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분용' 구자철…4차원 용병술 속내는?

임재훈 객원기자

입력 2011.12.06 00:30  수정

3경기 연속 선발-조기 교체 용병술

효율성 극대화? 이기는 축구 전술?

동료 조슈에 올리베이라와의 때 아닌 난투극 동영상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는 ‘만능 미드필더’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이 최근 3경기 연속 선발출전, 주전 경쟁의 청신호를 켜고 있다.

구자철은 지난달 19일(한국시각) 홈구장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아레나서 열린 하노버96과의 ‘2011-12 분데스리가’ 13라운드에서 측면 공격수로 나서 66분간 활약한 뒤 후반 21분 욘슨과 교체됐다. 한 달여 만에 리그 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것.

구자철이 선발 출전한 최근 3경기에서 볼프스부르크는 승점4점(1승1무1패)을 추가했다.

볼프스부르크 펠릭스 마가트 감독은 이날 포메이션을 즐겨 쓰던 4-4-2 전형 대신 4-3-3 전형을 구사했다. 이에 따라 평소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던 구자철을 이날 측면 공격수로 돌렸다. 이 밖에도 그 동안 꾸준히 '더블 볼란테' 콤비로 기용하던 트래슈-조수에 조합을 깨고 트래슈를 오른쪽 윙백으로, 윙백이었던 살리하미지치는 미드필드로 올렸다. 또한, 스피드가 떨어진 수비수 키르기아코스 대신 마들렁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그 결과 볼프스부르크가 초반부터 선제골과 추가골을 잡아내며 2-0으로 달아났고, 상대 퇴장 덕분에 만들어진 수적인 우세 속에 2골을 더 보태 4-1 대승을 거뒀다. 구자철 개인적으로 보면 나름대로 극적인 반전의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조광래호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중동 원정 2연전(UAE전, 레바논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소속팀으로 복귀한 데다 현지언론에서 구자철이 마가트 감독의 ‘살생부’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던 상황에서 이뤄진 예상치 못한 선발출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구자철은 생소한 측면 공격수로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펼쳤고, 66분이라는 시간을 소화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이었음에도 왕성한 활동력으로 공격 시 과감하고 날카로운 돌파를 여러 차례 시도했고,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킥을 거의 전담했다. 킥의 정확성이 다소 떨어졌던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경기 내내 영리한 움직임으로 원활한 팀플레이에 기여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모든 프로 스포츠 감독들의 습성 가운데 하나는 팀이 좋은 플레이를 펼쳐 이긴 경기를 기억하고, 그 경기에 기용했던 선수와 전술, 심지어 그 경기에 앞서 행한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기억했다가 다음 경기에서도 그대로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모처럼 만에 많은 골을 넣으며 승리한 이날 경기에서 선택한 모든 것들을 마가트 감독은 유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만, 하노버전에서 구자철이 펼친 활약에 대해 마가트 감독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느냐 하는 부분이 변수였다. 마가트 감독이 이날 경기 내용과 결과에 만족한다 해도 구자철의 활약 내용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면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가트 감독은 일주일 후 SGL 아레나서 열린 아우구스부르크와의 리그 14라운드 원정경기에 구자철을 다시 선발 출전 시켰다. 하지만 이날 볼프스부르크는 0-2로 패했다. 리그 최하위팀에 당한 패배였기에 그 충격은 더했다. 구자철의 플레이도 시원치 않았다. 후반 17분경 교체됐다. 지난 하노버전보다 4분가량 적은 62분을 소화했다.

리그 최하위 팀에 당한 불의의 패배 때문에 구자철의 연속 선발출전은 2경기에서 멈추는 듯했다. 그러나 구자철은 지난 3일 홈에서 마인츠와의 리그 15라운드에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3경기 연속 선발 출전을 이어갔다. 그리고 2-0으로 앞선 후반 7분경 벤치로 나왔다. 52분을 소화한 셈이다.

구자철이 벤치로 물러난 이후 상황은 급변했고, 볼프스부르크는 마인츠에 연속골을 내주며 2-2 무승부로 마쳤다. 다 잡았던 승점 3점을 놓치고 승점1만 나눠 가졌다.

이날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 입단 이후 가장 인상적인 몸놀림을 보여줬다. 민첩한 문전 침투로 헤딩 슈팅을 시도했고, 특기인 호쾌한 중거리 슈팅도 시도했다. 빠르고 정교한 몸놀림과 발재간으로 상대 측면을 공략,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동료에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또한, 후반전 초반에는 페널티킥을 얻어낼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구자철이 선발 출전한 최근 3경기에서 볼프스부르크는 승점4점(1승1무1패)을 추가했다. 마인츠전에서 리드를 지켜 승리했다면, 11위까지도 올라갈 수 있었다.

최근 3경기에서 구자철은 총 180분여를 소화했다. 경기당 평균 60분 꼴이다. 통상 선발 출전한 선수들이 교체되는 시간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5-70 사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다소 짧은 출전시간이다. 결국, 구자철은 3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받고 있으면서도 3경기에서 비교적 이른 시간에 교체되는 긍정적이지 못한 신호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마가트 감독의 ‘구자철 활용법’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첫 번째 해석은 마가트 감독이 구자철의 체력을 ‘90분용’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구자철이 최고의 몸놀림을 보일 수 있는 시간이 현재로서는 그다지 길지 않다는 분석에 따라 그의 출전시간을 조절, 그의 능력을 적은 시간에 최대한 뽑아내고자 하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해석에 따른다면, 구자철이 풀타임용 선수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체력 보완이 급선무가 될 전망이다.

구자철의 ‘3경기 연속 선발-조기 교체’에 대한 두 번째 해석은 팀 전술 변화에 따른 마가트 감독의 전술적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구자철에게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해 선발 출전시켜 득점을 만들어 낸 뒤 수비력이 나은 교체 선수를 투입하는 마가트 감독의 ‘이기는 축구’를 위한 전술적 선택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다.

마가트 감독의 진짜 의도가 어느 쪽이든 일단 마가트 감독이 구자철을 팀의 주축 전력으로 분류하고 있고, 팀 내에서 구자철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구자철의 최근 모습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한때 구자철은 손흥민이 소속된 함부르크로의 이적이 거의 성사단계까지 이르렀다가 마가트 감독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마가트 감독은 구자철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니 기다리라 했고, 구자철은 그 메시지를 믿고 잔류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가트 감독이 최근 구자철에게 계속 선발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당시 구자철과 했던 약속을 지켜가고 있는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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