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비행기? 폭행 폭언에 노상방뇨 난장판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입력 2011.09.04 01:46  수정

<현장>여대생 경찰향해 "XX, 염병", 콘서트 출연 배우 경찰 조롱

다행히 큰 충돌없이 차분히 진행…노상방뇨에 소음으로 주민 불편

‘강정마을’은 그들만의 ‘해방구’였다.

3일 <데일리안>이 찾은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노란색 깃발과 현수막으로 넘쳐났다. 해군기지 반대측 주민들과 외부에서 온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그들만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춰댔다. ‘강정마을 지키자’는 요지의 벽화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경찰이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단횡단을 하는가 하면, 담배를 피우고는 그 자리에 버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노란색’ 깃발을 매단 트럭 뒤엔 5~6명의 대학생들이 탑승해 있다 거리낌 없이 내렸다. 도로엔 누군가 먹다 버린 물병과 종이컵이 나뒹굴기도 했다.

문정현 신부 등이 주관한 평화미사는 ‘평화’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하게 거친 말들이 나왔다. 문 신부는 미사에서 해군기지 사업추진 당시 주민동의 절차의 부당함을 토로하면서 “해군의 입을 쫙 찢고 싶었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평화미사가 진행된 코사마트 사거리 인근엔 쇠사슬로 묶여 있는 흰색 털을 가진 개 한 마리가 무더위에 지친 듯 긴 혀를 내민 채 미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범인(?)은 모르지만, 개의 눈 주위엔 빨간색 매직으로 안경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전날 전격적인 공권력 투입으로, 간만에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줬던 경찰도 이날은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300명의 추가병력을 포함, 이날 1300명의 병력이 투입됐지만, 경찰은 참가자들이 해군기지 부지내로 진입하는 것을 봉쇄하는 데 급급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원칙’적 모습을 보이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일행이 중덕삼거리 농성장으로 가는 길을 터주자 한 여성으로부터 “힘있는 국회의원에게만 길을 터주느냐”는 항의를 받아야만 했다.

또한 강정포구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던 경찰은 이날 오후 해군기지 건설 반대측에서 주최하는 ‘평화 문화제’에 참석한 10여명과 실랑이를 벌이다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을 폭행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폭행’ 혐의로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저녁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천 운동장에서 열린 해군기지 건설 반대 구럼비 평화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3일 저녁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천 운동장에서 열린 해군기지 건설 반대 구럼비 평화문화제에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김재윤 민주당 의원 등이 박수치고 있다.

강정천 운동장에서 열린 평화콘서트에 참석하던 반대측 인사들이 깃발을 매단 대나무를 행사장에 소지하고 입장하려다 저지하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이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위해방지”를 위해 불가 입장을 보여서다. 주최측으로 보이는 한 관계자가 “평화집회니, 싸우지 말자. 잠깐 기다려달라”고 참가자들에게 호소했지만, 참지 못한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에 거세게 항의하면서 몸싸움을 시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라색 폴로티를 입은 한 여대생은 경찰을 향해 “XX, 염병을 하고 있네”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제주도민으로 보이는 한 40대 남성은 이 여대생과 같은 색의 티를 입고 있던 또 다른 여대생에게 “XX여대”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참가자는 ‘대나무 소지 불가’가 경찰의 “자의적 해석”이라며 경찰측 입장을 설명하던 여경에게 거칠게 따지기도 했다. 한 남성 경찰이 말리자 이 참가자는 “(내 몸에) 손대지 말라”며 자리를 떴다. 분이 안 풀린 듯한 이 참가자는 몇 걸음 걸어가다 “그러니 경찰이 노조도 못 만드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콘서트에 출연한 한 뮤지컬 배우는 경찰을 조롱하듯 “어제 경찰관 나리 XX 들이 주민들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내가 들어도 시끄러운데, (숙박) 손님들은 안 시끄럽겠느냐"

다행히 불법시위가 우려됐던 평화콘서트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출연자들은 대부분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주장하며 잔잔한 분위기의 노래를 위주로 불렀다. 주최측 추산 2000여명(경찰 추산 1000명) 참가자들도 대체로 운동장에 앉아 노래를 감상하거나 함께 진행되고 있는 페이스페인팅 등의 행사를 즐겼다.

중덕삼거리 농성장에서 ‘고공농성’ 중인 고건일 해군기지반대 강정마을대책위원장은 콘서트 도중 전화 연결을 통해 “너무 고통 받으면서 정부와 공권력에 맞서 싸워왔다. 메아리 없는 외침이 긴긴 세월이었는데, 이렇게 커다란 메아리가 돼서 돌아왔다”며 “우리의 마음이 힘들고 어두울수록 새벽은 가까워졌다 생각한다. 승리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의 섬으로 평화스러운 도시가 돼 우상이 될 것”이라고 절규했다.

그러나 콘서트 뒷편에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화장실이 거리가 있었던 탓에 강정천 등지에 노상방뇨를 하는 남성들이 간간이 목격됐다. 콘서트의 사회자도 “남자들은 아무데나 싸십시요”라고 말했다.

3일 저녁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천 운동장에서 열린 해군기지 건설 반대 구럼비 평화콘서트에서 평화 비행기와 평화버스 참가자들이 공연에 환호하고 있다.

3일 저녁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천 운동장에서 열린 해군기지 건설 반대 구럼비 평화 콘서트에서 평화 비행기와 평화버스 참가자들이 풍등을 날리고 있다.

술에 취한 참가자들도 보였다. 6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막걸리병을 통째로 들고 술을 마시다 콘서트 막바지에 외국인 참가자 2명과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가 춤을 추기도 했다.

콘서트는 비교적 조용했지만, 대형 스피커를 사용한 탓에 인근에 있던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소음’을 제공했다. 운동장 근처에 있는 한 숙박시설의 투숙객들은 “시끄럽다”고 항의하며 방을 옮기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숙박시설의 직원은 <데일리안>과 만나 “내가 들어도 시끄러운데 손님들은 안 시끄럽겠느냐”고 말했다.

평화콘서트 참가자들 일부가 행사장 맞은편에 있는 리조트 1층 로비 한쪽에서 컵라면을 먹어 냄새가 풍기자, 리조트에 입점해 있던 편의점 사장은 직원에게 “라면을 안 팔아도 좋으니 로비에서 못 먹게 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장은 “이 리조트가 규모는 작아도 고급호텔과 뭐가 다르냐. 나도 여기에 세 들어 장사하지만, 로비에서 저렇게 라면을 먹고 있으면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말했다.

콘서트장은 반대측 사람들끼리의 축제 분위기였지만, 밖에선 불편한 시선도 적지 않았다. 제주시에 산다는 최모 씨(48)는 “한 신부가 선동해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면서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만큼 장사도 잘 되는 등 여러모로 좋은데 왜 반대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강원도에서 제주로 온지 20년이 됐다는 한 여성은 “이미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중단하라고 해서야 되겠느냐. 그로 인한 손해는 반대측이 책임을 질 것이냐”면서 “사람들이 들어와야 제주도에 분양안 된 아파트도 팔리고 그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남자 중학생 "(반대측)사람들 얘기들으니 해군기지 안좋은 것 같다"

이날 콘서트엔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이 많이 보여 놀랐다”고 전했다.

이 학생들은 대부분 해군기지 건설반대를 지지하는 부모님들과 함께 제주를 찾은 학생들이었다. 경찰이 왜 통제하는지, 왜 고공 농성을 하는지 등을 부모에게 묻는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너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정마을의 한 주민은 “어린 학생들이 뭘 안다고 저렇게 부모들이 데려오는지 모르겠다”며 “부모가 자식들에게 가치관을 심어주는 차원으로 이해하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경찰과 나라에서 하는 일에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애자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위원장이 야5당 강정마을 주민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어린 학생들을 향해 “우리 아이들, 해군기지는 아니죠?”라고 두 차례 물었지만, 대답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제주시 서형동에서 왔다는 한 남자 중학생은 “학원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 15명이 학원 선생님을 따라왔다”고 말했다. 이 남자 중학생은 “오늘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니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은 안 좋은 것 같다”며 “바다가 오염될 것 같다”고 말했다.[제주 = 데일리안 김현 / 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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