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지킨 아이돌 'god' 재결성할 수밖에 없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입력 2014.07.14 15:46  수정 2014.07.14 15:49

<김헌식의 문화 꼬기>추억팔이에 머물면 또다른 배신

국민그룹 god가 지난 12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데뷔 15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고 화려하게 귀환했다.ⓒsidusHQ

“초등학생들은 god를 모르지요?”

세월은 그렇게 흘렀다. god가 12년 만에 재결성하고 음반은 물론 콘서트도 치러냈다. 팬들은 배신하지 않았고 당연히 반응은 뜨거웠다. 팬들은 물론 god를 기억하는 이들 모두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형이다. 이로써 god는 초등학생이 모르는 그룹이 아니라 앞으로 태어나지 않을 아이들도 아는 그룹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것은 god만이 아닌지라 이미 재결성한 그룹도 있고 앞으로 예정한 그룹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직 결심하지 못한 아이돌 그룹은 다시 재결성을 반복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재결성으로 이제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점이 이제 해결되는 것일까. 음악을 유명해지기 위한 중간 도구로 이용하는 문제 말이다. 질문은 이렇게 던져야 할 듯 싶다.

"왜 그들은 돌아오는 것일까."

답은 가능할까. 일단 그것은 연극배우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종횡무진 누비다가 결국 무대로 돌아가는 이유와 같아 보인다.

물론 다른 점은 약간 있다. 그들은 대중성보다는 예술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으려는 마음도 있겠다. 하지만 무대가 주는 강력한 쾌감 때문에 돌아오거나 돌아간다. 하지만 쾌감을 넘어서서 집단으로 뭉칠 때 주는 이로운 점이 음으로 양으로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나 추억팔기에 한정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본질을 볼 때 그들은 돌아올 수밖에 없다. 왜 그런 것일까. 이를 위해 그들의 태생부터 짚어야 한다.

처음에 아이돌은 자아가 없다. 자아가 있고서야 그 과정을 버텨낼 수 없다. 자아가 있어도 없애야 살아남을 수 있다. SM표 아이돌은 그 전형이다. 그러나 인기를 구가하면서 자아를 갖기 시작한다. 자아는 스스로 정체성을 갖고 개체적 의식에 바탕을 둔 활동을 전개해나간다. 이런 활동을 전개해 나가려 할수록 자신의 존재를 만들어준 아이돌 그룹을 해체해야 한다. 자신이 스스로 존재적 기반을 무너뜨릴 때 새로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역설이 아이돌 맴버들에게 내재한다.

그런데 아이돌 그룹에게 새로운 자아와 정체성은 가수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뮤지션을 중간 정거장으로 삼았고 최종 목적은 셀러브리티(The Celebrity)였다. 그들에게 이름을 얻게 해준 토대가 없어졌으니 자신의 존재감 스스로 유지하는 스타가 되어야 했다. 불안정한 뮤지션의 존재를 벗어나는 것은 바로 연기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 스스로 브랜드와 가치가 되는 것. 그것이 가수보다는 더 유리해 보인다.

무대가 주는 쾌감은 콘서트 무대나 연극무대가 마찬가지다. 드라마나 영화는 많은 돈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관객들과의 상호 소통은 없다. 간접적인 반응만이 존재할 수 있다. 직접 관객들과 호흡하고 평가를 받는 현장성은 사라지고 철저하게 고독하고 분리되어 있는 공간만이 있다.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통해 명성을 얻더라고 노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팬들의 반응은 비교할 수가 없다. 무대에 올랐을 때 관객이나 팬들이 보내주는 반응은 강력한 쾌감을 전한다. 이러한 쾌감은 세상에 어느 곳을 다녀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무대를 통해 입지를 구축한 사람들일수록 그 무대의 맛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솔로 가수로 성공했어도 그룹 전체가 끌어올리는 팬들의 반응은 얻을 수 없다. 결국 각 멤버들의 힘이 모아져야 한다. 물론 무대에 대한 그리움과 팬심의 성원에 대한 갈망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자아와 정체성을 구축한 멤버들이 다시 결성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물론 처음부터 5년차 콤플렉스를 더 잘 극복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자아의 성장과 욕망을 전체 팀웍에 잘 조화시키기에는 그들의 경험과 삶의 깨달음이 덜 축적되기 마련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god와 같은 그룹이 모범적인 예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럴수록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생명력이 짧으며, 음악성의 축적이 옅다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나 추억팔이에 머문다면, 다시 한 번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에 타격이 가해질 듯하다. 그것은 또 한 번의 팬들에 대한 배신일 것이다.

무엇보다 다시 기억해야 할 점은 갑작스런 아이돌 그룹의 해체는 수많은 팬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행위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재결성은 그 팬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따라서 팬들의 성원을 단지 일회성 상품판매의 수단으로 머물게 하는 일은 곤란할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god의 ‘하늘색 약속’처럼 신뢰는 잘 지켜져야 한다. god는 그러한 면에서 이제 팬들에게 새로운 시작이다.

“헤어질 때 우리 다시 만나자고 맹세했던 그 약속 지키려고 하늘색 풍선 가득했던 you &me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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