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화보 열광' 결코 불쾌하지 않은 이유

대중 관심 끌어당기며 동계스포츠 저변확대

황색 저널리즘 우려보다 긍정적 효과 많아

이상화는 ‘에스콰이어’ 화보 촬영을 통해 평소 감춰왔던 섹시하고 시크한 매력을 뽐내 화제가 됐다. ⓒ 에스콰이어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특별시청)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촬영한 한 잡지 화보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화보에서 이상화는 허벅지와 등, 그리고 엉덩이 라인이 그대로 살아나는 이른바 ‘하의실종’ 패션을 선보이며 고혹적인 매력을 뽐냈다. 평소 대중들은 스케이팅을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는 전신 수트를 입고 빙상장을 질주하던 이상화에 익숙했다. 하지만 이상화는 전문 모델 못지않은 표정과 포즈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자신의 이미지를 깼다.

이상화는 대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놀라움을 나타내면서도 나름대로 털털하고 소탈하게 이 같은 상황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일상적인 일이 아닌 동계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를 앞두고 긴장 완화 차원에서 시도한 ‘화려한 외출’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금벅지’로 불려왔던 자신의 탄탄한 허벅지 근육이 이번 화보 촬영에서는 시각적으로 이상화의 섹시함을 가장 잘 살리는 ‘포인트’로 주목을 받자 “보정을 했다”는 비밀 아닌 비밀을 공개하기도 했다.

스포츠 스타들의 이 같은 화보 촬영은 이제 흔한 일이다. 특히, 빼어난 기량에다 대중들에게 호감을 주는 수려한 외모를 지닌 선수라면 더더욱 그런 기회가 많이 돌아간다. 선수 자신에게도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계기다.

이상화는 그동안 뛰어난 운동능력에 비해 외모는 상대적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덜 받았다. 물론 스케이트 수트 사이로 종종 곱상한 외모가 부각된 적도 있지만 월드컵 여자 500m 6회 연속 우승, 세계신기록 4회 작성 등 세계 최고의 여성 스프린터라는 이상화의 아이덴티티를 넘어설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화보를 통해 감춰져 있던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극명하게 표출시키는데 성공했다. 대중들이 평소 다른 스포츠 스타들의 변신보다 이번 이상화의 변신에 더욱 더 열광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편해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상화가 눈부신 세계신기록 행진과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는 동안에는 열광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다가 잡지 화보 하나에 이처럼 열광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 이는 결국 ‘노출’이라는 코드에 집중하는 스포츠, 연예 매체들의 옐로우 저널리즘에 대한 동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상화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화보 사진에 대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에 대해 “세계신기록을 세웠을 때보다 뜨거웠던 것 같다”고 웃은 뒤 “운동선수인 만큼 경기 결과에 더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대중들의 관심이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탁월한 경기력으로 세계기록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을 때 상대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이 적었던데 대한 서운함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어차피 스포츠 스타도 ‘스타’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스포츠 선수의 상품성이 그대로 금전적인 부가가치로 연결되는 현대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서 스포츠 선수가 경기력 외에 스타성을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큰 자산이다.

아무리 스포츠 선수로서 기량이 뛰어나도 팬들에게 소홀한 선수나 개인적인 자기관리에 소홀한 선수는 결코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이상화의 ‘여신 모드’ 화보가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결국 한 명의 스포츠 선수가 아닌 스포츠 선수 출신 스타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녔음을 검증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스타 이상화’의 존재는 그를 롤 모델로 삼고 스케이트장을 찾는 ‘이상화 키즈’ 세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제 이상화는 본업인 스케이트 실력으로 2회 연속 올림픽 정상에 도전하는 ‘메인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최근 화보 사진을 통해 비로소 이상화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고, 관심을 갖게 된 그 누군가가 있다면 이제 올림픽 무대에 선 이상화의 경기와 기록도전, 그리고 더 나아가 모든 대한민국 빙상 대표선수들의 도전에도 관심을 줄 마음의 최소한의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탁월한 스케이트 실력이 잘 알려져 스타가 됐든, 화보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스타가 됐든, 대중스타 이상화의 존재가 한국 동계스포츠 저변확대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바로 이런 데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