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옷의 브랜드를 공개 못하는 이유가

김지영 기자

입력 2013.07.05 11:49  수정 2013.07.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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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저급한 헐뜯기 두려워 말고 이젠 당당하게 공유해야

중국 국빈 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의 정장 상의 색상이 흰색에서 보라색까지 화사하다. 사진 왼쪽부터 27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흰색, 인민대회당 행사에서 노란색, 28일 오전 댜오위타이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붉은색, 시진핑 주석내외와 특별오찬에서 분홍색, 29일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에서 보라색 정장 차림. ⓒ연합뉴스

여느 국가의 퍼스트레이디가 그렇듯 우리나라의 퍼스트레이디이자 국가원수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방중에서 입었던 옷들도 한동안 화제가 됐다.

한복 두 벌에 양장 일곱 벌. 특히나 관심을 모았던 건 한복이다. 박 대통령의 한복을 만들었던 디자이너는 며칠 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여기에 새누리당 측은 현재 한복 세계화를 위한 진흥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한복 사랑’이 계기다.

다만 박 대통령이 입었던 양장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국내 상품인지, 해외 명품인지, 아니면 맞춤 제작인지. 청와대 측은 박 대통령이 입었던 옷의 브랜드를 알려달라는 취재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 첫째는 너무 사적인 부분이라는 이유고, 둘째는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그럴 만도 하다. 여론의 관심은 청와대의 의도를 빈번하게 빗겨나갔다. 청와대 측은 지난 4일 박 대통령이 방중기간 중국 인사와 주고받은 선물을 공개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화융성과 관련해 해외에 당당하게 대통령이 선물한 공예품들을, 우리 장인들의 숨겨 능력과 우수함, 예술성을 소개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목록을 추가해서 주니 (언론에선) 주고받기 식으로 다뤘다”고 토로했다.

우리 장인과 기능인, 공예품의 우수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준 것과 받은 것이 몇 개냐’는 숫자에만 관심이 쏠렸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선물의 개수보단 선물을 만든 우리 장인들의 우수성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비슷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월과 3월 박 대통령이 들었던 가방과 지갑이 화재가 되면서 해당 상품을 만든 기업들이 소위 ‘대박’을 친 것. 가방은 순식간에 품절됐고, 지갑은 밀려드는 주문에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박 대통령에겐 ‘완판녀’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때도 여론의 관심은 의도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업계는 박 대통령의 국산품 애용이 국내 중소기업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중소기업 경기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지만 ‘박근혜 백’, ‘박근혜 지갑’이란 이름으로 해당 제품만 불티나게 팔렸을 뿐이다.

또 박 대통령의 가방은 저가의 중소기업 제품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국내 명품 브랜드로 잘못 알려져 정작 가방을 만든 기업은 여론의 관심에서 외면당했다. 지갑도 마찬가지. 지갑을 만든 기업의 이름보다 4000원이라는 가격이 더 많이 알려졌다. 결국 ‘한탕’ 외엔 남은 게 없다.

앞서 언급했듯 어느 나라든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은 화제가 된다. 이에 미국의 미셸 오바마 여사는 취임식 등 행사를 마치고 자신이 입은 옷의 디자이너를 발표하기도 한다. 자국의 디자이너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패션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대한민국을 비하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당사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외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기 십상이다. 실제 박 대통령의 가방이 1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으로 알려졌을 땐, 일각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 패션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박 대통령이 입었던 옷이 명품이라면 일각에서 이유 없는 비판이 쇄도할 테고, 국산 제품이라면 해당 기업의 일시적인 매출은 오르겠지만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이미지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터다.

그나마 옷을 만든 기업의 이름이라도 알려지면 다행이겠다. 허나 기업의 이름보단 옷의 가격이 더 유명해질 것 같다. 4000원짜리 ‘박근혜 지갑’처럼 말이다.

유명 연예인의 패션 아이템에 ‘000 구두’, ‘000 드레스’라는 꼬리표가 붙듯, ‘대통령 옷’ 또는 ‘000원짜리 옷’이라는 시각만으로는 본질을 읽을 수 없다. 최소한 대통령이 사용한 국산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의 우수성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대통령이 입은 옷의 브랜드도 부담이 아닌 자랑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앞서 열거한 이유들로 청와대가 옷의 브랜드를 밝히지 못하는 건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국민이 대통령의 옷에서 무엇을 보느냐는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그 옷을 입었고, 어떤 의도로 옷의 상표를 공개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지금까지는 공개보단 해명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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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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