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젊은 강타자에게 13년간 3억 2500만 달러라는 매머드급 계약을 선사했다. ⓒ 게티이미지
최근 메이저리그 최고의 화제거리는 지안카를로 스탠튼(25·마이애미 말린스)의 블록버스터급 장기계약이다.
마이애미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젊은 강타자에게 13년간 3억 2500만 달러라는 매머드급 계약을 선사했다.
이 계약은 두 가지 면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총액 기준으로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고 신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7년 12월, 알렉스 로드리게스(39)가 뉴욕 양키스와 체결한 10년간 2억 7500만 달러의 역대 기록을 7년 만에 경신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돈 안쓰기로 유명한 마이애미라는 점이다. 2014시즌 팀 전체 페이롤이 4644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29위였던 팀이 역대 최고액 선수를 보유하게 됐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하지만 스탠튼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몸값의 선수가 됐다고 말할 순 없다. 총액 기준으론 역대 최고 규모지만, 연평균으로 따지면 역대 공동 6위다. 평균 금액만 따지면 14년 전 로드리게스가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할 당시에 기록했던 2520만 달러에도 못 미친다.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연평균 300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받는 선수가 둘이나 존재한다. 현역 최고의 타자와 투수가 그 활약상에 어울리는 대우를 받고 있다. 미겔 카브레라(31·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클레이튼 커쇼(26·LA 다저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다저스는 지난 1월 커쇼와 7년간 2억 1500만 달러의 장기계약에 합의했다. 로드리게스의 기록을 넘어 역사상 처음으로 연평균 3000만 달러 이상의 초대형 계약이 성사된 것. 커쇼는 올 시즌에도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과 MVP를 독식했다.
커쇼가 최고 몸값 선수의 자리에 있던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두 달 후 디트로이트와 카브레라가 8년간 2억 4800만 달러의 연장계약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미 2015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었던 카브레라는 이 계약을 통해 2023년까지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게 됐다.
카브레라는 양대리그 통틀어 45년 만에 타자 부문 트리플 크라운(홈런, 타점, 타율)을 달성한 당대 최고의 강타자고, 커쇼는 내셔널리그 투수로는 46년 만에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석권한 특급 에이스다. 연평균 금액은 카브레라가 아주 조금 더 많지만, 커쇼의 경우 FA 자격을 얻기도 전에 체결한 계약이었다는 점에서 체감상 규모는 더 크게 느껴진다.
이처럼 14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 속에는 항상 당대 최고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존재했고, 그 기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꾸준히 경신되어 왔다. 카브레라나 커쇼처럼 최고의 기량을 인정받으며 연봉의 신기원을 개척한 선수들은 또 누가 있을까.
미국의 스포츠 전문사이트 'SI.com'에서는 메이저리그의 기념비적인 계약(Baseball's Milestone Contracts)을 소개하고 있다.
사상 첫 1만 달러의 사나이 '호너스 와그너'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연봉 1만 달러를 받은 선수는 호너스 와그너다.
8번의 타격왕과 5번의 타점왕에 빛나는 와그너는 ‘역대 최고의 유격수’로 인정받는 선수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최초의 5인(타이 콥, 베이브 루스, 월터 존슨, 크리스 매튜슨)’ 가운데 한 명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와그너는 1908시즌 개막 전 1만 달러에 연봉계약을 했고, 1917시즌 후 은퇴할 때까지 매년 같은 금액을 받았다. 당시 미국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은 807달러였다.
와그너가 은퇴한 후 리그 최고의 선수로 떠오른 베이브 루스는 1922년 3월 뉴욕 양키스로부터 5만2000 달러의 연봉을 받기로 해 5만 달러의 벽을 허물고 최고 연봉 선수가 됐다. 1930년에는 8만 불을 받았는데, 미국 대통령보다 높은 연봉을 받은 스포츠 선수는 루스가 처음이었다(당시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의 연봉은 7만5000 달러).
최초로 연봉 10만 달러를 돌파한 선수는 행크 그린버그였다.
1947년 1월 피츠버그는 2번의 리그 MVP와 4번의 홈런왕에 빛나는 당대 최고의 거포를 디트로이트로부터 현금 7만5000 달러에 트레이드 해왔다. 그리고 10만 달러의 연봉 계약을 채결했다. 하지만 전년도 44홈런 127타점을 기록했던 그린버그는 이듬해 25홈런 74타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린버그 이후 최고 선수의 몸값이 20만 달러에 도달한 건 무려 25년이 지난 뒤였다.
주인공은 그린버그의 별병 ‘Hammerin Hank’를 그대로 물려받은 행크 아론이다. 이미 60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던 아론은 1972년 소속팀 애틀란타로부터 20만 달러를 연봉으로 받았다. 아론이 최고 연봉 선수가 된 것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일. 진짜 충격적인 사건은 3년도 채 지나기 전에 벌어졌다.
‘악의 제국’ 양키스 등장
1974년 12월 뉴욕 양키스는 FA 시장에 나온 그해 사이영상 수상자 캣피시 헌터를 붙잡기 위해 5년간 375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투자를 단행했다.
헌터의 평균 연봉은 75만 달러였는데, 당시 연봉이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선수는 헌터가 유일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4년 연속 20승 이상을 거두며 양키스에 입단한 헌터는 첫해인 75년 23승을 거두며 리그 다승왕에 올랐지만 이후 급격한 내리막을 걸으며 나머지 4년 동안은 40승에 그쳤다.
헌터가 계약 만료와 더불어 은퇴했던 1979년 11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달러의 사나이’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그 이름도 유명한 놀란 라이언.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라이언은 휴스턴과 4년간 450만 달러에 계약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라이언의 계약이 있은 지 1년 만에 양키스가 또 사고를 쳤다. 양키스는 FA 시장에 나온 당대 최고의 5툴 플레이어 데이브 윈필드를 붙잡기 위해 10년간 1500만 달러라는 역사적인 계약을 선물했다. 사상 첫 10년짜리 계약이었고, 여기에는 ‘그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나오면 차액을 보전해준다’는 엘리베이터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계약 기간에 조지 포스터와 커비 퍼킷 등이 차례로 200만, 300만 달러의 벽을 허물면서 결과적으로 윈필드의 계약은 10년간 2300만 달러가 됐다.
이후 처음으로 호세 칸세코(90년 5년 2350만), 로저 클레멘스(91년 4년 2150만) 등이 각각 400만과 500만 고지를 밟으며 연봉의 새 역사를 썼다. 90년대 중반이 되자 누가 처음으로 ‘천만 달러의 사나이’가 되느냐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천재적인 재능과 악동 기질을 동시에 타고난 ‘게으른 천재’ 알버트 벨이 그 주인공이 됐다.
95년부터 2년 동안 98홈런 274타점을 기록한 벨은 FA가 되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5년간 5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1100만 달러의 연봉은 또 다른 최고 선수 켄 그리피 주니어보다도 250만 달러가 많은 액수. 벨의 계약에는 그보다 몸값이 높은 선수가 나오면 FA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에 따라 벨은 2년 후 또 다시 FA가 되어 볼티모어와 5년간 6500만 달러의 새로운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벨은 볼티모어에서 2년만 뛴 후 무릎 부상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 이후 3년 동안 4000만 불에 달하는 남은 연봉을 놀면서 받아먹은 악질적인 먹튀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본격적인 연봉 인플레이션의 시작
양키스와 더불어 돈 잘 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구단이 바로 LA 다저스다.
다저스는 1998년 12월 그 해 샌디에이고를 월드시리즈에 올려놓았던 케빈 브라운을 FA로 영입하면서 7년간 1억 500만 달러를 약속했다. 사상 첫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었고, 평균 금액 역시 단연 최고였다. 이 계약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연봉 인플레이션 현상이 극에 달했다.
2년 후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카를로스 델가도(4년간 6800만)와 마이크 햄튼(8년 1억 2100만 달러)이 각각 연평균 액수와 총액에서 브라운의 기록을 넘어섰고, 매니 라미레즈(8년 1억 6000만 달러)는 그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그들을 모두 조연으로 만든 진짜 주인공은 바로 알렉스 로드리게스였다.
FA 시장에 나온 로드리게스는 2000년 12월 텍사스 레인져스와 10년간 2억 5200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체결, 모든 관계자와 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는 북미 스포츠 사상 단일 계약으로는 단연 최대 규모였으며, 선수의 최고 몸값은 단숨에 연평균 2500만, 총액 2억 달러 시대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 계약에는 2007시즌 후 FA를 선언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텍사스에서 3년만 뛴 후 양키스로 트레이드 되었던 로드리게스는 이 조항을 발동해 2007시즌 후 또 다시 10년간 2억 75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로드리게스의 두 계약 조건은 이번에 스탠튼에 의해 경신되기 전까지 오랜 세월 총액 기준 1,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14년 현재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최저 연봉은 50만 달러고, 전체 메이저리거들의 평균 연봉은 350만 달러에 이른다. 브라운으로 시작된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계약도 지금까지 55번이나 나왔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최근으로 올수록 몸값을 하지 못하고 ‘먹튀’로 전락한 고액 연봉자들이 많다는 것은 식을 줄 모르는 ‘연봉 인플레이션’의 씁쓸한 뒷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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