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자르기?’ 홍명보·허정무만의 책임일까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7.10 12:01  수정 2014.07.10 14:16

월드컵 부진 책임으로 홍명보-허정무 동반 사퇴

이번 대회만이 아닌 축구협회 구조 변화 목소리 커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 홍명보 감독-허정무 부회장의 사퇴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안고 사퇴한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 뜻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 지난 월드컵을 출발하기 전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약속했지만 실망감만 드려 죄송하다.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실수도 있었고, 많은 오해도 생겼다.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홍 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이 직접 나와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번 대회 대표팀 단장을 맡았던 허정무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이 그동안 수고 많았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더 한국축구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며 "선수단 단장으로 함께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발표했다.

월드컵 조별리그가 끝난 뒤 축구팬들은 한국 축구의 대대적인 구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팀이 인천공항에 귀국했을 당시 엿을 투척한 카페 회원이 “최근 한국 사회에 해피아, 관피아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축구엔 축피아가 있다. 인맥을 통한 축구를 보고 싶지 않다”고 주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협회는 홍 감독의 유임 결정을 내렸고, 비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홍명보 감독의 토지 구매 사실이 밝혀지는 등 대표팀과 무관한 사생활까지 침해받기에 이르렀다. 또한 일부에서는 대표팀 스폰서 기업의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를 의식한 듯 홍 감독과 허 부회장이 사퇴했다. 모든 책임을 안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들의 사퇴가 한국축구의 구조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냉정하게 따졌을 때 이 두 사람의 역할은 말 그대로 대표팀을 지휘하는 감독,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단장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크게 두 가지를 누차 강조했다. 바로 준비 부족과 이에 대한 실수 인정이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는 감독 혼자 준비해서 되는 게 아니다. 선수 선발부터 기량 및 몸 상태 체크, 게다가 상대에 대한 면밀한 분석까지 해야 한다. 감독 홀로 할 수 없기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기술 위원회’다.

대표팀 기술위원회는 잘 알려져 있듯 황보관 기술분과위원장이 맡고 있다. 감독만큼 중요한 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황보관 위원장은 이번 월드컵에서 지원팀장 역할까지 맡았다. 대표팀의 유니폼, 훈련장비, 숙소부터 선수들이 먹어야할 고추장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지원팀의 일이다.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기술위원회 일만 해도 벅찰 텐데 황보관 위원장은 4톤이 넘는 짐을 챙기는 데에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이는 홍명보 감독이 말한 ‘준비 부족’의 대표적인 일면이다.

또한 홍 감독은 자신의 말대로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상대에 대한 분석에 게을렀고, 경기 중에는 탄력적이지 못한 선수운용으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급기야 벨기에전이 끝난 뒤에는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선수단의 음주가무를 허용했으며, 취임 초기 “소집 기간에는 SNS 사용 금지”라고 외쳤지만 ‘퐈이야’까지는 막지 못했다. 홍 감독은 “성급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홍명보 감독의 실수는 경험부족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홍 감독은 성인팀 지도 한 번 없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사상 초유의 고속 승진 감독이다. 누가 홍명보 감독을 임명했으며,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많은 짐을 지워줬는지가 중요하다. 한국축구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가고자 한다면, ‘꼬리 자르기’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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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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