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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내에서도 자사고 폐지에 반대, 조희연은 왜?


입력 2014.09.16 09:58 수정 2014.09.16 16:46        조성완 기자

<심층취재-자사고 폐지 논란을 파헤친다①>무조건 폐지 능사 아니다 의견 많아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폐지'를 목표로 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행보는 분주하기만 하지만 정작 대상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는 여전히 의문이다. 도대체 자사고 폐지의 근본적 이유를 모르겠다는 이유다. 당장 진학을 결정해야 할 중3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취소한다고 하고 교육부는 반대 입장이다.

문제는 '자사고 폐지'만이 공교육 활성화의 토대가 되느냐에 교육 전문가들도 학교 현장도 고개를 갸웃하는 상황이다. 차분히 공교육 살리기의 대안에 머리를 맞댄 것도 아닌 '자사고'를 재물로 하는 조희연 교육감의 밀어부치기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데일리안'은 자사고를 둘러싼 논쟁, 자사고 폐지가 공교육 살리기의 해법인지, 그렇다면 조희연 교육감이 추진하는 혁신학교는 무엇인지, 아울러 자사고 현장을 찾아 현재 자사고 폐지 논쟁을 살펴보았다. < 편집자 주 >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새로운 평가 지표 도입 등을 통해 올해 평가대상인 자사고 14곳 중 8개교에 대해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 사실상 ‘자사고 죽이기’에 나섰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자사고 폐지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요지부동, 자신의 의지를 밀어부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진보진영 내에서도 자사고 폐지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요지부동, 자신의 의지를 밀어부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하지만 조 교육감이 자사고 학교장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을 산데 이어 주무부처인 교육부와도 마찰을 빚으면서 자사고가 학생들의 교육보다는 정책실험용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 4일 ‘자사고 평가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공교육 파행의 근본 원인인 학벌 사회와 대학 서열화를 극복해야 한다”며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에 미달한 8개 학교를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서울시교육청 8월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결과’에 따르면 미달된 8개 학교는 조 교육감 취임 이후 평가지표가 추가되거나 바뀐 탓에 총점과 순위가 바뀌었다.

새로 추가되거나 배점이 늘어난 항목들과 함께 추가 지표를 도입한 시교육청 재량평가 영역에서 특히 학교간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재지정 평가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시교육청의 재량평가 영역인 ‘자사고 설립취지 인식 정도’의 경우 재평가에서 1위를 기록한 하나고는 5점 만점에 5점을 받은 반면 점수에 미달된 신일고는 1.25점, 세화고는 0점을 받았다. 조 교육감이 신설한 ‘학생참여 자치문화 활성화(5점 만점)’ 항목의 경우 하나고는 5점을 받은 반면 기준 점수에 미달한 배재고는 2.5점, 경희고는 1.25점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6월 문용린 전 교육감 때는 재지정 평가를 받았지만 조 교육감 평가에서 탈락한 8곳 중 중앙, 배재, 이대부속, 우신고 등 4곳은 새로운 평가가 도입된 뒤 순위가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의 재량평가와 신설항목이 재지정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교육청은 “다소 불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자사고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한 곳과 입시교육에 몰입한 곳의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1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자사고는 교육과정 운영에서 한시적으로 특례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엄정하게 평가를 해야 된다는 게 교육청의 판단”이라며 “자사고가 당연히 해야 될 역할 등에 대해 평가하는 부분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당수 자사고가 입시에 치중하다보니 그런 부분에서 손해를 많이 받은 것”이라면서 “자사고가 법적대응을 한다고 하는 데 구체적인 것은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고, 우리는 지금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학부모 “사회 혼란 부추기는 자사고 폐지 반대, 조 교육감 사퇴해야”

지난 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에서 서울자사고연합 학부모회 회원들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폐지를 결사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에서 서울자사고연합 학부모회 회원들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폐지를 결사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시교육청에서는 ‘정당한 평가’라고 주장했지만 자사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즉각 반발했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지난 4일 오후 자사고 평가결과 발표 이후 시교육청으로 몰려가 ‘사회 혼란 부추기는 자사고 폐지 반대’, ‘위법행위 자행하는 조 교육감은 사퇴하라’ 등의 플랫카드를 들고 “지정취소 절차 철회하고, 조 교육감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특히 시교육청 출입문 봉쇄과정에서 시교육청 관계자와 학부모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해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양순지 자사고학부모협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교육감은 정책공약이라고 하면서 계속 자사고 폐지 절차를 밟아가지만 우리는 이런 결과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데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는 자사고가 언제 바뀔지 몰라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자사고 교장단도 재지정 평가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에 시교육청의 청문 요청 등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시교육청을 상대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조 교육감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용복 배재고 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교육청이 2015~2016학년도 자사고로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면서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교육청은 자사고 신입생 모집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자사고 폐지는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진보그룹내에서도 자사고 폐지와 관련 무조건 폐지하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며 "조희연 교육감에 그런 뜻을 여러 경로로 표명했지만 조 교육감은 요지부동"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 교육감은 지난 4일 “자사고 ‘제도 폐지’는 교육감의 권한이 아니라, 국회의 법 개정에 따라 가능한 일”이라면서 “교육제도 발전이라는 본질적인 취지에 맞게 내용을 바꾸거나, 만약 제도 자체가 필요 없다면 내용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오는 정기국회에서 자사고 존폐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삼아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스스로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기보다 국회에 칼자루를 넘긴 것이다.

교육부 “자사고 종합평가 항목 문제 있다” 시교육청 “정치적이다”

자사고 폐지문제는 교육부와 시교육청간의 갈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가 자사고 종합평가 항목에 문제가 있다며 시교육청이 요청한 자사고 8곳의 재지정 취소 협의 신청을 모두 반려하자 시교육청은 정치적인 의도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5일 ‘교육감 재량평가 영역’에 포함된 3개 항목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자사고 운영평가 결과와 지정취소 결정에 위법·부당한 사항이 있어 적합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바로 반려했다”고 밝혔다.

자사고 폐지 문제는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소용돌이 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자사고 폐지 문제는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소용돌이 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교육부는 학생 만족도 조사 중 일부 문항을 점수화한 ‘자사고 설립취지에 맞는 운영 인식 정도(5점 만점)’ 항목은 ‘학생 학교만족도 조사(4점 만점)’와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자부담 공교육비 적절성(5점 만점)’ 항목에 대해서는 일반고 평균수준과 비교해 평가가 이뤄져 자사고 지정 목적과 무관한 평가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학생 참여와 자치문화 활성화(5점 만점)’ 항목은 자사고 지정 당시 운영계획서와 지정 조건에 포함되지 않은 항목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시교육청의 종합평가 배점이 1차 평가 때와 달라진 것도 문제 삼았다. 당초 배점은 ‘매우 우수(3.0)’ ‘우수(2.4)’ ‘보통(1.8)’ ‘미흡(1.2)’ ‘매우 미흡(0.6)’이었지만 재조정 이후에는 ‘매우 우수(3.0)’ ‘우수(2.25)’ ‘보통(1.5)’ ‘미흡(0.75)’ ‘매우 미흡(0.0)’이었다.

교육부는 ‘협의 반려’에도 불구하고 시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취소를 강행할 경우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교육청은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시교육청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률 자문 결과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의 협의 요구를 ‘반려’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내용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예단하거나 ‘즉시 반려할 것’이라고 결정한 교육부의 행정방식은 지극히 정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은 “교육부가 정치적인 판단을 거두고 교육행정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 내용에 관해 성실한 협의를 통해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해주기를 희망한다”면서 “교육부가 반려 입장을 고수할 경우 서울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갈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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