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10승 가로막을 3가지 장애물

데일리안 스포츠 = 김홍석 객원기자

입력 2012.12.16 09:30  수정

5일 아닌 5인 로테이션..이동거리 등

한국과 다른 경기외적 요소 변수 많아

류현진은 매우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데다 강심장이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대형계약을 체결하고 귀국한 류현진이 다부진 목표를 내걸었다.

류현진은 지난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가 중요하다. 몸 잘 만들어서 준비할 것”이라는 각오와 함께 “10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이 목표”라고 밝혔다. 팬들 역시 한국의 ‘괴물’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을지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계약내용은 6년간 3600만 달러. 상황에 따라 금액은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 매년 150이닝 투구에 따라 100만 달러의 옵션이 걸려 있고, 내년부터 5년 동안 750이닝을 채우면 선택에 의해 FA를 선언할 수 있다. 즉, 매년 150이닝 이상 소화한다면 실질적인 계약내용은 5년간 3400만 달러가 되고, 2017시즌 후 만 서른에 FA 시장을 두드릴 수 있게 된다.

스캇 보라스라는 거물급 에이전트와 포스팅 금액을 합쳐 연평균 1,000만 달러가 넘는 몸값을 이끌어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다행히 류현진은 모두를 손에 넣었고, 이젠 실전에서 그 가치를 드러낼 일만 남았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문화적 차이에 대한 적응 여부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특히, 언어의 장벽은 하루 빨리 허물어야 한다. 다행히 류현진은 매우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데다 강심장이다. 야구 외적인 요소로 인해 고생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극복해야 할 경기 외적인 요소는 그뿐만이 아니다. 그보다 험난하고 어려운 장애물들이 류현진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 프로야구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 격차가 느껴질 조건들이 있다.


엄청난 이동거리

대전이 연고인 한화 이글스는 한국 프로야구 구단 가운데 이동거리가 짧은 편이다. 보통 1년에 6,000~8,000km 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3일에 한 번씩 차를 타고 수백km를 이동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다. 국내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매년 1만km 이상 이동하는 롯데 자이언츠(부산) 선수들이 여름만 되면 지쳐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메이저리그의 이동거리는 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메이저리그 팀들의 1년 간 평균 이동거리는 무려 55,000km에 달한다. 한화의 8~9배 정도 되는 셈이다. 류현진이 속한 LA는 서부 끝자락에 위치, 연간 이동거리가 7만km를 초과하기도 한다. 비행기로 이동한다 해도 공항까지 가는 시간 등을 포함하면 한국에서의 일정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일정하지 않은 경기시간

동부 뉴욕과 서부 LA의 거리는 서울-부산의 10배가 넘고, 두 도시는 3시간의 ‘시차’까지 존재한다. 물론 시차적응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3시간의 차이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한국 프로야구와 달리 경기가 열리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평일엔 오후 6시30분, 주말엔 공중파 TV 중계가 없는 한 오후 5시로 고정되어 있다. 매일 같은 패턴의 일정을 소화하는 만큼, 컨디션 조절이 용이하다. 모든 경기가 저녁 시간대라는 점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경우 같은 시간대를 기준으로 하면, 그날의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경기와 가장 늦게 시작하는 경기의 시간차가 무려 10시간이나 될 때도 있다. 동부의 어떤 도시에서는 오후 1시에, 서부의 어떤 팀들은 오후 8시에 시작한다. 거기에 3시간의 시차까지 적용되면 실질적인 시간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심지어 같은 도시에서 동일한 상대와 3~4연전을 펼치는데도 경기시간이 바뀌기도 한다.

가령 전날 뉴욕에서 오후 7시 열리는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본 후 밤새 4,500km를 이동해 다음날 오후 2시 LA서 열리는 게임에 선발 등판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 선발투수만 먼저 출발시킬 때도 있지만, 굳이 그런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동일 다음날의 등판은 체력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한국과 일본에 연일 깨졌던 ‘미국 대표팀’의 야구가 대단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메이저리그의 수준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은 엄청난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면서 연간 162경기나 되는 대장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등판 횟수 자체가 한국에서보다 최소 5회 이상 늘어나 그로 인한 피로도는 무시할 수 없다.

5일 로테이션에 대한 적응

박찬호 성공 이후 한국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것을 도입했고, 그와 시기를 같이해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자리를 잡았다.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는 동일하게 5명의 선발투수를 운영한다. 하지만 그 세부적인 내용은 전혀 다르다. 메이저리그의 5’인’ 로테이션은 5’일’ 로테이션과 거의 동일한 의미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일주일마다 한 번씩 꼬박꼬박 휴식일이 주어지고, 더블헤더가 없기 때문에 비로 인해 취소된 경기는 시즌 막바지로 연기된다. 따라서 주중 3연전의 첫 경기인 화요일과 주말 3연전의 마지막인 일요일 경기에 연달아 등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선발투수가 5일 만에 또 다시 마운드에 서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편이다. 보통은 6일, 때로는 7일만의 등판도 잦은 편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는 일정하게 정해진 휴식일이 없다. 구단별로 매달 2~3일 가량의 휴식이 불규칙적으로 주어질 뿐이다. 정규시즌 경기수가 162경기나 되는 만큼 시즌이 진행되는 6개월 동안은 쉴 새 없이 경기가 이어져 12연전을 치르기도 한다. 선발투수가 5일 만에 등판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전체의 20% 미만이라면, 메이저리그에서는 70% 이상이다.

올해 포함 지난 몇 년간 류현진 등판 일정은 대부분 ‘일주일 한 번 등판해 120구 던지기’였다. 경기당 투구이닝이 유독 많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남들보다 긴 휴식기를 거친 뒤 등판해 많은 공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 일정을 기대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의 기본은 ‘5일 만에 등판해 100구 던지기’다. 투구수가 줄어드는 대신 등판 간격이 짧아지고, 등판 횟수 자체가 한국에서보다 최소 5회 이상 늘어나 그로 인한 피로도는 무시할 수 없다. 익숙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패턴에 적응하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법. 특히, 매주 주어지던 휴식일이 사라진다는 점은 예상보다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류현진의 기량 그 자체는 메이저리그에서 3선발로 활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실력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 바로 메이저리그 무대다. 류현진이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류현진이라도 방심하다간 걸려 넘어질 수 있는 장애물이다. 류현진의 도전은 이런 부분에 대한 세밀한 준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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