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은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셰익스피어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두 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과 ‘오텔로’를 잇달아 선보인다.
먼저 내달 2일부터 5일까지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고, 11월 6일부터 9일까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잘 알려진 ‘오텔로’를 선보일 예정이다.
격정적이고도 비극적인,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낭만적인 시적 은유로 표현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연극, 영과, 동화, 발레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탄생시켰다.
특히 많은 음악가들에게 작곡의 영감을 불어넣어 10편이 넘는 오페라와 수많은 관현악곡으로 재탄생했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샤를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문학과 구노의 섬세하고 우아한 음악이 결합한 걸작으로 손꼽힌다.
젊은 시절 베를리오즈의 장대한 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아 반드시 이 작품을 오페라로 작곡하겠다는 뜻을 품었던 구노는 빅토르 위고의 번안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접한 이후 대본가 쥘 바르비에, 미셸 카레와 함께 작업에 착수, 50세가 되던 1867년 세련되고 기품이 넘치는 선율과 독특하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을 완성했다.
거장 엘라이저 모신스키가 연출을 맡은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영국 로열오페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제작진이 합류해 완벽한 미장센에 도전한다.
호주 출신의 명연출가 엘라이저 모신스키는 지난해 ‘돈카를로’를 통해 국립오페라단과 첫 인연을 맺었다. 1975년 ‘피터 그라임스’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그는 이후 30여 년 동안 로열오페라하우스, 잉글리시내셔널오페라,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등을 누비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며 3번에 걸쳐 영국 로렌스올리비에 오페라상을 수상한 바 있다.
웅장한 스케일의 오페라를 한 폭의 거대한 회화처럼 펼쳐내는 탁월한 감각의 연출가로 정평이 나있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림 같은 무대를 펼쳐낼 예정이다.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엘라이저 모신스키 연출. ⓒ 국립오페라단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연출의 콘셉트는 “Love is beautiful”이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과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무대는 코발트빛 블루로 가득 채워지고 일상의 어수선함이 없는 단순하고 절제된, 오직 이상적이고 서정적인 감정 표현에 충실할 수 있는 시적인 세계로 표현된다.
화려한 무도회가 펼쳐지고 짙푸른 밤하늘 쏟아지는 별빛 아래 아름답고 순수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고백이 이어지는가 하면 돌연 긴장감 넘치는 결투 장면이 연출됐다가 어린 연인이 비극적인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도 눈을 땔 수 없는 무대가 펼쳐진다.
모신스키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느낌에 집중할 것”이라며 “특히 사랑의 듀엣 4곡의 아름답고도 시적인 분위기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작품의 무대·의상 디자인은 색채와 도해에 대한 특유의 탁월한 감각과 해석으로 세계 오페라 무대는 물론 연극, 뮤지컬 무대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리처드 허드슨이 맡는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1988년 로렌스올리비에 디자인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 화려한 무도회 장면과 박진감 넘치는 결투 장면의 연출을 위해선 로열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안무가 테리 존 베이츠와 무술감독 나탈리 데이킨이 합류한다.
지휘는 로맨틱 마에스트로 줄리안 코바체프가 맡았다. 그는 라스칼라극장, 베로나 아레나, 산카를로극장 등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한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올해부터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팔스타프’의 지휘를 맡아 섬세하고 품격 있는 음악적 해석으로 호평을 받았다.
한편, 다섯 번의 애틋한 만남과 네 번의 아름다운 이중창으로 이번 작품을 이끌어갈 주인공은 유럽 오페라 무대의 쏟아지는 러브콜을 받고 있는 테너 프란체스코 데무로와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 그리고 대한민국이 낳은 샛별 소프라노 손지혜가 맡는다.
로맨틱한 음색과 섬세한 표현력을 가진 프란체스코 데무로는 지난해 베로나 아레나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로 활약, ‘최고의 로미오’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완벽한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는 지난해 ‘리골레토’ 질다 역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데뷔, 뉴욕타임즈로부터 “특유의 밝고 따뜻함이 있는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 한 명의 줄리엣 손지혜는 서울대 성악과를 거쳐 베르디국립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뒤 유럽을 중심으로 차분히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손지혜는 이번 무대를 통해 아름다운 목소리와 우아한 미모가 돋보이는 순수하지만 당찬 줄리엣으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문의 02-586-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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