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윤관·구연경의 소름돋는 '우연' 알리바이 [사건의 재구성]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5.12.17 11:11  수정 2025.12.17 16:13

검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윤관 징역 2년·구연경 징역 1년 구형

부부 혐의 부인 "투자정보 공유 없었다…우연히 주식취득기간 유사"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내년 2월 선고

윤관·구연경 부부의 수상한 투자ⓒ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우연이었다."


그럴 수 있다.

한 번쯤은.


같은 시기, 같은 종목에 투자한 것.

같은 사람에게 투자처를 소개받은 것.

주변 사람들이 같은 판단을 한 것도.


모두, 각각은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우연이 반복되고 겹치는 순간,

사람들은 더 이상 우연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것을

패턴이라 부르고,

구조라 부르고,

때로는 의혹이라 부른다.


이 사건이 남긴 질문도 여기에 있다.


우연의 우연의 우연은,

정말 우연이었는가.


아니면

우연처럼 보이도록 작동한

가장 안전한 전달 방식이었는가.


대립되는 주장들.


"같은 경로로 메지온을 알았고 각각 거액을 투자했지만 부부는 서로 전혀 몰랐다."

"우연'이라는 말은 내부자 거래에서 가장 전형적인 알리바이다"


검찰은 이 부부의 행위를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라고 규정했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 징역 1년· 벌금 2000만원, 추징명령 1억566만원 .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 - 징역 2년·벌금 5000만원.


1. 그날, 그 사건


윤관 BRV 대표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두 사람은 부부다.

그리고 지금, 함께 피고인석에 서 있다.


사건의 핵심은 단순하다.

미공개 중요 정보가 있었는가.

있었다면, 그것이 어떻게 전달됐는가.


문제는 그 '어떻게'가

가장 흔적이 남지 않는 관계,

부부 사이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2. 검찰의 시선


2023년 4월.

코스닥 바이오 기업 메지온.

그리고 투자사 블루런벤처스(BRV).


검찰은 이렇게 본다. 2023년 4월 11일.


"윤관은 BRV의 최고투자책임자로서

메지온의 500억원 유상증자 정보를 알았고,

그 사실을 아내 구연경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2023년 4월 12일.

구연경 대표는 메지온 주식

3만5990주, 약 6억5000만원 상당을 매수한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는 하루 만에 16% 이상 상승.

1만3000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이후 한때 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결과로만 보면,

380%·약 17억원의 수익도 가능했다.


검찰은 말한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정보의 결과라고.


3. 부부의 입장


그러나, 부부의 말은 다르다


윤관·구연경 부부는 고개를 젓는다.


"직접 증거 없이 무리하게 기소한 사건이다."


"남편(윤관)의 메지온 투자는

아내(구연경)의 주식 매수와 무관하다."


"각자의 독자적 판단이었다."


이들이 내세운 핵심 반박은 '우연'이다.


구연경·윤관 부부 주변 수상한 주식 거래 사건의 재구성ⓒ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4. 수상한 투자 패턴


그래서 검찰은 '패턴'을 본다


검찰이 꺼내든 건

간접 증거, 그리고 반복이다.


첫 번째는 투자 유사성.


구연경 대표는

메지온뿐 아니라

고려아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매수했다.


이 종목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윤관 대표가 실질적으로 관여한

BRV캐피탈·다올이앤씨의 투자 대상이라는 점.


검찰은 이렇게 본다.


"주식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구연경이

윤관에게 의존해

투자 종목을 선택했다."


두 번째는 '공유된 투자 정보'.


검찰은 부부의 텔레그램 대화를 제시한다.


구연경 대표의 모친 김영식 여사의 지인,

이른바 '성화아주머니'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 묻자,

구연경은 그 내용을 그대로 윤관에게 전달한다.


윤관이 답한다.

구연경도 "알겠다"고 메시지.


검찰은 말한다.

이건 일상적인 정보 공유의 증거라고.


세 번째는 주변으로 번진 투자.


구연경 대표는 당시,

LG 직원들에게

투자 종목과 시기를 추천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샀다가

다음 날 전량 매도.

이후 한국앤컴퍼니로 변경.


그 곁에 있던 직원도

같은 종목, 같은 시기에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


검찰의 해석은 이렇다.


"이건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받은

확실한 정보를 근거로 한 투자다."


그리고 검찰은 2023년 4월 11일을 주목한다.

윤관 대표 모친의 생일.

가족 식사 자리가 있었다.


검찰은 의심한다.


"이날, 메지온 유상증자 정보가

구두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노성일 메지온 경영지원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미 말한 바 있다.

"가격 등 큰 틀에서 중요한 부분이 4월 11일 이전에 정해진 건 맞다."


윤관 대표의 투자관련 지배구조도ⓒ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5. 부부의 최후 진술


윤관 대표는 말한다.


"아내가 어떤 주식에 투자했는지

지금도 모른다."


구연경 대표도


"남편 회사가

어디에 투자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구 대표는 메지온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

여기서 등장하는 이름 하나.


'제로 쿠'.


구연경 대표는 말한다.


"2022년 10월,

제로 쿠에게서

메지온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제로 쿠는

윤관 대표 부친과 친구 관계로 알려진 인물.

BRV의 500억원 투자 검토 이전,

윤관과 메지온을 연결한 브로커다.


부부는 주장한다.

메지온은 각자 제로 쿠를 통해 알았고,

서로의 투자는 몰랐다고.


6. 재판부의 결정


최후진술에서

구연경·윤관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내부 정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안다."


"서로의 투자에 대해

대화한 적 없다."


"만약 들었다면,

오해받기 싫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부라는 관계.


자본시장에서

가장 은밀하고,

가장 설명하기 쉬우며,

동시에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연결.


말 한마디면 충분하고,

말 한마디도 남지 않는 구조.


같은 시기,

같은 종목,

같은 투자 구조,

같은 정보선상에 있던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우연의 중심에

구연경·윤관 부부가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어떻게 전달했느냐'보다

'왜 이렇게까지 겹치는가'를 묻는다.


1심 재판부(부장판사 김상연)는 이제

하나의 질문 앞에 서 있다.


우연의 누적이냐, 정보의 결과냐.


공개되지 않은 중요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


선고기일은 내년 2월 10일 오후 2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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