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마다 '아이들 경쟁' 왜 지금 키즈 트렌드?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입력 2013.10.12 10:18  수정 2013.10.12 10:23

<김헌식의 문화 꼬기>저출산이 낳은 아이 중심사회의 결과물

최근 개봉 영화 '소원'은 성폭행을 당한 어린 소원이(이레)를 두고 벌어지는 불행한 사건들과 가족과 이웃의 갈등, 화해, 협력, 행복을 감동적으로 다룬다. 여기에서 모든 서사의 출발은 소원이에게서 비롯한다. 영화 ‘도가니’가 아동 성폭행 범인을 두고 벌어지는 재판정의 공방 모습을 주로 그려낸다면, 이 영화는 재판과정을 통한 분노와는 별도로 소원이가 일상으로 다시 복귀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즉 아이가 어떻게 잘 성장할 것인가에 초점을 더 맞춘다. 이는 법이나 제도가 궁극적으로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가를 드러낸다.

이번 주 개봉 영화 '화이ㅡ괴물을 삼킨 아이'도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가 주인공이다. 납치되어 강제로 양육된 화이(여진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을 다루면서 낳아준 부모와 길러준 부모 사이의 갈등 상황을 범죄 액션 영화 코드와 접합 시키고 있다. 비록 선정적인 폭력성이 어린 주인공의 정체성 모색에 극단적으로 작용 하고 있지만, 대형 상업 영화에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중심 캐릭터를 아이가 차지하고 있다. 아이가 없는 양아빠들은 화이를 자기 아이로 만들기 위해 진력한다. 그들은 버림받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아이의 공동 아빠가 되어 자신들과 달리 트라우마를 없애주려 한다.

이런 영화들은 아이를 단지 어른보다 부차적인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들의 사고와 관점에서 스토리와 인물관계가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응석이나 부리는 어린 아이나 유아의 상태로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천만 관객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예승이(갈소원)이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영화는 성립될 수 없었다. 용구(류승룡)는 이른바 딸 바보다. 자기 딸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버린다.

이런 아이의 전면적인 등장은 키드 시네마가 대세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키드 코드는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일본 원작의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나, '여왕의 교실'도 어린이의 관점과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또한 이는 청소년 드라마와 일반 드라마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관점을 적극 드러내기도 하지만, 거꾸로 아이들의 관점들이 기성세대에게 반영되기도 한다.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열연한 여진구. 동영상 화면 캡처.

드라마 '학교 2013년'도 이런 점에서는 현실적인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여왕의 교실'과 비교할 때, 관념적인 내용이 더 있었다. 특히 여교사의 캐릭터는 이상을 지향하지만 반이상적이었다.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아빠와 아이가 벌이는 사건이나 에피소드가 아니라 아이들의 사고와 관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KBS '위기탈출 넘버원'은 아이를 중심으로 가족의 안전생활 지침이나 대비 요령을 집중 부각해 성공한 바가 있다.

키드 코드는 성인에게도 키덜트 트렌드에 일찍부터 반영돼 왔다. 무엇보다 이렇게 영화나 방송에서 아이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 맞물려 있다. 우선 저출산으로 아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가족 중심의 문화가 아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녀의 수가 적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집중도가 강해졌다. 의식적으로 육아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특히 남성들의 변화가 커졌다.

딸 바보 아빠개념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혼 싱글들은 조카 바보를 통해 대리만족을 추구하기도 한다. 다른 지출은 줄인다고 해도 아이에 대한 측면은 쉽게 감소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키즈 마케팅이 주목되기도 했다. 출판에서도 육아와 교육, 학습에 관한 책들은 다른 분야보다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하나의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율적 사고와 자아를 가진 존재로 간주하는 것이다.

프렌디 즉, 친구 같은 아빠는 바로 아이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을 말해준다. 이는 그만큼 아이를 자율적 개체로 존중하고 있음을 말한다. 콘텐츠들이 이를 반영 할 때 현실적인 화두를 잘 풀어낼 수 있으며, 마케팅 차원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더구나 인터넷 환경에서 나이가 많고 적음은 부차적이다. 영화 '연가시'나 '숨바꼭질'처럼 어린이들에게 회자되는 스토리들이 대중적 성공을 거두는 이유가 되겠다.

하지만 아이의 성장에 따라 유아기 때와 다르게 사회구조는 억압적으로 작용한다. 어쩌면 그 상징은 영화 ‘화이’의 팀 리더 석태(김윤석)일 것이다. 결국 화이는 그와 맞서고 극복해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아이 중심 사회의 미래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