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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가요제 'I got c' 표절? 그래 봤자 천만원


입력 2013.11.10 10:01 수정 2013.11.10 10:06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김헌식의 문화 꼬기>무도 음원 장사 버리고 싸구려 정신으로 돌아가라

제4회 무도가요제의 출품작인 'I got c' 가 네덜란드의 카로 에메랄드(Caro Emerald)을 표절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이 노래가 발표되자 마자 네티즌들은 강력하게 표절을 제기했다. 표절이라고 보는 이유는 카로의 ‘리퀴드 런치(Liquid Lunch)’와 ‘익스큐스 마이 프렌치(Excuse My French)’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I got c' 를 작곡한 프라이머리측은 스윙 장르의 특성상 비슷하게 들릴 뿐이라고 말했다. 즉 장르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같은 음악인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윙 장르라고 모두 'I got c'와 비슷하지는 않기 때문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물론 일렉트로닉 장르이기 때문에 일렉트로닉 장르음악은 모두 비슷하게 들려야 하지만 'I got c'는‘리퀴드 런치(Liquid Lunch)’와 비슷하다. 카로 에메랄드측의 데이비드 슈얼러스는 국내 매체 인터뷰를 통해 "인트로, 코드, 멜로디가 유사하다"고 봤다.

이런 표절에 대해서 벌금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반복된다는 비판이 있다. 비록 표절 판결이 나도 1000만~3000만원 정도의 벌금을 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노래가 일단 히트를 하면 돌아오는 수익은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수도 있지만, 이에 부합하게 벌금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법원 판단이 이루어지는 시점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오로지 도덕적 윤리적인 차원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뮤지션들이 이러한 도덕적 윤리적 양심을 팔고 돈을 위해 표절을 자행한다고 일반화 시킬 수는 없는 면이 있다. 그들이 처한 환경적 요건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우 문화 심리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MBC '무한도전'의 '무도가요제'는 그 대중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비판도 엄존한다. '무도가요제'에서 공개된 노래가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하기 때문이다.ⓒMBC MBC '무한도전'의 '무도가요제'는 그 대중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비판도 엄존한다. '무도가요제'에서 공개된 노래가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하기 때문이다.ⓒMBC

사실 MBC '무한도전'의 7인의 멤버들은 무도가요제에 출품할 자신들의 노래를 하나씩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 기간이 매우 짧았다. 멤버들이 뮤지션들과 짝짓기를 한뒤 그들이 서로 한달 여 만에 각자의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창작적인 압박에 시달리게 할 가능성이 많았다. 연습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창작 기간은 더 짧을 수 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인기곡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압박에 시달릴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항상 무도의 음원은 상위에 랭크되었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는 노래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기에 이미 세상에 나와 있어 반응이 좋을 수 있는 음악을 참고하려 했을 수 있다. 레퍼런스라고 하는 음악 샘플을 참조한 것이 아니라 카로 에메랄드(Caro Emerald)의 노래를 통으로 가져와 약간씩만 수정한 셈이 된 이유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논란이 이 곡을 작곡한 사람에게만 비판이 가해지는 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이미 '무한도전'이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겠다는 정신이 퇴색된 방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미 무도의 음원들은 음원 시장에서 강력한 문화지배자가 되었다. 또한 무도가요제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은 나름대로 인지도가 확보된 이들만 결합시키고 있다.

이 또한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하겠다는 취지와 거리가 있다. 요컨대 갑작스럽게 인기를 끌어올릴만한 노래를 만들어내야 하는 무한도전은 도덕적인 위기만이 아니라 원래 프로그램의 정체성도 위협받고 있다.

오히려 처음에 각자 자작곡을 만들어 경연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었다. 비록 조악하더라고 그안에 진실이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응에 놀란 제작팀과 멤버들은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전문 뮤지션을 영입하여 수준을 높이기 싶어했다.

여기에는 개그맨들, 희극인들이 음악을 만들었다는 비전문성의 딱지를 떼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작용하기도 했다. 무도가요제가 유명해지고 주목을 받을수록 그에 상응한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화되었다. 이는 다른 뮤지션도 마찬가지였고, 이대로 둔다면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평균이하의 남성 캐릭터들이 펼치는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았던 것이지 일류적인 콘텐츠를 제작했기 때문에 선호를 강력하게 받아 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 아가씨를 작곡한 프라이머리는 도덕적 윤리적으로나 민사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박지윤의 미스터리 역시 표절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음악 창작상의 흠결을 가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환경적인 요인에 모든 원인을 되돌리고 개인이 전적으로 면책될 수는 없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닐 지라도 케이 팝에 표절 혐의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산업적 팽창과도 별개는 아닐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케이 팝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측면도 있다. 개인적으로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 그 작곡상의 표절적인 흠결은 언제든지 포착되게 마련이다. 무한도전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시간적 기일과 흥행에 관계없이 예술가적 아티스트 정신이 케이 팝에게 요구되고 있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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