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수-야신 김성근…자못 닮은 인생유전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입력 2014.02.02 17:35  수정 2014.02.02 17:59

재일동포 2세에 배터리 경험..고국서 선수생활

야구 지도철학도 흡사..어수선한 두산 정상화 기대

송일수 두산 신임 감독이 자신의 롤모델은 야신이라는 게 당연할 정도로 공유한 경력이 상당히 많다. ⓒ 두산베어스

두산 베어스의 2013시즌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시즌 전 4강 후보로 분류됐고 그에 부응하는 정규리그 성적도 산출했다. 게다가 그들의 가을 야구는 그야말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한국시리즈까지 미러클이라는 단어로만 형용할 수 있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두산의 가을만큼, 겨울도 충격이었다. FA를 선언한 이종욱과 손시헌의 NC행, '미스터 10월'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4번타자 최준석의 롯데행 등이다. 가을 기적을 연출한 두산의 주축들이 줄줄이 팀을 이탈한 것. 그게 추운 겨울의 시작점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연속 이탈과 김진욱 감독의 전격 경질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적의 두산은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원래 시스템 야구가 강점인 두산의 조직력이 흔들렸다. 두산은 새 사령탑을 선임했다. 바로 송일수(64) 2군 감독의 1군 파격 승격이었다.

최근 감독의 평균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에 늦깎이 신임 감독 대열에 합류한 송일수 감독의 선임은 다소 의외였다. 송일수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김성근 감독을 존경한다"고 했다.

송일수 감독과 김성근 감독은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일본서 태어난 재일동포라는 신분적 공통분모가 있다. 두 감독 모두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다. 두 번째로 일본 선수 시절 배터리로 활약했다는 점, 그리고 고국으로 돌아와 선수 생활을 했다는 점이다.

김성근 감독은 실업팀 기업은행에서, 송일수 감독은 프로팀 삼성에서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지도자 경력으로 보면 김성근 감독이 앞서지만 선수 시절은 일본프로야구 긴데쓰에서 포수 경력이 있는 송일수 감독이 앞선다.

두 감독의 지도자 경력에 공통분모가 또 있다. 바로 두산에서 프로구단 감독 데뷔를 했다는 사실이다. 1969년 마산상고 감독 생활을 시작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기 시작한 김성근 감독은 1984년 두산 전신 OB 베어스 감독으로 프로에 첫발을 내딛었다. 송일수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송일수 두산 신임 감독이 자신의 롤모델은 야신이라는 게 당연할 정도로 공유한 경력이 상당히 많다. 지도 스타일도 상당히 흡사하다. 기본기, 수비 중심의 데이터 야구, 그리고 엄청난 훈련량이다. 두산 2군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훈련량과 강도가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야구는 습관이라는 관점 역시 김성근 감독의 그것과 닮아있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가장 없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두산의 2013시즌 기적의 밑바탕엔 2군 송일수 감독의 야구 철학이 깔려있다. 2군에서 올라온 백업 멤버들이 1군 주전과 박빙의 실력차를 겨룰 수 있는 두산, 그게 바로 두산의 힘이었고 송일수 감독을 1군 감독으로 부른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철저한 반복 훈련과 그를 통한 실전에서의 조건반사적인 플레이,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기는 수비 중심의 야구. 두산의 새 수장 송일수 감독이 김성근 야구를 닮고 싶어 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송일수의 두산은 쌍방울 시절의 야신처럼 전혀 새로운 팀을 차곡차곡 만들어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팀의 핵심 셋이 줄줄이 이탈했다. 이종욱과 손시헌, 최준석 그 중 팀의 주포로 각인시킨 최준석의 롯데행은 여진이 아직도 만만찮다.

이혜천도 옛스승 김경문 감독의 품에 안겼다. 작년 신인왕 이재학 역시 김경문 감독이 2차 드래프트에서 솎아 간 두산의 영건이다. 김경문 감독의 NC가 두산 2중대, 혹은 두산의 망명구단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송일수 감독은 NC로 분리된 두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야구를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사령탑의 전격 경질과 팀 주전의 대거 이탈 등 두산의 겨울은 9개 구단 중 가장 어수선했다. 가을의 전설에서 겨울의 추락을 짧은 순간에 맛봤던 두산의 멘탈 충격을 진정시켜야 한다.

과거의 두산을 넘어 새로운 팀 하나를 완전체로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를 신임 송일수 감독이 안게 됐다.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쌍방울의 건설자 김성근 감독처럼 말이다. 교토 출신 재일동포, 베어스에서 프로 지도자로 데뷔한 두 감독의 인생유전은 시간차를 두고도 자못 닮아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일동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