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먹튀 망령’ KIA…이용규 주저하는 이유?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3.11.15 10:49  수정 2013.11.15 14:42

과거 거액들여 영입한 FA 대부분 실패 전락

이용규 지난 9월 어깨 수술, 복귀 시점 미지수

KIA와의 우선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이용규. ⓒ KIA 타이거즈

올 시즌까지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한 이용규(28)가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15일 복수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용규는 “더 이상 팀에 기대할 것이 없다. 떠날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용규는 KIA와 원소속구단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미 롯데 강민호처럼 계약을 맺은 선수가 있는가 하면,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해 세부사항만 놓고 조율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이용규는 다르다.

이용규는 “구단 측과 수 차례 만났지만 제시하는 계약안이 무엇인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내가 일이 있어 서울로 올라간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조건에 대해 말 한마디 없다는 것은 마지막 순간 구단안을 통보하겠다는 뜻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KIA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KIA는 모 매체를 통해 "사전 선수와 교감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냥 연봉 협상이 아닌 FA이며 큰 선수인 만큼 이전 만남에서도 합당한 대우를 해주겠다고 말했다"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용규는 올 시즌 부상으로 인해 타율 0.295 2홈런 22타점 21도루에 그쳐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아직 20대 젊은 야수이며 풍부한 국가대표 경험 등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가치는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아직 협상기한이 남아있어 잔류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선수는 팀을 떠나려 하고 구단 측 역시 주저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KIA가 이용규 붙잡기에 미온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KIA는 FA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대표적인 구단이다. 지금까지 굵직한 여러 FA들이 KIA와 계약을 맺었지만 이 가운데 성공사례는 단 1건도 찾아볼 수 없다.

KIA가 성사시킨 첫 번째 대형 FA 계약은 지난 2004년 마해영과 맺은 4년간 총 28억원이다. 이전 시즌 삼성에서 38홈런-123타점의 가공할 파괴력을 선보였던 마해영은 KIA 유니폼을 입자마자 곧바로 부진에 빠졌다. 결국 2년간 고작 23홈런만을 기록한 뒤 LG로 트레이드됐다.

이듬해에는 심재학에게 3년간 18억원을 투자했다. 2004년 KIA로 트레이드로 된 뒤 타율 0.282 22홈런 81타점의 활약을 펼친 점이 플러스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는 'FA로이드'에 불과했다. FA 계약을 맺자마자 심재학의 홈런은 반 토막이 났고 백업선수로 간간이 출전하다 2008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2006년에는 이종범과 장성호가 FA 자격을 얻었다. 구단 측은 이종범과 2년간 18억원에 계약했고, 장성호에게는 심정수(4년 60억원)에 이어 FA 역대 2위인 4년간 42억원을 안겼다. 이후 이종범은 매년 은퇴 압박에 시달렸고, 장성호는 최희섭의 입단으로 설 자리를 잃은 뒤 2010년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역대 KIA FA 계약 ⓒ 데일리안 스포츠

이후에도 잔혹사는 계속된다. 포수 김상훈은 2009년 우승할 당시 한 해 반짝 활약해 거액을 손에 쥐었고, 일본에서 돌아온 이범호도 당시 팀 내 최고 대우를 받았지만 활약은 최고가 아니었다.

가장 큰 비극은 현재 진행형인 김주찬이다. KIA는 지난해 김주찬과 4년간 50억원이라는 희대의 거품 액수를 안기며 데려오는데 성공한다. 당초 이용규-김주찬으로 이뤄진 테이블 세터진은 180득점-100도루를 합작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김주찬은 부상으로 인해 47경기 출전에 그치며 팀 추락을 지켜봐야 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상 또는 부진으로 제몫을 하지 못한 가운데 이용규 역시 하필이면 FA 시즌을 앞두고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9월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한 그는 왼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았고, 내년 시즌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한 것은 물론 재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KIA가 이용규의 부상전력을 이유로 FA 계약을 꺼리는 것 아니냐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 강민호가 역대 최고액인 4년간 75억원에 계약하며 덩달아 다른 대어급들의 몸값도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국 무리해서 잔류시키기 보다는 좀 더 안전한 길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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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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