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꿈을 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윤석민(28)이 멀고 먼 길을 돌아 볼티모어에 안착했다.
윤석민은 볼티모어와 3년간 보장연봉 557만 5000달러(약 59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연도별로는 올 시즌 75만 달러를 받게 되며 2015년 175만 달러, 2016년에는 240만 달러는 받는 구조다. 67만 5000달러는 사이닝 보너스.
여기에 750만 달러(약 80억원)의 옵션을 매겨 활약 여부에 따라 연평균 받게 될 금액은 약 400만 달러 이상 치솟을 수 있다. 또한 내년부터는 마이너리그행 거부권까지 얻게 된다.
보장연봉보다 옵션이 과하게 책정된 이유는 역시나 윤석민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높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지난해까지 KIA에 몸담으며 모호한 보직과 어깨 부상전력으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의문부호를 던진 게 사실이다.
따라서 윤석민 입장에서 볼티모어와의 계약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이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한 이상 윤석민 몸은 정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얼마나 많은 돈을 챙길 수 있을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선수 본인에게 달려있다.
그러나 계약 조건을 뜯어보면 옵션을 달성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때문에 ‘헐값’ 논란과 함께 볼티모어에게 상당히 유리한 계약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윤석민 계약 조건. ⓒ 데일리안 스포츠
먼저 윤석민은 올 시즌 125만 달러의 옵션을 챙길 수 있다. 옵션은 선발 등판 횟수에 따라 금액이 누적되는 방식이다. 먼저 6경기, 8경기, 10경기, 12경기, 15경기, 18경기에 나설 때마다 10만 달러씩 보너스를 받는다. 20경기를 넘어가면 15만 달러, 24경기와 26경기에서는 25만 달러로 오른다. 결국 26경기를 선발로 나서야 125만 달러를 모두 챙기는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 시즌 얻게 될 보너스 액수는 다음 시즌 보장연봉에 포함된다. 그리고 선발 등판에 따른 옵션도 올 시즌처럼 똑같이 발동된다. 결국 첫 단추를 잘 꿰어야만 보너스가 계속 쌓일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윤석민은 올 시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다. 자칫 시즌 초부터 부진하기라도 한다면 기약 없는 마이너 생활을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메이저리그에 잔류한다 하더라도 선발 로테이션 진입도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볼티모어는 윤석민과 함께 1선발 요원이 우발도 히메네즈까지 영입했다.
볼티모어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사령탑이 벅 쇼월터 감독이라는 점도 큰 변수다. 쇼월터 감독은 선발 투수가 최대한 길게 버텨주기 바라는 전형적인 메이저리그형 감독이다.
반면, 조금만 부진하다 싶으면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 교체를 지시, 인내심이 부족하기로도 유명하다. 텍사스 시절 잦은 조기강판 수모를 겪었던 박찬호가 좋은 예다. 때문에 지금까지 쇼월터 감독이 맡았던 팀들의 대부분은 롱릴리프 자원의 소화 이닝이 유독 많았다.
결국 윤석민이 시즌 초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스윙맨 역할을 맡게 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마이너리그행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윤석민에게 선발 출전은 곧 연봉이다.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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