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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선택은 안돼! 혁신학교 선택만 돼! '자가당착'


입력 2014.09.23 11:08 수정 2014.09.25 07:24        하윤아 기자

<심층취재-자사고 폐지 논란을 파헤친다②>

혁신학교, 학생 학업성취도 낮고 학교폭력 발생률 높아

'자율성' 존중하는 자사고·혁신학교 이분화하는 것 문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폐지'를 목표로 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행보는 분주하기만 하지만 정작 대상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는 여전히 의문이다. 도대체 자사고 폐지의 근본적 이유를 모르겠다는 이유다. 당장 진학을 결정해야 할 중3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취소한다고 하고 교육부는 반대 입장이다.

문제는 '자사고 폐지'만이 공교육 활성화의 토대가 되느냐에 교육 전문가들도 학교 현장도 고개를 갸웃하는 상황이다. 차분히 공교육 살리기의 대안에 머리를 맞댄 것도 아닌 '자사고'를 재물로 하는 조희연 교육감의 밀어부치기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데일리안'은 자사고를 둘러싼 논쟁, 자사고 폐지가 공교육 살리기의 해법인지, 그렇다면 조희연 교육감이 추진하는 혁신학교는 무엇인지, 아울러 자사고 현장을 찾아 현재 자사고 폐지 논쟁을 살펴보았다. < 편집자 주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에서 자율형 사립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 교육청은 평가 결과 올해 평가 대상인 14개 자사고 중 기준점수 미달인 학교는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로 총 8개교이며 향후 청문 및 교육부와의 협의를 거쳐 10월에 지정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에서 자율형 사립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 교육청은 평가 결과 올해 평가 대상인 14개 자사고 중 기준점수 미달인 학교는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로 총 8개교이며 향후 청문 및 교육부와의 협의를 거쳐 10월에 지정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혁신학교를 확대하는 것이 원칙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7월 7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 당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뜻에서 이왕이면 신설학교에서 혁신학교 모델을 도입했으면 좋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혁신학교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향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올 하반기까지 최대 10곳 정도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선 직후 가진 한 인터뷰에서는 현재 67개인 서울의 혁신학교를 임기 중 최대 200개까지 늘리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그는 자사고 폐지를 전면 공약에 내세웠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교육정책으로 ‘혁신학교 확대’ 또한 강조했다. ‘자사고 폐지-혁신학교 확대’ 방침은 그야말로 조 교육감의 핵심 교육정책인 셈이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한 목소리로 공약한 혁신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제61조에 의거해 교육감이 지정·운영하는 자율학교의 한 유형으로 ‘배움과 돌봄의 책임교육 실현’, ‘학생·교원·학무모·지역사회의 교육적 요구가 서로 소통하는 참여와 협력의 교육문화 공동체’를 추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한 연구 결과 혁신학교는 시행 과정에서 지나치게 공동체를 강조한 나머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자사고는 폐지하고 혁신학교는 늘리겠다는 조 교육감의 정책이 과연 실효성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2013년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 혁신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은 일반학교 학생들에 비해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한국교육개발원 측에서 학교정보공시(학교알리미)의 2012년 공시자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 학생들은 일반학교 학생들보다 우수학력등급 비율이 낮고, 상대적으로 보통학력·기초학력·기초학력미달 등급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수학, 국어, 영어 등 주요 교과목에서 학업 성취 수준의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평가 연구 결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 일반학교 보다 혁신학교에서 학교폭력 발생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 내 혁신 초등학교(20개교)의 학교폭력 발생률은 평균 0.07%로 일반 초등학교(375개교) 평균인 0.03%보다 0.04% 높았으며, 혁신 고등학교(7개교)와 일반 고등학교(147개교) 내 학교폭력 발생률은 각각 평균 0.49%, 0.22%로 혁신고와 일반고 간 0.28%의 큰 차이를 보였다. 혁신학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학교폭력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있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이들 혁신학교는 일반학교보다 1교당 1억4000여만원(2012년 기준) 내외의 운영비를 추가로 지원받고 있음에도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과 학교폭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예산투입의 효과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현재 혁신학교에 지원된 예산 대부분이 일반학교에서도 보편적으로 실시되는 교육활동을 확대하는데 사용돼 ‘소비성 예산’의 성격이 짙다는 한국교육개발원 측의 지적과 맞물려 재정지원 면에서 일반학교와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규열 한국교육개발원 기관평가연구실 팀장은 1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학교 폭력이나 기초학력 비교 지표는 학교정보공시 알리미라는 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접 비교한 것”이라며 “혁신학교 학생들이 일반학교 학생들에 비해 기초학력이 낮게 나타나고 학교폭력은 높게 나타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사회에서는 학교 측에 운영 및 교과 과정 편성의 자율성을 주고, 교육과정의 특성화를 통해 다양성을 높인다는 교육 계획적 측면에서 자사고와 혁신학교의 차이점을 분간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분법적인 논리로 자사고와 혁신학교를 구분하려는 조 교육감의 행태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혁신고에 대한 예산지원, 확대 등의 정책이 혁신고-일반고 간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자사고나 혁신학교,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유사하다”며 “(조 교육감이) 자사고는 입시위주의 학교, 귀족학교라는 식으로 낙인찍고 혁신학교는 자유롭고 교육보다는 인성을 중시하는 학교로 포장해서 대립시켜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실장은 “혁신학교에 예산을 투입했을 때 학생들이 얼마나 창의적이었고 인성교육이 얼마나 잘 됐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태”라며 예산 투입 대비 효율성을 짚어볼 수 있는 평가 기준이 없어 혁신학교 확대가 오히려 일반고와의 형평성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자사고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일부 진보 세력의 주장을 꼬집으며 “자사고의 경우 학부모들이 자녀를 원하는 학교에 보내고, 그만큼의 교육비를 내며 아이 역시 만족한다. 면학 분위기 또한 조성돼있고 교사들도 열정을 가지고 가르친다”며 “오히려 사교육보다는 학교 교육에 더 신뢰하고 만족하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을 찾을 가능성이 줄어들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그러면서 “결국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문제”라며 “자율적인 선택이 중요한 것이지 마치 돈 많은 ‘귀족’들만 보내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가는 일반고 이런 식으로 이분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 학계 전문가들도 조 교육감의 정책 행보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진보교육감이 취임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자사고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자사고 존폐 논란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4년간 교육현장에서 더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몰고 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자사고를 끌어내려 일반고로 전환시키려는 하향평준화식 발상은 지양한다”며 우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사고를 통해 일반고에서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시행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상향평준화방식이 바람직한 상생해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현행 교육부의 방침에 따르면 자사고는 재정면에서 학생의 부담이 일반고의 3배를 넘지 못하게 돼 있고, 그나마 일반고에 지급되는 정부보조금도 없다”며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자사고는 없앤다고 하면서 학교당 1억~2억원이 들어가는 혁신학교를 늘리겠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조 교육감이 학교의 선택권은 부정하면서 좌파 진영 교육감에 의해 탄생된 혁신학교에 대해서만은 선택권을 인정하는 일종의 자가당착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우리 교육은 정부의 주도와 감독 위주의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자사고와 같은 사립학교들을 활성화함으로써 관 중심의 획일성과 경직성에서 탈피해 창의성과 다양성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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