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와 포도는 같이 두지 말자. 식물 호르몬 에틸렌 -
모든 생명의 지상 최대의 과제는 유전자의 존속과 번성이다. 동물들의 깊숙한 곳에 새겨진 생의 목적은 오로지 종족 번식인데 하물며 식물이라고 유전자 번식의 욕구가 없을리 없다.
오늘은 그 식물들이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발산하는 불가사의한 호르몬들에 대해 알아보겠다. 호르몬이라면 동물에게만 국한된 것이라 생각했을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를 번뻑 띄워보자.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풍성한 가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싯구를 한번쯤은 외워봤음직한 계절. 감상적일 만큼 기온은 가을답다. 계절마다 그 계절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가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누렇게 익은 벼이삭과 색색가지 색으로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이 그것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나무들은 노랗고 빨간색으로 잎사귀를 물들이다가 땅으로 떨어지고 과일과 곡식은 푸욱...익어가는데 그렇게 식물을 성장시키는 호르몬이 있다는 것이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식물에게도 사람처럼 호르몬이 존재한다.
주요 식물 호르몬
(1) 옥신(auxins) : 줄기의 끝 또는 새로 나온 잎에서 만들어지는 생장촉진 호르몬이다. 주로 세포를 증식하거나 신장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세포분열이나 열매가 비대해지는 데도 필요하다.
(2) 지베렐린(gibberelline) : 일본에서 발견된 호르몬으로 세포의 신장을 촉진하는 작용을 하지만 옥신과는 성질이 약간 다르다. 데라웨니어 포도의 품종에 투여하면 씨가 없는 포도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농가에 널리 알려진 호르몬이다. 그리고 씨앗의 휴면을 깨우거나 어떤 식물의 줄기나 꽃대를 올리고 꽃눈 형성을 촉진하는 작용도 한다.
(3) 사이토카이닌(cytokinin) :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주로 뿌리에서 만들어진다. 옥신과 공동으로 여러 가지 작용을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세포분열을 활발하게 하여 젊음을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4) 아브시진산(abscisin acid) : 식물의 눈이나 종자를 휴면시키는 역할을 하며 수분이 결핍됐을 때 만들어져서 수분을 증발시키는 구멍인 기공을 닫는 작용을 한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생장을 억제한 작용을 한다.
(5) 에틸렌(ethylene) : 몹시 적은 양으로 낙엽을 촉진시키거나 과일의 성숙을 촉진하는 등의 작용을 한다. 이외에 화아형성을 촉진시키는 개화 호르몬도 있다고 하지만 그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식물의 경우에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호르몬들이 많지만 오늘 소개하려는 호르몬은 불가사의 할 정도로 이상한 호르몬 에틸렌으로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키기도 하지만 과다 분비되는 경우 식물을 고사시키거나 주변에 있는 식물까지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는 것이다.
에틸렌(ethylene)의 경우에는 탄소 두개와 수소 네 개로 이루어진 정말로 단순한 구조를 갖지만, 이것은 식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틸렌은 기체 형태를 지니고 있는 식물 호르몬으로 식물의 성숙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는 호르몬이다.
기체 형태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에틸렌을 뿌려줘도 똑같이 식물의 성숙을 촉진할 수 있어서 오래전부터 상업적으로 이용되어온 식물 호르몬이다.
에틸렌은 특히나 과일에서 많이 나오는데, 개중에는 에틸렌을 많이 방출하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과실이 사과와 멜론으로, 덜 익어서 떫은 감이 있다면 사과랑 같은 봉지에 넣어서 냉장실에 넣어두면 사과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틸렌의 영향으로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땡감이 맛있는 단감으로 변할 것이다.
대신, 무른 딸기나 포도를 사과와 같이 보관하는 것은 금물! 그렇잖아도 잘 상하는 것들이 금방 곯거나 알알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사이언스 과학 자료참고)
에틸렌은 다른 말로 식물 성숙 호르몬 또는 스트레스 호르몬(Stress hormone)이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에틸렌은 식물체가 상처를 받거나 병원체의 공격을 받았을 때, 또는 가뭄, 산소부족, 냉해 혹은 사람이 자주 손을 댄다는 등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여러 호르몬 가운데 에틸렌은 식물을 만지면 발생하여 생장을 억제시킨다. 여기서 우리들은 식물의 원활한 생장을 위해 가급적이면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71년 과학자들은 식물을 만지는 그 생장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오는가 하는 것을 조사하기 위해 벼, 보리, 옥수수의 묘목을 사용하여 매일 두 번,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30초 동안 손으로 잎을 만지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생각한대로 그들의 생장이 두드러지게 억제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 때 발생하는 에틸렌의 양을 실제로 측정해봤다. 그 결과 식물이 발생하는 에틸렌의 양은 얼마되지 않은 미미한 것이지만 손으로 만진 식물은 만지지 않은 식물에 비해 훨씬 많은 에틸렌을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무튼 식물은 손으로 만지거나 바람에 의해 흔들리면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에틸렌을 발생하게 되고 이로써 성장이 둔화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귀하게 여기는 식물에 가급적이면 손을 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틸렌은 식물을 성장시켜 숙성을 빠르게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성장을 억제시키기도 한다. 아마도 식물체가 각종 스트레스를 받아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면 빨리 과실을 성숙시켜 종자를 남겨서 후대를 기약하고자하는 진화적 전략의 결과와 함께 성숙하고 싶지 않는 보호 심리가 작용하는게 아닐까 싶다.
불가사의한 식물의 호르몬. 그들도 동물처럼 생명의 신비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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