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박사의 해외취업처 개발기-호텔이야기③ 계약한 1초까지 따지는 미국>
미국이라는 나라를 알려면 국민성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인들의 국민성이나 정서는 주변에서 많이 들어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로 듣던 것과 직접 체험하고 나면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어느 신문에 난 한국 교육시스템과 생산성에 관한 내용 중에, 한국인들은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하고, 좋은 직업과 배우자를 찾아야 한다는 심한 압박에 시달린다. 12세 어린이가 12시까지 공부하고...
그러나 세계정제포럼(WEF)은 한국교육의 질을 세계 60위로 평가했다. 분석력과 창의력을 길러주지 못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GDP의 8%) 교육에 쏟아 붓지만, 정작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40% 수준이고, 서비스 생산성은 지난 15년간 정체 상태에 있다.
1990년 내가 미국에서 세계 초특급호텔의 하나인 턴베리아일리조트호텔의 프런트에서 일할 때였다.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시는 일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한번은 "당신들은 전부 담배 안 피우냐?"고 동료 직원에게 물어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은 ‘피운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왜 출근해서 한대도 안 피우고 일만 하느냐”고 물어 보았고 그때 그들로부터 들은 말은 내 평생에 잊지 못할 귀한 재산이 되었다.
그들은 "근무시간은 급여를 받는 시간이므로 내 개인을 위해 담배를 피거나 차를 마시는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점심시간은 내 시간이므로 이 때 피우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루 8시간을 땀 흘려 일하는 문화가 그들의 노동생산성을 입증하는 것 같다.
캘리포니아에서 새로 오픈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근무할 때다.
가장 훌륭한 작업 환경과 근무조건을 자랑하는 신규 호텔이었다. 점심시간 전후로 각각 15분씩의 자유 시간을 주는 호텔이다. 근무시간 중 아무 때나 슈퍼바이저의 허락을 받고, 15분씩 2번을 쉴 수 있었으나, 한 번도 그런 좋은 혜택을 입어본 적이 없다. 사실 자리를 뜰 수가 없을 정도로 매시간 매분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호텔들은 마감시간이 되면 교대조가 나와 대신 업무를 보고, 마감조는 고객을 응대하지 않고 마감할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미국의 호텔들은 마감을 다 끝내고 들어가야 비로소 다음 교대조가 나타난다. 단 20~30분의 중복되는 근무시간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의례 마감시간 30분 전이면 이미 정상근무를 끝내고 마감작업만 몰두한다. 정말 우리나라의 국민정서나 의식하고는 차이가 많다.
미국 마이애미 시의 한 허름한 이탈리아 전통 레스토랑 앞에는 뜨거운 날씨에도 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다. 백발의 노부부로부터 젊은이들까지 막 구워낸 뜨거운 마늘 빵과 고무줄 같은 치즈 범벅의 피자, 라자냐를 먹기 위해건물을 휘감아 가며 줄을 선다. 우리네 성격에는 덥고 짜증나 안 먹고 말텐데 그네들은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평화롭게 기다린다. 기다림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멋진 매너의 하나다.
미국에서는 일반 피자 하우스 같은 곳까지도 레스토랑 실내 초입에 "Please be waited(기다려 주십시오) "라는 안내 문구를 준비해 놓고 있다. 아무리 급해도 이 푯말 뒤에서 직원이 안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두 눈을 껌벅이며 직원을 무작정 기다리는 외국인들을 보면 가여운 생각까지 들지만, 이는 정작 자신을 위한 것이다. 이 규칙을 어기는 순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손님'으로 대접 받거나 파트너와 함께 자리를 옮겨 다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은 배울게 분명 많은 나라이다.
미국인들은 보기에는 한국인들보다 항상 여유로워 보인다. 이는 분명 일 할 때와 휴식 할 때는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아는 습관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 취업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나는 항상 말한다. "미국 가면 분명 너하고 계약한 마지막 1초까지 따지는 게 미국인이야!"
글/홍성민 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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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홍성민 박사는 해외 호텔 인턴 및 취업 컨설팅 전문기관인 호스코의 대표로 미국을 비롯한 싱가포르 일본 등 전세계 관광 분야 취업처 개발을 통해 국내 청년들의 해외취업 및 인턴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 호텔 관광학회 이사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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