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은 '동색무죄 이색유죄' 재판?

이상휘 선임기자

입력 2013.11.02 10:18  수정 2013.11.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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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법정에서조차 사색당파 놀음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우리 정치의 역사는 갈등이었다. 당파였다. 끝없는 당파간의 대립과 반목이었다.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 등으로 갈라졌다. 그것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이념과 정파로 갈라지고 대립한다. 진보와 보수, 그리고 지역끼리도 반목한다.

정파의 이익과 다르면 적이다. 진저리나게 따지는 것이 색깔이다. 내편과 적으로 갈리는 것이다. 세계사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다.

우리 선조들은 자랑스럽게도(?) 정파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히 강했다. 행동과 모습에서도 정파색을 구별했다.

충북 괴산에 만동묘가 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명나라 신종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사당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 준 보답으로 세운 것이다. 이후 이곳에 선비들이 자주 찾았다. 그 선비들의 모습에서 정파의 특징이 고스란히 있었다고 한다.

예컨대, 입구에서 경치를 즐기는 감탄하는 남인, 경치를 보지 않고 길만 가는 사람은 북인이었다. 만동묘를 바라보며 공경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노론, 무심하게 경치만 보는 사람은 소론에 속하는 선비였다.

부인들의 차림새도 그랬다. 사료에 의하면, 헤어스타일에서도 노론과 소론을 구분했다. 느슨하거나 아니면 바짝 올려서 쪽짓는 형태로 차별했다. 치마 주름도 촘촘하거나 느슨하거나의 차이를 두었다.

어찌보면 재미있고, 어찌보면 기가막힐 일이다. 얼마나 당파성이 강했으면 선비들의 행동에서도 그것을 알겠나 싶다. 그런 유전자들이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에는 법정에서도 당색이 작용하는 것 같다.

안도현 시인이 28일 전주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이 나오자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선고는 다음 달 7일 내려진다.ⓒ연합뉴스

최근 발생한 일이다. 국민참여재판 결과 때문이다. 지난달 28일이었다. 전주지법은 안도현 시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혐의였다. 안도현 시인은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결과는 배심원 전원의 무죄의견이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판결을 미뤘다.

지난 8월, 부산지법에도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역시 박근혜 후보를 비방한 전모 씨에 대한 기소건이었다. 7명의 배심원들은 만장일치 유죄평결을 내렸다. 같은 사안임에도 배심원들의 평결이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전주지역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강한 지역이었고 부산지역은 그 반대로 봐야 한다. 배심원들은 그 지역 사람들이다. 정치적 인식에서 자유스럽다고 보기 어렵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배심원제도는 단계적 도입을 시행한지 5년이 되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없애자는 취지였다. 공정한 재판을 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걱정이 많았다.

좁은 국토에서 “혈연, 학연, 지연에 엮이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구도를 넘어설 수 있느냐”는 문제도 큰 것이었다. 걱정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배심원들의 평결은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석연치 않고 찝찝한 면은 어쩔 수 없다.

언론들은 일제히 ‘정치에 휘둘린 국민참여재판’으로 보도했다. 공정한 법정에 정치가 끼어든 것이다. 당색과 정파의 이념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쉽게 볼 일이 아니다. 법은 최후의 수단이다. 사회가 유지되고 국가가 건강하게 버티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법보다 내편이 우선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국민참여재판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2010년 437건에서 지난해에는 737건으로 급증했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법정에서 조차 좌우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가뜩이나 시끄러운 요즘이다. 국정원 댓글로 인해 야당은 집요하게 박 정부를 물고 늘어진다. 대통령이 나서서 일벌백계와 철저한 수사를 천명했다.

나라가 어지럽다. 빨리 안정이 되어야 하겠지만, 또 지나고 나면 어떤 것이 기다릴지 국민들은 불안하다.

수없는 세월을 내림받은 정쟁의 역사, 그 어두운 역사를 아직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법정까지 말이다.

“유전무죄,무전유죄”의 시대가 지났는가?
“동색무죄,이색유죄”의 시대로 되었는가?

라고 묻고 싶다.

모두가 자성하고 성찰할 때다. 색이 같아도, 색이 달라도 같은 하늘아래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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