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열흘째…與, '망언'→'사과'→'사퇴' 촌극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10.26 00:00  수정 2025.10.26 00:00

'30억 갭투자' 이상경 사퇴…여당에선

"15억이 서민아파트" "모든 서민 빚내

집사야 한다 생각 않아" 등 실언 파장

野 "정청래, 부동산 대책 의견 밝히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정부 초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책인 10·15 대책 이후 서민과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권에서 부적절한 발언과 사과가 반복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서민 아파트는 15억원'이라거나 '지금 돈 모아 훗날 사라' '서민이 다 대출 받아 집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자 사과하는 식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아주 작정을 하고 국민의 염장을 지른다"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여론이 악화하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나서 "민감한 정책에 대해서는 조용히 정부를 뒷받침 해야 한다"며 사실상 당내 실언 자제령을 당부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여권 내에서 이른바 '서민 염장 지르는' 발언들이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 소속 복기왕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15억원 정도 아파트가 서민 아파트'라는 자신의 지난 발언에 대해 "조심스럽지 못했다"고 사과하면서도 재차 "서울 아파트 평균가는 15억원"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복 의원은 '똘똘한 한 채를 대출받아 자산 증식하고 싶은 욕구도 실현시키면 안 되냐는 반론이 많다'는 지적에 "(개인의 자산 증식) 욕망을 공공의 이익에 반하지 않게 일정 정도 억누를 수밖에 없는 것이 공동체"라며 재차 논란성 발언을 이어갔다. 또 "대책을 발표한 지 며칠 만에 벌써 집값이 폭등했나. 국민의힘은 말도 안 되는 선동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놨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는 서울의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러나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5% 올랐고, 성동·광진·강동 등 한강벨트 주요 지역은 1% 이상 뛰며 2013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는 서울 25개 구 전역이 조정대상·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고, 이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LTV)이 대폭 축소된 탓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야권에서는 서민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성토가 빗발친데다, 복 의원의 "욕망을 공공의 이익에 반하지 않게"라는 발언을 두고 다소 전체주의적 시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체주의(全體主義)는 전체를 개인보다도 우위에 두고 개인이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극단적 형태의 국가주의 사상 및 체제다. 전체주의를 처음으로 전국민에게 활용한 것은 공산주의를 수용한 소련의 스탈린이었다.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 ⓒ국토부

정부 부동산 대책 실무자의 실언도 가뜩이나 악화하는 여론에 불을 지폈다가 당 안팎의 뭇매를 맞더니 대국민 사과에 나선 촌극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최근 부동산 유튜브 채널에서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문제는 이상경 차관이 정부의 갭투자 근절 의지와 달리 정작 자신은 갭투자로 경기 성남시 백현동에 수십억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야권으로부터 '내로남불' 비판을 받았다. 앞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차관의 배우자는 지난해 7월 경기 성남 백현동 아파트를 33억5000만원에 매입했는데, 전세 보증금 14억8000만원을 채무로 신고해 갭투자 의혹이 일었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와 당내 일각에서 "파렴치하다"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경질해야한다"는 등의 쓴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이 차관은 국토부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결국 이 차관은 전날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 실행 불과 열흘 만인 25일 이 차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초강력 규제로 민심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재명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국민이 44%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21일~23일 무선 ARS 100% 방식으로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은 결과다. '적절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7%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민을 향한 '여권의 시각'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앞서 문진석 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대책으로 늘어난 현금 부담이 서민을 위한 대책으로 볼 수 있느냐'라는 물음에 "모든 서민이 빚을 내서 집을 사진 않는다"며 "15억원 이하 주택에서 6억원이라는 대출 총액을 조이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아파트가 15억원일 경우 6억원 대출 받더라도 이론적으로 현금 9억원이 필요한데, 이를 서민으로 볼 수 있느냐'라는 지적에 "서민의 기준을 논할 순 없지만 대부분 실소유자가 많이 분포된 건 그 가격대"라고 답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앞으로 서민들은 대출받아 집 사면 안 되고 문 수석처럼 77억 재산 가진 현금부자만 현찰로 집 사야 한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박수현 수석대변인을 통해 "부동산 같은 민감한 정책에 대해선 조용히 튼튼히 정부를 뒷받침하는 게 당의 기조"라고 강조했다.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실언으로 논란이 지속하자 사실상 함구령을 내린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 대표를 향해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을 대변해 의견을 밝혀 줄 것을 촉구했다. 손범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대처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며 "원내대표와 국토위 위원들은 국민을 조롱했고, 정 대표는 '묵언수행'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력한 개혁 정당'을 외치는 여당 대표의 침묵은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으로 국민들은 이해하고 있다"며 "아니면 '블랙홀'처럼 정부 정책을 부정적으로 빨아들이는 현 상황을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으로서 즐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겠냐"고 따져물었다.


30억 갭투자 논란으로 사퇴한 이 전 차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상경은 끝내 직(職)보다 집을 택했다. 집은 절대 팔면 안 된다는 이재명 정부의 메시지"라며 "실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이미 발표된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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