고비마다 터진 양동근의 득점포에 힘입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특유의 수비력으로 상대 가드진을 꽁꽁 묶는가하면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하며 공수 양면에서 알토란같은 공헌도를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양동근의 강철 같은 내구력과 꾸준함이다. 양동근은 올해 팀이 치른 21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34분 19초를 소화하며 팀 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양동근의 통산 커리어에서 2010-11시즌(35분 31초) 이후 두 번째로 높은 평균 출전시간이다. 양동근이 올 시즌 30분 이하로 뛴 것은 단 2경기에 불과하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베테랑인 데다 비시즌 국가대표 차출로 휴식기도 전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초인 같은 체력이 아닐 수 없다. 가끔 농담처럼 '늙었다'고 엄살을 부리지만 그렇게 뛰어다니고도 아직까지 별다른 부상이나 기량의 하락세도 보이지 않는다.
11.3득점 5.6 어시스트 2.7리바운드 1.6스틸의 기록은 팀 성적까지 감안할 때 올 시즌 다시 한 번 MVP 후보로 거론되기에 손색이 없다. 모비스에게 양동근은 마치 우리고 우려낼수록 더 진한 육수가 나오는 사골 같은 존재다.
양동근은 이상민, 김승현, 신기성 등 역대 프로농구를 풍미한 올스타급 가드들에 비해 재능이나 스타성에 대해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30대를 넘겨 부상과 노쇠화로 서서히 하락세를 기록하던 시점에도 양동근은 여전히 KBL 최정상의 선수로 건재하다.
우승이나 MVP 경력 등을 놓고 보면 이미 선배들의 아성을 뛰어넘은 KBL 역대 넘버1 선수에 꼽아도 손색없을 정도의 위상에 이르렀다.
프로무대의 업적에 비해 2% 아쉬웠던 국가대표 경력도 지난 2014 농구월드컵 출전과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화룡점정을 이뤘다. 데뷔 이래 한 번의 이적도 없이 모비스에서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김주성(동부)과 함께 보기 드문 프랜차이즈 스타의 모범사례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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