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 ‘치욕투 사죄’…찬란한 가을의 혁신투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11.10.18 00:00  수정

4년간 PS 3패 평균자책점 15.88

홈 12연패 사슬 끊고 가을투수 우뚝

송승준이 떨쳐낸 가을 악몽을 롯데도 완전히 날려버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 자이언츠 송승준(31)이 4년 만에 치욕적인 가을의 터널을 빠져 나왔다.

송승준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5피안타 1실점(투구수=103개) 호투하며 포스트시즌 첫 승리투수가 됐다. 포스트시즌 통산 5경기 등판 만에 올린 첫 승리.

선발 송승준 호투 속에 롯데는 전준우와 강민호의 홈런을 묶어 4-1 완승,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1승1패 균형을 이뤘다. 1999년 10월 22일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이후 포스트시즌 홈 12연패 사슬도 끊었다.

1차전을 연장 접전 끝에 6-7로 내준 롯데 입장에서는 2차전마저 패한다면 사실상 끝이었다. 그만큼 송승준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하지만 송승준은 150km에 근접하는 강속구와 주무기 낙차 큰 포크볼을 앞세워 SK 타자들을 힘으로 눌렀다. 탈삼진 6개(사사구3개)개와 견제사 등으로 에이스 위용을 과시한 송승준은 6회까지 SK타선을 꽁꽁 묶었다.

올 시즌 팀 내 최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는 물론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송승준의 페넌트레이스 성적만 놓고 봤을 때, 당연히 해야 할 몫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년의 가을을 돌이켜보면, 송승준의 이날 피칭내용은 ‘혁신’에 가까웠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2008시즌 두둑한 배짱과 위력적인 포크볼로 시즌 12승을 올린 송승준을 준플레이오프(삼성) 1차전 선발로 낙점,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송승준은 2.2이닝 동안 흠씬 두들겨 맞고 6실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첫판부터 허무하게 무너진 롯데는 그토록 염원했던 가을잔치에서 3전 전패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그래도 부산 팬들은‘가을야구' 향기 속에 송승준의 최악투를 용서(?)했다.

그러나 2009/2010시즌에도 포스트시즌에서 굴욕적인 투구로 팬들의 십자포화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2009시즌에는 1.1이닝 7실점으로 크나큰 실망을 안겼다. 이처럼 가을잔치에서 3패, 평균자책점은 무려 15.88에 이른다. 매년 꼬박꼬박 10승씩 올리고도 가을만 되면 부산 도심을 걸어 다니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참담한 성적표다.

그리고 가을의 상처는 가을야구로 치유했다. 입술을 깨문 송승준이 4년 만에 기어코 찬란한 가을을 열어젖혔다. 이날 송승준은 구석구석을 찌르는 직구와 각도 크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앞세워 SK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중반에는 주무기 포크볼만 고집하지 않고 서클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SK 타자들을 농락했다.

1회초 3번 타자 최정을 시작으로 이호준-박정권-안치용 등 중심타자들을 연달아 삼진으로 솎아내며 1차전 대접전 석패의 충격을 점차 걷어냈다. 도망가는 피칭이 아닌 홈런을 맞더라고 공격적인 피칭으로 접근한다는 전략이 주효했다. SK 타자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주무기 포크볼의 높낮이를 조절한 완급도 통했다.

4회와 6회에는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고 흔들릴 법도 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순간순간마다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서 실점한 상황이 떠올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는 송승준은 이호준과 정근우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했다. 6회에는 1루 주자 박재상을 견제사로 밀어내는 등 위기관리 능력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투구수가 100개를 넘어서며 7회 무사 주자 1,2루 위기에서 아쉬움을 삼키며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사직구장에 꽉 들어찬 롯데 팬들은 송승준에게 뜨거운 가을의 박수를 보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항상 지라는 법은 없다. 나도 자존심이 있다”고 말했던 송승준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며 롯데를 위기에서 건져 올린 순간이다.

송승준이 떨쳐낸 '가을 악몽'을 롯데도 완전히 날려버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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