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과 2007년, 한국 프로야구는 잇따라 2명의 괴물들을 맞아들였다. 국가대표 에이스로 성장한 류현진(26·LA 다저스)과 김광현(25·SK 와이번스)이 그들이다.
트리플크라운을 작성하며 프로야구 사상 첫 신인왕과 MVP를 동시 석권한 류현진은 성장과 성공의 궤를 함께 하며 마침내 메이저리그의 문을 열었다. 한 해 뒤 프로에 입단한 김광현은 루키 시즌 다소 부진했지만 프로 2년차였던 2008년, MVP에 선정되며 류현진 최대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두 괴물이 버티는 국가대표 마운드도 든든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김광현이 일본을 연이어 침몰시켰고, 류현진은 결승서 만난 쿠바를 상대로 호투를 펼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2010년은 류현진과 김광현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류현진은 1.82라는 경이적인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그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김광현도 역대 최고의 활약을 펼친 2인자라는 평가와 함께 17승 7패 평균자책점 2.37로 시즌을 마쳤다. 무엇보다 데뷔 후 처음으로 성사된 두 괴물의 맞대결은 선동열-최동원 이후 최고의 흥행카드였지만 비로 무산돼 야구팬들의 많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류현진과 김광현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둘은 지난 2011년 약속이라도 한 듯 부상 암초를 만났다. 그러나 류현진이 1년 만에 훌훌 털고 일어난 반면 김광현은 2년째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한때 연차별 최고 연봉을 다투던 두 선수의 몸값도 올 시즌 11배 차이로 벌어지고 말았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 후 1년 만에 억대 연봉(2000만원→1억원) 반열에 올라섰다. 당시 류현진이 기록한 400%의 인상률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이후 류현진은 매년 연차별 연봉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워 나갔다. 연봉 삭감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2008년은 오승환이 세운 3년차 최고연봉(1억3000만원)을 단숨에 뛰어넘었고, 6년차였던 2011년에는 이승엽의 6년차 최고연봉(3억원)과 이대호의 7년차 최고연봉(3억2천만원)을 한꺼번에 갈아치웠다.
특급 성적을 꾸준하게 냈기 때문이었다. 류현진은 부상이었던 2011년에만 유일하게 규정이닝 돌파에 실패했을 뿐, 매년 160이닝을 꼬박 먹어치웠다. 완투 부문에서도 1위를 내준 시즌은 2008년이 유일하다. 가장 욕심을 내는 탈삼진 타이틀도 2008년과 2011년,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손에 넣었다. 팀 타선이 받쳐주질 못해 승리와 많은 인연이 없었을 뿐, 류현진은 언제나 특급이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류현진은 더욱 큰 연봉 대박을 터뜨렸다. LA 다저스와 6년간 3600만 달러에 계약한 그는 매년 다른 연봉을 지급받게 된다. 일단 1년차인 올 시즌은 250만 달러(약 27억원)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350만$→400만$→700만$→700만$→700만$를 순차적으로 받게 되며 나머지 500만 달러는 사이닝 보너스다.
최근 류현진-김광현 연봉 비교표.
반면, 김광현은 2011년 2억 7000만원을 받은 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MVP에 오른 이듬해인 2009년, SK 팀 역대 최고 인상률(225%, 4000만원→1억 3000만원)을 기록한 그의 연봉은 이후 1억 7500만원→2억 7000만원으로 가파르게 뛰어올랐다. 특히, 2011년 기록한 2억 7000만원은 류현진과 함께 5년차 최고 연봉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어깨 부상 후 재활에 실패하면서 시련과 맞닥뜨렸다. 김광현은 지난해까지 2년간 소화 이닝이 100이닝에도 못 미쳤고, 2점대를 유지하던 평균자책점도 4점대 중반으로 훌쩍 치솟았다. 지난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과 같이 위력적인 공을 던진 경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투구폼과 재활 기간이 짧았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김광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미국에서 어깨 정밀진단을 받았다. 검진 결과 왼쪽 어깨 관절 와순이 손상돼 수술이 바람직하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재활을 택하기로 했다. 어깨의 경우 팔꿈치와 달리 성공적인 수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선수 생명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광현은 지난 4일 SK와 1000만원 삭감된 2억 4000만원에 재계약을 마쳤다. 사실 이보다 더 큰 삭감 폭이 예상됐지만 구단 측은 에이스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감을 내비쳤다. 현재 김광현은 팀 동료들과 함께 미국의 한 재활센터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광현이 묵고 있는 곳은 류현진 소속팀 LA 다저스와 가까운 애너하임이다. 불과 2년 전, 두 괴물은 한국 야구의 미래라 불리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제는 노는 물까지 달라 연봉만 해도 11배 차이가 넘는다.
앞으로 김광현은 2017시즌에 가서야 FA 자격을 취득할 것으로 보인다. 2년 뒤인 2015년, 포스팅 참가 자격을 얻을 수 있지만 지금의 불확실한 몸 상태로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 한때 라이벌이었던 1년 선배 류현진은 벌써 멀리 가있다. 김광현 본인은 물론, 한국 야구를 위해서라도 무리한 복귀보다는 충분한 휴식과 재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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