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류현진 왼쪽 날갯짓에 한일전 출렁?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입력 2012.12.23 09:21  수정

류현진 불참 류중일호 좌완 갈증 가중

‘한일전 투입’ 필승카드도 사라질 위기

류현진이 빠진 대표팀은 좌완 선발 구성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26)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불참한다.

류현진은 지난 21일 KBO 기술위원회에 개인 사정에 따른 대회 불참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11일 다저스 입단식에서 밝힌 내년 목표 '2점대 평균자책점과 두 자릿수 승리' 달성에 올인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판단, 기술위원회도 류현진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동양인 최다인 124승(박찬호)을 넘어서겠다’는 장기 플랜까지 공표한 류현진에게는 당장 메이저리그 적응이 더 급한 순간이다. 21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찬호에 비해 류현진은 5년이 늦은 셈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류현진 때문에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WBC호도 비상이 걸렸다. 다저스에서 펄럭거린 류현진의 왼쪽 날갯짓이 태평양 건너 WBC 한국대표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류현진과 원투펀치를 형성했던 김광현(24·SK)마저 어깨부상 재활을 이유로 불참해 그 여파는 더욱 크다. 맏형이자 일본킬러였던 봉중근(LG)까지 이탈, 그야말로 국내 좌완 에이스 3인방이 WBC에 불참하는 큰 위기에 놓였다.

류중일 감독은 좌완 대체 요원으로 장원준(상무)와 차우찬(삼성)을 긴급수혈했다. 하지만 류현진과 김광현의 쌍두마차가 이끄는 대표팀과는 중량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국 대표팀에 좌완 에이스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숙적’ 일본을 넘어서기 위한 필승카드라는 점 때문이다. 일본은 특유의 왼손잡이 슬랩히터들이 많이 포진한 팀이다. 호쾌한 장타를 자제하고 짧게 끊어 치는 정교한 컨택 위주의 교타자들이 많다.

이에 한국은 전통적으로 일본의 정교한 좌타자를 상대할 때 왼손 투수를 에이스로 내세웠다. 이선희와 구대성, 그리고 김기범 등 좌완들이 일본킬러로 명성을 떨쳤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전통이 류현진과 김광현으로 이어졌는데 이번 WBC에서는 단절될 위기에 처했다.

장원준과 차우찬도 좋은 투수다. 하지만 구위나 국가대항전 경험은 류현진과 김광현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차우찬의 경우, 2010년에는 새로운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의 출현이라고 할 정도로 빼어난 구위를 뽐냈다. 10승 2패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 좌완 트로이카 시대를 새롭게 형성했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구위 급감과 제구력 난조로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흐트러진 상태다. 시즌 성적 역시 5승6패 평균자책 6.39를 기록 '홈런공장장'으로 불리던 2009년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부진에도 차우찬을 택한 것은 그만큼 국가대표팀에 기용할 좌완 투수가 없다는 반증이다. 현재 좌완 선발감으로는 다승 1위와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장원삼(삼성)이 유일하다. 박희수(SK)는 불펜의 셋업맨으로 등판할 가능성이 커 원포인트 릴리프로의 기용을 예상한다.

과거 일본 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권혁(삼성)도 예전처럼 불같은 구위가 아니다. 여기에 WBC 출전 경험이 있던 전병두 역시 부상이다. 류현진-김광현과 더불어 왼손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던 양현종(KIA)는 고질적인 제구력 문제로 성장이 멈춘 상태. 쓸 만한 왼손이 없다.

그동안 류현진과 김광현이라는 어린 왼손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다. 두 투수가 이탈하면서 새로운 에이스를 발굴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왼손이 안 되면 우완 윤석민에게 의존할 수도 있고 기교파 장원삼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다.

WBC 결승으로 가기 위해선 외나무다리 일본을 반드시 만나야 한다. ‘일본전에는 왼손 에이스’라는 것이 한일전 공식이었다. 다저스 적응으로 인한 WBC 불참이 일으킨 나비효과는 투수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WBC 전체 대회 구상 자체를 변경해야 할 정도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본 에이스 다르빗슈와 아오키, 이와쿠마 등 일본인 빅리거들 역시 WBC 불참을 선언, 에이스를 남겨두는 여유 또한 자존심 차원에서 의미를 구할 수 있다. '질 수 없다'의 경쟁이 아니라 '뺄 수 있다'는 의미의 자존심 싸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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