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시리즈는 중심타선의 침체 속에 유례 없는 ´빈타 시리즈´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이처럼 극단적인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간 적은 없었다.
삼성과 SK가 맞붙은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양 팀의 극심한 빈타로 인해 뚜렷한 ‘투고타저’ 현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1~3차전 통틀어 양 팀의 총 점수는 단 8점으로 경기당 평균으로는 2.7점에 불과하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점수가 나오지 않았던 2008년(경기당 평균 5.2점) 한국시리즈와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낮은 수치다.
사실 페넌트레이스에서 팀 평균자책점 1·2위를 차지한 양 팀의 맞대결인 만큼 시리즈가 투수전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했었다. 그러나 이처럼 극단적인 ‘빈타 시리즈’가 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승1패로 앞서있는 삼성이나, 뒤져있는 SK나 상황은 마찬가지다. 투수들은 제 몫을 해내고 있지만 타자들은 좀처럼 힘을 못 내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양 팀의 마운드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불펜의 힘이 상당하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팀 평균자책점 1·2위를 차지한 양 팀의 공통점은 선발진보다 불펜진의 활약이 더 뛰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시리즈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페넌트레이스 때보다 불펜의 비중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불펜이 강한 양 팀은 승부처마다 필승 계투진을 투입하며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1~3차전 통틀어 양 팀에서 선발승을 거둔 선수는 SK의 송은범(3차전)이 유일할 정도로 양 팀은 불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렇다고 선발진이 약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삼성은 선발로 등판한 매티스-장원삼-저마노가 모두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내용적으로는 다 잘 던져줬다. SK 역시 1차전 선발이었던 고효준이 4회에 갑자기 무너지며 강판 당했지만, 3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버텨줬다. 3차전 선발이었던 송은범 또한 5이닝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잘 틀어막았다. 상대적으로 불펜이 워낙 강해 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양 팀의 선발진도 안정적인 편이다.
타자들은 막강 불펜이 버티고 있는 상대 투수력을 생각하면 선발투수로부터 무조건 점수를 내야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발투수들의 구위도 만만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타자들은 심리적으로 쫓긴다. 자신 있는 모습보다는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로 일관해 찬스에서도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 팀 타자들에게 방법은 없는 것일까. 쉽지 않겠지만 방법은 충분히 있다.
먼저, 당연한 얘기겠지만 찬스에서 좀 더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양 팀은 1~3차전 통틀어 도합 8점을 내는데 그쳤지만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승부처마다 번트 실패와 주루 미스 등이 겹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즉, 찬스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다.
어차피 양 팀의 막강한 투수력을 감안할 때 다득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승부는 1~2점차 이내에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1~2점차 이내의 팽팽한 승부에서는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만약 기회가 왔을 때 살리지 못한다면 바로 위기를 맞는 것이 야구의 흐름이다.
또 하나는 장타에 대한 부분이다. 막강한 투수들이 벌이는 팽팽한 투수전에서는 장타나 홈런 한 방이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놓을 수 있다. 특히, 양 팀은 모두 투수력이 뛰어난 팀들이기 때문에 공격에서 찬스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장타 한 방이 터진다면 단 번에 승기를 잡을 수 있다.
SK가 3차전에서 삼성보다 2개의 안타를 덜 치고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박재상과 최동수의 솔로 홈런 2방이 결정적이었다. SK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결정적일 때마다 장타가 터지면서 롯데를 물리칠 수 있었다. 1차전에서는 연장 10회에 정상호가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마지막 5차전에서는 박정권이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을 구해냈다.
물론,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서나 상대 투수력이 뛰어날 경우 타자들이 의도적으로 스윙 폭을 짧게 가져가기도 한다. 큰 타구를 노리기보다는 정확한 타격을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아예 처음부터 장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장타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011년 한국시리즈는 ‘투고타저’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극심한 저득점 현상이 계속 나오는 것은 타자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남은 시리즈에서 양 팀 타자들의 대반격을 기대해본다.[데일리안 스포츠 = 우병규 넷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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