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밀란 혼다 야유 세례, 피를로 때문만 아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4.03.18 14:33  수정 2014.03.18 14:35

AC밀란 관중들, 팀 성적 부진에 혼다에 야유 퍼부어

"피를로 내쳤다" 불만 토로..타 인종 깔보는 국민성과도 연결

일본 일간지 ‘게키사카’도 지난 15일 혼다가 AC밀란 서포터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게티이미지

이탈리아의 국민성 문제일까. 혼다 케이스케(28·AC밀란)의 한계일까.

혼다 케이스케는 16일(한국시각) ‘이탈리아 세리에A’ 28라운드 파르마와의 홈경기(2-4패)에서 극심한 야유를 들었다. 경기 전 선수 소개에서 AC밀란 홈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혼다에 대한 AC밀란의 반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이탈리아판 ‘스카이스포츠’가 실시한 AC밀란 선수개편 여론조사에서 혼다는 호비뉴(30·브라질)와 함께 AC밀란에 남아야 할 선수 득표율 ‘1%’로 가장 낮았다. 2%의 AC밀란 유망주 안드레아(18)보다도 신뢰를 받지 못했다.

일본 일간지 ‘게키사카’도 지난 15일 혼다가 AC밀란 서포터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탈리아 공식 서포터 단체는 최근 성명을 발표 “3년 계약을 원했던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 이적)를 내치고 일본의 혼다와 계약을 맺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전성기를 AC 밀란에서 보낸 피를로는 두 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두 번의 세리에A 우승을 견인했던 미드필더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코파컵 8강 탈락, 리그 11위(최근 4연패) 등 AC밀란 극도의 부진을 모두 혼다에게 덤터기 씌우는 모양새다. 혼다가 입단하기 전에도 AC밀란은 삐거덕거렸음에도 말이다. 심지어 AC밀란 서포터는 “‘동양인’ 혼다가 불운의 재앙을 몰고 왔다”는 인종차별적 모욕까지 퍼붓는다.

이탈리아 축구팬들의 행태는 낯설지 않다. 가수 싸이(37·박재상)도 지난해 5월 로마서 열린 AS로마-라치오의 ‘코파 이탈리아컵 결승전’ 식전행사에 초대돼 ‘강남 스타일’로 분위기를 띄우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야유와 위협적인 폭죽 세례였다.

일부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결승전 입장권에 국제가수 공연료가 포함돼 야유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역대 결승전 입장료와 비교해볼 때 이탈리아 축구팬들의 해명은 변명에 가깝다. 무엇보다 전광판에 싸이의 얼굴이 나오자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눈을 찢는 시늉(동양인 비하 대표적 행동)까지 했다.

싸이에게 야유를 퍼부은 AS로마 서포터는 이미 인종차별 전적이 화려하다. 지난해 5월 AC밀란과의 경기에선 마리오 발로텔리에게 “검둥이 노예”라고 폭언을 가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AS로마는 벌금 5만 유로를 물어야 했다.

이탈리아는 타 인종, 특히 ‘아시아인’을 혐오하는 유럽국가 인상이 짙다. 국내 축구 해설위원이 이탈리아 아이들이 던진 돌에 맞은 일화는 유명하다.

전 한국 국가대표 안정환(38)도 페루자 시절 동료 마테라치(41·이탈리아)로부터 모욕을 당했다. 대기실서 마테라치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안정환을 겨냥한 듯 “마늘냄새가 난다”라고 고함쳤다. 훗날 안정환은 “(마테라치에 대해) 지능이 유아 수준이다. 다혈질에 이상한 행동도 많이 한다”고 회상했다.

일본 국가대표 나가토모 유토(인터밀란)도 치욕적인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지난 시즌 나가토모가 골을 넣자, 이탈리아 방송국 진행자가 눈을 찢은 채 조롱 섞인 멘트를 했고 이 모습은 이탈리아 전역에 생중계됐다.

‘이탈리아 만년 유망주’ 페데리코 마케다(버밍엄시티 임대)는 지난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당시 FC서울과의 친선경기 중 낯 뜨거운 골 세리머니로 아시아인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마케다는 양쪽 귀를 잡은 채 혀를 내미는 골 뒤풀이를 선보였다. 문제는 서구에서 이 행위가 ‘노란 원숭이(동양인 비하)’를 뜻한다는 사실이다. 당시 라이언 긱스가 다가가 두 손으로 마케다의 추한 얼굴을 가렸을 정도였다.

혼다가 ‘간판 브랜드’에 혹해 AC밀란으로 이적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악수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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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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