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수도이전´ 국민투표 약속했었다

입력 2004.06.17 17:16  수정 2004.06.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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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직전 TV 연설서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겠다" 공언

12월 6일 부산 유세서도 동일한 발언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통령 후보 시절 TV연설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당선 후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투표를 실시해야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고 서울시와 인천시 및 경기도가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TV연설을 통한 국민투표 실시 약속이 밝혀짐에 따라 수도이전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16대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 14일 밤 10시 30분 KBS-1TV를 통해 방영된 후보연설에서 “당선 후 1년 이내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서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21세기 부강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서 행정수도는 늦었지만 시작돼야 한다”며 “행정수도를 건설한다고 해서 서울이 몽땅 옮겨가는 것이 아니다. 청와대와 행정부, 국회가 옮겨가고 일부 산하기관이 기능별로 분산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전비용과 관련 “50만명 기준으로 정부투자비용이 약 6조원”이라면서 “정부청사 건립과 부지조성비 등 관련 경비만 필요할 뿐이며, 이 재원도 현 정부청사의 매각대금과 개발토지를 민간에 분양한 돈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40조원이 들어간다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주장은 무슨 근거인지 전혀 알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의 방송은 ‘제16대 대통령 당선자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문화일보는 지난 2002년 12월 9일자 인터넷판 ‘도올 김용옥기자의 현장속으로-노무현 부산유세 동행취재기’에서 노 대통령이 “제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수도를 지방으로 옮기겠습니다. 이 문제는 신중한 국민적 합의를 요구하는 문제이므로 국민투표에 부쳐서 결정하겠습니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17일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이 기사는 김용옥씨가 2002년 12월 6일 오후 부산 서면 롯대백회점 앞에서 있었던 노 후보의 유세 현장을 직접 취재한 후 보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이 문제 함부로 거론할 사안 아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17일 신행정수도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 논란과 관련 "노 대통령이 지금 이 시점에서 이 문제를 함부로 거론할 사안이 아니라는점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국민투표 회부 문제는 지난번 탄핵사건에서도 문제가 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또 "지금 이 시점에서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한 국민투표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게 노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이같은 입장 표명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부 야당과 시민단체의 국민투표 실시 요구에도 불구, 현재로선 국민투표 실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통령후보 시절 TV 연설을 통해 당선후 1년 이내에 국민투표로 행정수도 건설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만큼 약속대로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상황이 바뀐 만큼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 국민여론 등을 들어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하던 상황에서 국민 합의를 이루는 방법의 하나로, 차선책으로 제시했던 방안이었다"면서 "그러나 그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이뤄 관련법이 통과돼 국민적 합의를 이룬만큼 당시의 국민투표 언급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여야, 국민투표 실시 여부놓고 확전양상

신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찬반공방이 국민투표 실시 여부로 불똥이 옮겨붙으면서 확전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신행정수도 후보지 발표를 전후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전개되던 공방은 17일 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국민투표 실시용의를 밝혔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정쟁양상을 띠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노 대통령이 지난 대선 직전 후보 TV연설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당선후 1년내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한 점을 집중거론하며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 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에서 "국민적 합의와 재정 뒷받침 없이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김안제 신행정수도추진위원장의 예상대로 다음 정권 때 백지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노 대통령은 (국민투표 실시 발언에 대해) 답변할 차례가 됐다"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은 후보연설을 다시 한번 보고 국민투표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며 "자신의 입으로 말한 국민투표를 대통령이 지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무슨 말을 한들 국민이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한구 위원장 주재로 수도이전특위를 열어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분야별 영향과 문제점을 논의했고, 당내 중도보수 의원 중심의 ´푸른정책연구모임´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정수도 이전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모임의 박진 의원은 "수도이전은 철저한 비용효과 분석과 냉정한 평가작업이 선행돼야 하고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치기 위한 국민투표 등 모든 방법을 열어놓고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통과시켜놓고 이제 와서 이전비용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국민을 현혹하고 국가적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것은 지역간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임종석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절반의석을 훨씬 넘는 의석을 가졌을 때 자유투표로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통과시켜놓고 이제 와서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며 "시기 조절, 예산 균형 집행 등은 논의할 수 있지만, 원점으로 돌리려 할때 국민 균열과 갈등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가 최근 남북문제 등에서 상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문제 역시 야당 지도자로서 앞장서서 풀어줘야 하고, 대통령도 야당 지도자와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안영근 제1정조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국회 의결을 거친 사안을 다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 든다"며 "한나라당이 과반이었던 16대 국회에서 찬성해 놓고 이제 와서 세상이 바뀌니까 딴 소리를 하고 약속을 바꾸면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다음은 지난 16대 대선 노 대통령 방송연설 요지와 김용옥씨의 기사 전문>




요즘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가 갑자기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행정수도가 건설되면 서울이 텅텅 비고 땅값·집값이 폭락하며 개인 파산과, 금융기관 부실화가 발생해서 우리경제가 극도로 불안해진다는 겁니다.

집값 절대로 폭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동산 투기 과열이 서서히 진정될 것입니다. 청와대 와 국회가 서울에 있다고 집값이 올라가고 없다고 떨어지겠습니까. 분당과 일산 신도시를 만들었을 당시, 서울 집값이 폭락했습니까.

행정수도를 건설한다고 해서 서울이 몽땅 옮겨가는 것이 아닙니다. 청와대와 행정부, 국회가 옮겨가고 일부 산하기관이 기능별로 분산됩니다. 행정수도는 50만명에서 장기적으로는 100만명이 살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될 것입니다. 현재 수도권에는 전 인구의 절반가량인 2250만명이 몰려 있습니다. 유입인구도 해마다 늘어 이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수도권 인구가 3000만명을 넘어설 것입니다. 이대로 두면 도시기능이 완전히 마비될 것입니다.

행정수도를 건설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수도권 인구 유입을 적절하게 조절해서 수도권 의 과밀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행정수도가 건설돼서 수도권 과밀화가 조금이라도 해소된 다면 교통·환경에서 누리는 반대급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최초에 발의할 때부터 추진절차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밝힌 바 있습니다. 당선 후 1년 이내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서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겠습니다.국가적 대사인 행정수도 건설은 국민의 참여와 합의가 선결조건인 것입니다. 21세기 부강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서, 행정수도 건설이 늦었지만 시작돼야 합니다.

첫째, 행정수도가 건설되면 수도권이 21세기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발전합니다. 둘째로는, 서울 청와대와 북한산 일대가 시민 여러분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셋째로는, 수도권과 지방간에 균형발전을 가져옵니다. 문제는 수도권의 과밀과 집중현상입니다.

행정수도 건설은 50만명을 기준으로 정부 투자비용이 약 6조원 정도입니다. 행정수도를 건설하려면 기본적으로 사회간접자본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충청권에는 역대 정권에서 이미 경부·호 남 고속도로와 청주국제공항,대덕과학기술단지,대전정부청사 등 사회간접자본에 30조원 이상이 투자돼 있습니다.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입지여건은 더욱 좋아집니다.

정부청사 건립과 부지조성비 등 관련경비만 필요할 뿐입니다. 이 재원도 현 정부청사의 매각대금과 개발토지를 민간에 분양한 돈으로 충당할 수 있습니다.일산이나 분당 신도시 건설에 세금 이 들어가지 않고도 개발이익이 남아돈 것과 같습니다 .행정수도 건설에 40조원이 들어간다는 이 회창 후보의 주장은 무슨 근거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행정수도를 건설하면 상수도 공급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 도 대청호나 충남 서부권에 용수를 공급하는 충주호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통일 후에 충청권이 수도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냐고 반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행 수도권체제에서 통일이 되면 북한주민의 수도권 유입이 가속화돼서 수도권 집중문제는 해결할 길 이 없게 됩니다.

저는 대통령 직속으로 신행정수도건설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10년 동안 4단계에 걸쳐서 행정 수도를 건설하겠습니다.

<노무현후보 부산유세 동행취재기-문화일보 김용옥기자>

다음 일정지는 서면 롯데백화점 앞이었다. 어차피 또 썰렁하겠거니 하고 나는 지하로 내려갔다. 새벽 6시에 출근한 이래 변변히 식사를 하지 못해 배가 몹시 출출했던 것이다. 국수나 한 그릇 훌러덩 먹고 올라가려고 국수코너에서 기웃거리는데 순식간에 아주머니가 수북이 국수 한 그릇을 퍼준다....(중략)

“어떻게 나오셨습니까? 자발적으로 나오셨습니까? 혹시 동원된 것은 아닙니까?”

“금품동원? 그런 것은 요즈음 인터넷시대엔 통하질 않습니다. 예전에 제 언니가 억울하게 곤욕을 당한 일이 있었는데 노후보가 무료변호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노후보를 소신껏 후원하는 사람이지요.”

이때 노후보의 유세소리는 높아지고 있었다.

“우리 보통사람들의 삶이 문제입니다. 그 고난을 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고난을 위해 어떠한 실천을 할 수 있으며 과연 얼마나 지속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 이것이 문제입니다. 이회창 후보는 서민을 모릅니다. 지방을 모릅니다. 서울의 밀집한 지역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산 적이 없습니다. 최소한 지방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치러봐야 지방을 알게 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수도를 지방으로 옮기겠습니다.

이 문제는 신중한 국민적 합의를 요구하는 문제이므로 국민투표에 부쳐서 결정하겠습니다.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로 잡읍시다. 우리 후손에게 떳떳한 역사를 물려줍시다. 집에 와서 아들에게 내가 오늘 산 모습을 정직하게 다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듭시다.”

노후보의 열변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때 나는 재빨리 의전담당관에게 다음 행선지까지 노후보와 같이 동행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했다. 나의 청은 기민하게 처리되었다. 넉넉히 마주보고 앉아있을 수 있는 관광버스 속에서 우리의 대화는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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