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93' 오뚝이 임창용, 11년 전 굴욕 씻는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3.08.02 08:56  수정 2013.08.03 09:35

마이너리그 14이닝 3실점, 평균자책점 1.93

불혹 앞두고 ‘마지막 꿈’ 도전, 후배들에겐 귀감

임창용이 올 시즌 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 연합뉴스

임창용(37·시카고 컵스)의 메이저리그 데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의 아이오와 컵스에서 활약 중인 임창용은 7월까지 마이너리그에서 14이닝 3실점,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7월, 오른 팔꿈치에 인대를 붙이는 토미존 수술을 받은 임창용은 일본무대 재도전과 국내 복귀, 은퇴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됐지만 시카고 컵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메이저리그는 임창용의 오랜 꿈이었다. 임창용은 일본무대에서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부활했던 시절에도 "은퇴하기 전 한번쯤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현재로서는 임창용이 올 시즌 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임창용은 7월 들어 불과 일주일 간격을 두고 더블 A와 트리플A를 넘나들며 초고속 승격을 거듭했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투수로서는 이례적일만큼 빠른 승격이다. 임창용을 후반기 ‘즉시전력감’으로 분류하고 있는 컵스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임창용은 마이너리그에서 마지막 최고 레벨인 트리플A에 올라오자마자 2경기에서 무실점,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빠르면 8월 이내에 임창용이 빅리그로 승격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류현진에 비하면 임창용의 MLB 진출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감이 있다. 그러나 임창용의 도전 역시 류현진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한국야구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한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임창용의 도전은 큰 의미를 지닌다. 처음 일본에 진출하던 2007년부터 임창용은 전성기 지난 투수라는 편견을 딛고, 부활과 재기의 드라마를 거듭해왔다.

야쿠르트에 입단할 당시 30대 중반의 나이인 그가 받은 몸값은 2년간 연봉 1500만엔(약 1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모두가 임창용의 일본진출을 무모하다고 비웃었지만 임창용은 보란 듯이 실력으로 재기했고 이후 일본에서 128세이브를 거두며 특급마무리로 거듭났다.

2012년 부상으로 주춤한 임창용은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사실 은퇴를 선언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였고, 일본에 남더라도 임창용을 눈독 들이는 구단이 있었다.

하지만 임창용은 이번에도 예상을 깨고 이번엔 미국진출을 선언했다. 2002년 첫 포스팅 시스템에서 쓰디쓴 굴욕을 당한 이후 계속 간직해왔던 빅리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임창용이 다음시즌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는다면 이상훈-구대성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과 일본을 거쳐 메이저리그무대에 입성하는 선수가 된다.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임창용에게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빅리그에 데뷔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활약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임창용 같은 도전 사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하나의 롤 모델이 될 수는 있다. 류현진 같이 화려한 엘리트코스를 밟아서 성공하는 선수가 있다면, 임창용처럼 거듭된 시련에도 오뚝이같이 살아남는 선수도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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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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