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성인 여성들 같은 젠더안의 여학생을 성 상품화
최근 서울대병원 수술부 송년회의 댄스 논란이 있었다. 논란의 핵심은 자율이 아니라 타율이라는 이의제기였다. 최고의사결정자들은 의례적인 행사였기 때문에 댄스를 지시했고 여러 차례 수행한 관리자들은 수용했다. 하지만 3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행사인지라 신입에 속하는 간호사들에게는 강제적 타율적인 행사로만 비쳤다.
한 달 동안 피곤한 몸으로 댄스를 준비하는 간호사들의 고충이 담겨 있었다. 전체 조직 화합이라는 명분은 이를 더욱 부추기고는 말았다. 화합과 잔치를 위한 자리라면 그로 인해 고통을 받는 이들이 있으면 곤란할 것이다. 자율과 타율 논란 속에서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이 된다하지만 씁쓸한 여운을 남기게 되었다.
문제는 관행화가 낳은 무감각이었다. 무엇보다 왜 여성만이 이러한 댄스를 준비해야 하는가이다. 그것도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말이다. ‘간호사’는 병원이라는 직장에서만 존재적 이름의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그들은 직장 구성원이지 무희나 댄서가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역할에 대한 범주적 존립 근거를 쉽게 간과하고는 한다. 더구나 서울대 병원도 여성 '관리자들'이 용인했다.
비슷한 맥락에 있는 사안 가운데 하나가 교복이다. 교복은 학생의 상징인데 웬일인지 학생이 아닌 이들이 더욱 난리다. 그들은 교복을 입고 섹스어필의 댄스를 추어댄다. 물론 그들은 성인 여성들이다. 2006년 7월, 영화 <다세포 소녀>의 여주인공 김옥빈이 교복차림으로 섹시한 댄스를 추는 영상은 인터넷 포털 1위로 치달았다. 그 뒤 교복차림의 여고생 트렌드는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일본 교복 댄스의 내재화 현상이었다.
2011년 9월 MBC 에브리원 '복불복쇼2'에서 배우 강예빈은 타이트한 교복 상의와 짧은 하의를 입고 나왔는데, 컨셉은 그야말로 섹시였다. 4월 12일 인터넷 방송 <라이브스타>는 ‘교복특집’을 내보냈는데 섹시한 포즈와 야릇한 표정을 잘 연출했다는 스텝들의 평가가 그대로 언론에 노출되었다.
2011년 7월, 김사랑은 깊게 파인 블라우스와 초미니 사이즈의 스커트로 등장했는데, 그 복장도 섹시한 교복이었다. 이렇게 각각의 연예인들은 교복 패션을 자신의 성적 어필을 위해서 스스럼없이 차용한다. 그 선두에 있는 이들 가운데 하나가 걸 그룹이다. 몇달전 세 번째 미니음반 발매 쇼케이스에서 걸스데이(Girl's Day) 교복으로 섹시한 춤을 드러냈다.
이는 더 이상 연예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일상의 댄스 문화로 쉽게 전이 되고 있는 것이다. 12월 1일, 인삼공사 치어리더들이 여자 프로배구 인삼공사와 도로공사의 경기에서 스쿨록 패션으로 댄스를 추었다. 여기에서 스쿨 룩은 교복패션을 말한다. 2011년 8월 4일 삼성과 넥센의 경기에서 삼성 치어리더가 섹시댄스를 추었다. 물론 교복 패션을 걸치고 말이다. 그래도 이들은 전문 댄서들이다. 최근 충격적인 것은 골퍼들이 나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6일에는 2011 볼빅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상 시상식에서 여성 골퍼들이 짧은 교복 패션으로 걸 그룹 씨스타의 '쏘 쿨' 댄스를 추었다. 다행히 이 행사에 참여한 선수들은 서울대 병원 간호사들과는 달리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다행이라는 점은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을 뿐이라는 점이다. 타율적인 조치인지는 알 수 없고, 불만이 있던 골퍼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 여성 골퍼들의 여성다운 매력을 드러내려고 한 모양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교복댄스에 대한 무감각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한다면 놀랍지도 않을 것이다.
교복은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입도록 만든 제복이다. 또한 그 교복을 입는 사람의 자격요건은 학생이다.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학교 안에서 공부하는 사람만 교복을 입을 수 있다. 그 교복이 섹시함을 드러내는 단골 소재로 사용되는 것은 그 본질을 호도한다. 그들은 공부하는 사람들도 아닐뿐더러 학교 안에 있는 이들도 아니다.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상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성적 이미지의 존재로 자신을 판다. 무엇보다 여학생을 하나의 성적 소모품으로 전치시키면서 범죄욕망을 부추긴다.
무엇보다 남성교복은 아예 배제되고 여성 교복 즉 여학생 교복만 섹시한 컨셉으로 상품화되는 것은 결국 누구를 위한 포지셔닝인지 드러난다. 여학생이 가지고 있는 순수성을 성 상품화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모하고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여성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조장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이러한 교복 섹시 댄스에 무감각하다는 것은 더 우려스럽다. 여성들이 같은 젠더안의 여성들은 편향화 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대 병원 댄스만이 아니라 스스로 교복 댄스녀가 되는 현상은 더욱 여성의 내재화 차원에서 경계가 필요한 현상이다. 타율이 아니라 스스로 섹시한 교복을 입고 댄스를 추는 것이야말로 같은 성인 여성은 물론 여학생들을 성상품화로 내몰게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여학생에 대한 성 농간에 책임이 없을까 의문이다. 교복을 섹시 컨셉으로 부풀려 자신의 상품화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성인 여성들은 방송 출연을 금지시켜야 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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