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의 문화 꼬기>저출산이 낳은 아이 중심사회의 결과물
최근 개봉 영화 '소원'은 성폭행을 당한 어린 소원이(이레)를 두고 벌어지는 불행한 사건들과 가족과 이웃의 갈등, 화해, 협력, 행복을 감동적으로 다룬다. 여기에서 모든 서사의 출발은 소원이에게서 비롯한다. 영화 ‘도가니’가 아동 성폭행 범인을 두고 벌어지는 재판정의 공방 모습을 주로 그려낸다면, 이 영화는 재판과정을 통한 분노와는 별도로 소원이가 일상으로 다시 복귀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즉 아이가 어떻게 잘 성장할 것인가에 초점을 더 맞춘다. 이는 법이나 제도가 궁극적으로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가를 드러낸다.
이번 주 개봉 영화 '화이ㅡ괴물을 삼킨 아이'도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가 주인공이다. 납치되어 강제로 양육된 화이(여진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을 다루면서 낳아준 부모와 길러준 부모 사이의 갈등 상황을 범죄 액션 영화 코드와 접합 시키고 있다. 비록 선정적인 폭력성이 어린 주인공의 정체성 모색에 극단적으로 작용 하고 있지만, 대형 상업 영화에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중심 캐릭터를 아이가 차지하고 있다. 아이가 없는 양아빠들은 화이를 자기 아이로 만들기 위해 진력한다. 그들은 버림받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아이의 공동 아빠가 되어 자신들과 달리 트라우마를 없애주려 한다.
이런 영화들은 아이를 단지 어른보다 부차적인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들의 사고와 관점에서 스토리와 인물관계가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응석이나 부리는 어린 아이나 유아의 상태로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천만 관객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예승이(갈소원)이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영화는 성립될 수 없었다. 용구(류승룡)는 이른바 딸 바보다. 자기 딸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버린다.
이런 아이의 전면적인 등장은 키드 시네마가 대세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키드 코드는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일본 원작의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나, '여왕의 교실'도 어린이의 관점과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또한 이는 청소년 드라마와 일반 드라마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관점을 적극 드러내기도 하지만, 거꾸로 아이들의 관점들이 기성세대에게 반영되기도 한다.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열연한 여진구. 동영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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