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도약을 이끈 존 헨리 구단주가 부인 린다 피쭈티와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리버풀에게 기적은 허락되지 않았다. 올 시즌 주인공은 2년 만에 왕좌에 복귀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였다.
리버풀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안 필드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과의 홈경기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승점 84로 시즌을 마감했다.
같은 시각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는 맨시티가 웨스트햄을 2-0으로 격파, 승점 86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시즌 막판 선두를 내달리며 우승이 눈앞에 왔던 리버풀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적표였다.
우승을 내주는 과정 또한 통탄스러웠다. 리버풀은 지난 2월 웨스트브롬위치와의 원정경기서 1-1로 비긴 뒤 아스날전 5-1 대승을 시작으로 무려 11연승을 구가했다. 그러면서 리그 순위도 4위에서 2위, 그리고 32라운드 토트넘전 승리로 선두에 올랐다.
특히 34라운드 맨시티와의 홈경기서 3-2 승리를 거두자 23년만의 우승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고비는 함께 우승을 경쟁을 펼치던 첼시와의 홈경기였다. 하지만 이 경기서 ‘주장’ 스티븐 제라드의 뼈아픈 실책으로 인해 0-2로 패하고 만다. 이어 펼쳐진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는 브랜든 로저스 감독의 무리한 공격 요구로 3-0으로 앞서 동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그렇다고 리버풀의 준우승에 돌을 던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리버풀이 올 시즌 이룬 성과는 프리미어리그의 그 어떤 팀보다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빅4’의 일원으로 매 시즌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리버풀은 2008-09시즌 준우승을 끝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4년간 이어진 리버풀의 암흑기가 끝난 시점이 바로 올 시즌이다.
이 과정에서 팀에 해악만 끼친 질레트&힉스 공동주가 물러났고, 감독도 라파엘 베니테즈에서 로이 호지슨, 케니 달글리시, 그리고 지금의 로저스까지 교체를 거듭했다. 그러면서 리버풀은 차츰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로저스 감독은 팀의 신구 조화를 절묘하게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이미 캐러거가 은퇴한 중앙수비진은 전성기에 접어든 마틴 스크르텔과 새로 영입된 마마두 사코가 든든히 지키고 있다. 또한 노쇠화로 활동량이 줄어든 제라드를 밑으로 내려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한 전략은 로저스 감독의 신의 한수로 불린다.
공격진은 프리미어리그 최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득점왕 루이스 수아레즈를 비롯해 다니엘 스터리지, 라힘 스털링으로 구성된 ‘SSS 라인’은 올 시즌 리그 포함 55골을 합작해냈다.
기록에서도 리버풀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올 시즌 리버풀은 역습에 의한 골이 9골로 리그 최다를 기록했다. 여기에 5차례의 경기당 스루패스 횟수는 물론 세트피스에 의한 골(26골)도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제라드의 대지를 가르는 패스와 SSS라인의 역습 전략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리버풀 최근 행보. ⓒ 데일리안 스포츠
2010년 구단을 인수한 존 헨리(펜웨이 스포츠 그룹) 구단주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인수 초기에는 축구에 대해 무지한 탓에 패착도 많았다. 과거의 명성만으로 ‘킹 케니’를 다시 불러들인데 이어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영입으로 손꼽히는 앤디 캐롤의 이적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실수를 금세 깨달은 헨리 구단주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그랬던 것처럼 효율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실리 축구를 구사하는 로저스 감독을 임명한데 이어 선수 영입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 리빌딩이 수월하게 이뤄지도록 팀을 재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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