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위대 창립 기념식 몰랐다는 것 거짓말" 등 허구 날포
진짜 트위터 똑같이 만들어…해당사이트 기사 나간지 4시간만에 증발
[기사추가 : 2011. 10. 13. 11:54]
“무슨 행사인지 모르고 가보니 자위대 창립 기념식이었다는 핑계, 사실 거짓말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이 일부러 시간 내서 어디 가는 거 다 알고 가지요. 외국인들도 만나고 일식도 먹고 국회의원 기분 내려고 간거지 친일파라서 간거 아닙니다. 애교로 봐주세요.”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트위터에 12일 오후 7시 20분경 올라온 글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글이 올라온다.
“신지호 의원 음주 방송한 것 저도 기분 나빴습니다. 하지만 잘 참아냈습니다. 지지기반이 워낙 그런 분들이라 참아야할 일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잘 참아서 보수단체 지지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응원해주세요.”
하지만 비슷한 시각인 7시경, 나 후보의 ‘진짜’ 트위터에는 “저녁은 드셨나요? 1을 찍어서 좋은 의견을 올려주시는 트친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저의 1을 보여드립니다. 여러분이 최고입니다. ^^”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그렇다. ‘깜빡 속아 넘어갈 듯한’ 나 후보를 비방하는 ‘가짜 트위터’가 등장했다. 오늘 오후 7시 10분경.
이 트위터는 얼핏 보면 나 후보의 ‘진짜’ 트위터와 외형이 별다른 차이가 없다. 똑같은 사진이 올라와 있고 아이디까지 비슷하게 맞췄다. 나 후보의 진짜 트위터의 주소는 ‘@nakw’이지만 가짜 트위터의 주소는 ‘@nakw_mirrored’이다.
트위터 글의 내용 또한 현안과 관련돼있다. 나 후보가 후보로 지정된 뒤부터 곤혹을 치르고 있는 ‘자위대 행사’부터 캠프 전 대변인 신지호 의원의 음주방송, 얼마 전 만난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에 대한 글들이 실려있다. 내용들은 하나 같이 나 후보를 비꼬고 가시가 돋친 말들 일색이다.
소개말 또한 그렇다. ‘거짓말로 변명하지 않는, 거울에 비춰 좌우가 바뀐, 서울이 꿈꾸는 나경원입니다’라고 돼 있다. 서울시장에 후보로 나서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또한 ‘거울로 좌우가 바뀐’이라는 말을 반영한 듯 나 후보의 사진은 뭔가 어색하다.
최근에는 ‘SNS를 잡으면 선거를 이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SNS가 선거운동에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트위터의 ‘파급력’을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트위터는 국내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가짜’ 트위터가 생겨도 곧바로 수정이 어려워 오는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될 실정이다.
따라서 자칫 이 같은 일로 나 후보가 ‘희화화’되는 일이 생긴다면 이는 나 후보에게는 크나큰 ‘악재’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나 후보를 순수하게 알기 위해 온 시민들이 이 트위터를 ‘진짜’로 오인해 들어갔다가 나 후보를 오해해도 이를 구제해줄 방법은 없다. 나 후보가 보통 선거운동정보를 올리고 응원글들을 주고 받는 그의 트위터 운동은 인정 받지 못하고 그대로 사장될 수도 있다. 그에게 가장 큰 ‘네거티브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트위터는 내가 이웃을 신청한 사람인 팔로잉(Following)이 벌써 오후 8시40분 현재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진보적 색채를 가진 매체들을 비롯해 야권경선후보였던 박영선 민주당 의원, ‘딴지라디오’의 공식 트위터 등 85곳에 연결돼 있다. 반대로 상대가 나를 이웃으로 등록한 팔로워(Follower)는 12명이다.
가짜 트위터로 한바탕 소동을 빚었던 정치인들은 지난해 1월 이명박 대통령, 올해 7월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의 가짜 트위터를 진짜로 오인했던 한 블로거는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뒤 “정말 기분이 나쁘고 어이가 없다”고 불평을 터트리기도 했다.
한편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사칭한 가짜 트위터 계정이 13일 새벽 1시가 지나자 사라졌다.
‘@nakw_mirrored’라는 주소로 나경원 ‘가짜’ 트위터를 경계하는 본보 기사가 나간지 4시간여가 지난 후 바로 사라진 것이다.
나경원 ‘가짜’ 트위터 기사가 보도되자 트위터리안들은 “짝퉁 나경원, 조만간 경찰에 불려갈 듯” “해도 너무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사 댓글에서도 아이디 ‘아찌천사’는 “가짜가 더 진짝같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있죠”라며 허탈해했다.
아이디 ‘Lee Jaeyun’은 “언제까지 상대방 까는 걸로 지지표 얻으려는 전략을 구사하시려는지. 반대진영 생각인지, 스스로 동정을 얻기 위한건진 모르겠지만”이라며 “이제 이런 풍토는 그만 봤으면 좋겠고 서로 상대 좋은 정책을 칭찬하고 더 보완하여 개선안 가져나오고 선의의 경쟁은 불가한 한국인가?”라고 우려했다.
아이디 ‘kimchanghoe’는 “나경원이 안 좋아하지만.. 저런 건 철저히 조사해서 법의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데일리안 = 동성혜 기자/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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