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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1 굴욕' 가가와, 김보경에게 해답있다


입력 2013.10.28 10:50 수정 2013.10.28 15:5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코칭스태프-동료들 모두 불신..추락만 거듭

김보경 ‘호전적 돌파-자신감’ 보고 배워야

김보경(왼쪽)과 가가와 신지. ⓒ 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김보경(왼쪽)과 가가와 신지. ⓒ 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

'평점 1‘ 굴욕을 당한 가가와 신지(24·맨유)와 ’박지성 후계자‘로 불리는 김보경(24·카디프시티)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

가가와는 첼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등 강팀들을 상대로 드리블 돌파를 망설인다. 실패 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이다. 반면, 김보경은 첼시와 맨시티를 상대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거침없는 돌파를 시도하는 등 모험을 즐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선호하는 쪽은 당연히 ‘어그레시브 김보경’이다. EPL은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높이 산다.

김보경과 가가와는 89년생 동갑내기로 전 세레소 오사카 출신이다.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둘은 현재 나란히 영국에서 뛰고 있지만, 팀 내 위치는 상반됐다.

가가와는 지난 26일 EPL 9라운드 스토크 시티전(3-2 맨유 승)에서 오랜만에 선발로 나섰지만 존재감은 희미했다. 영국 ‘골닷컴’은 가가와에게 팀 내 최저인 ‘평점 1점’을 줬다. 1점은 후반 홈 관중의 야유 속 교체된 루이스 나니와 같은 점수다.

스토크전에서 드러난 것처럼 가가와의 치명적인 약점은 ‘자신감 결여’다. 용기가 부족해 대범한 움직임이 전무했다. 심지어 후반엔 크로스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소심한 가가와는 호전적인 웨인 루니와도 ‘상극’이다. 루니는 스토크전에서 가가와에게 패스를 꺼렸다. 전반 중반 가가와가 공간을 침투했지만, 루니는 가가와를 외면한 채 무모한 슈팅을 시도했다.

가가와는 비슷한 체격의 김보경을 보며 깨달아야 한다. 김보경은 유순하고 평화적인 얼굴과 달리 행동은 전투적이다. 볼을 잡으면 호전적 돌파와 전진패스를 시도한다. 최근엔 말키 감독의 주문에 따라 민첩한 드리블을 자주 선보였다.

첼시전이 좋은 예다. 존 테리와 다비드 루이스를 상대로 겁 없이 돌파해 득점기회를 만들었다. 말키 감독은 김보경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프리롤, 최전방 가짜 공격수 등으로 활용한다. 쓰임새가 많은 김보경은 카디프 공격 전술 그 자체다.

반면, 가가와는 맨유에서 쓰임새가 한정됐다. 김보경처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임에도 본 포지션에서 뛸 수 없다. 맨유 선수층이 두꺼운 탓도 있지만, 가가와 잘못도 분명 있다. 자기 포지션에서 뛸 때 믿음직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라면 공격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런데 가가와의 공격력은 무디다. 소극적이고 창의력이 부족하다. 때문에 맨유 뿐만 아니라 일본 대표팀에서도 혼다 케이스케에게 중앙을 내주고 측면에서 뛴다. 측면으로 내몰린 가가와는 더욱 불리하다. 모험심이 부족해 안전제일 백패스가 잦다.

가가와가 영국에서 살아남는 길은 두둑한 배짱과 빠른 두뇌 회전이다. EPL은 거구들이 많다. 당장 스토크시티만 하더라도 유럽 최고의 덩치를 자랑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덩치가 크면 상대적으로 순발력이 느리다. 가가와는 이 부분을 공략해야 한다. 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 말처럼, 민첩하고 부드러운 공격이 유연성 결여된 바위 문을 부술 수 있다.

가가와는 같은 극동아시아 출신 김보경과 이청용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김보경은 매끈한 돌파, 이청용은 상대선수의 동작을 역이용하는 지능을 갖췄다. 가가와의 꼬인 맨유 생활의 해답을 김보경이 펼쳐 들어 보이고 있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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