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동성로 거리 축제.

입력 2006.05.15 10:36  수정

청춘(靑春)! 두 단어가 거리를 활보하는 동성로에서 젊음과 낭만의 정취를 마음껏 느꼈다.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민태원(1894~1935).소설가의 청춘예찬(靑春禮讚) 중에서”

대구 동성로 거리 축제장


신록(新綠)이 무르익는 5월! 젊음이 넘치는 대구 동성로 거리 축제가 3일간 열렸다. 1990년대부터 시작한 이 축제는 이번에 17회를 맞는다. 식전 공연 날뫼북춤 공연을 시작으로 “시민참여 스타 만들기”라는 테마로 대구 중심 상권 활성화와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동성로 거리 만들기가 주제다.

1무대(대우빌딩 앞), 2무대(대구 백화점 앞), 3무대(중앙치안센타 앞)로 구분하여 특색있게 꾸몄다. 1무대는 주 관람객이 노년층을 겨냥한 가요학당 콘서트, 건강게임 등으로 이뤄졌으며, 2무대는 월드컵 OX 퀴즈 대항전, 매직 Show, 비보이즈 댄스팀 공연, 동성로 하얀 얼굴 예쁜 몸매 선발대회, 동성로 가요제 등이 열리고 3무대 행사는 도전 월드컵 100곡, 달구벌 동아리 대 열전, 동성로 樂 2006 등이 열렸다.

이번의 축제의 특성 중 하나는 주민을 찾아가는 건강관리 부스 설치와 불조심 예방을 위한 어린이 소방 체험행사가
소방체험행사
도회 중심지에서 오가는 이들의 소매 끝을 붙잡았다. 부모와 함께 시내 봄나들이 온 아이들에겐 마냥 즐거운 모습이지만 소방체험을 몸소 격고 난 아이들의 표정 또한 경각심을 알고 난 체험의 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이들의 어깨의 힘이 반듯하다.



2006´ 월드컵 승리를 위한 기원문을 달고 있다.


축제 행사에 장터가 없을 리가 없다. 한일극장 건너편에서 대우 빌딩으로 가는 길 중앙 사이사이 마다 장꾼들이 전을 폈다. 판매하는 품목마다 젊은이 거리에 맞는 품목이 있고 노년층에 맞는 품목이 있지만 몽땅 1무대 방향 쪽으로 앉으니 투덜대는 이들도 있다.

대구의 명동이랄 만큼 사람들이 북적이지만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다. 그런데 이 장터에 1년이 된 김씨가 한 해 동안 별별 품목을 다 손댔지만 실패했다. 그러다 이번 봄의 벚꽃축제 진해 군항제에서 옆의 부스에 앉은 장꾼한테 배운‘꿀타래’로 대박을 낸다.
´꿀타래´로 대박을 낸 장꾼
한 타래가 1분여 만에 1만 6천 여 가닥을 뽑아내니 지나는 이들은 신기해서 모두 발걸음을 멈춘다.

갈수록 손의 재빠름이 매출을 극대화 시켜가는 되도 마지막 날엔 물건을 못 만들어 팔 지경이다. 대박이다. 도장 파는 코주부 영감(알코올 기운으로 코가 빨갛다)이 시무룩하다. 옆 부스가 비어 있으니 특허 낸 마늘 까는 기계를 파는 영감하고 친구인지 손님들이 없으면 부스를 빠져나와 어슬렁거린다.
“장사 안하고 뭐 하십니까?”
“장사 별루네.”
“영감님도, 술기운이 없으니 장사 안 돼지요. 술 한 병 사다 드릴까?”

주춤주춤하던 영감도 고개를 끄떡거린다. 소라무침과 소주 한 병을 그에게 내미니 반 컵을 주욱 들어 마신다. 캬하- 하는 소리의 추임새 소리를 들은 손님 하나 둘씩 붙는다. 약효(?)발이 있었는지 금세 10여개의 도장을 파냈다.‘역시 난 술기운이 없으면 안돼’하는 표정을 짓는다.

2006´ 동성로 가요제


지난 이야기이지만 6년 전에 동성로 축제장에 처음으로 텐트를 칠 때 이런 일도 있었다. 주최자인 사단법인 달성문화 선양회에서 거리 축제를 시작할 때 이벤트 회사에 전국 우수 특산물 전을 열자고 했다. 나에게 부탁이 왔다. 30여 부스정도의 국내 우수 농 특산물 업체를 선정해 달라고 했다. 당연히 시내 중심지이니 수락하고 부스를 채웠다.

그런데 오픈 날 보니 이건 무슨 도떼기시장 같다. 이벤트 회사가 얼마의 수익금을 더 올리려고 야시장(夜市場) 팀을 중앙치안센타에서 대구 백화점 쪽으로 밀어 넣었다. 상가번영회에서 난리가 났다. 자기들 파는 품목들이 고스란히 도로 중앙의 부스에 점령하니 구청장한테 항의 하자느니 달성문화 선양회 또한,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그들도 손을 들고 말았다. 아무 죄(?)도 없이 입점한 우리들만 손해 볼 지경이다.

오후 3시 무렵부터 구청에서 온 철거반원들이 텐트를 뜯기 시작했다. 장꾼들은 아랑곳 않고 하루 장사를 땡볕 아래서 끝냈다. 대박 낸 이들이 다수니 그런 지경이어도 나에게 불평불만이 없었다. 하루 만에 끝낸 동성로 거리 축제였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체계가 잡혀 있으니 그런 일도 없지만 그 당시엔 참 곤혹스러운 하루였다.

이번 축제에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부스를 도로 중앙에 설치해 줬지만 저녁의 어스름이 몰려오면 부스가 어둠에 싸인다. 전기 공급시설을 해주지 않아 장꾼들은 너나없이 상가의 전기를 끌어 쓰느라 하루 만원의 돈을 거둬 전기공급을 받았다. 축제란 모름지기 오는 이에게 즐겁고 참가하는 이에게 이로운 게 당연하다.

청춘(靑春)! 두 단어가 거리를 활보하는 동성로에서 젊음과 낭만의 정취를 마음껏 느꼈다. 정춘은 곧, 이상(理想)의 모태다. S 클라크(영국의 철학자)는 청년들이여! 야심을 품으라 했다. 생각하는 것이 인생의 소금이라면 희망과 꿈은 인생의 사탕이다. 꿈이 없다면 인생은 쓰다. (F.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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