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주민동의? 해군 입 쫙 찢고 싶었다"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입력 2011.09.03 17:40  수정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현장>제주 강정마을서 ´평화미사´,4.3보다 더 갈라진 민심 ´우려´

3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구럼비 평화문화제가 예정돼 경찰과 충돌이 우려되는 가운데 해군기지 예정지에 철제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다.(좌우 사진 합성) 해군기지사업단과 경찰은 하루전인 2일 새벽 전격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해 중덕삼거리 반대 농성장 주변에 철제울타리 설치를 완료했다.

3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구럼비 평화문화제가 예정돼 경찰과 충돌이 우려되는 가운데 중덕삼거리 해군기지 건설 반대 농성장에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3일 오전 <데일리안>이 찾은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전날 경찰의 전격적인 공권력 투입을 통해 해군은 그동안 미뤄져왔던 구럼비해안 등 제주 해군기지 부지 울타리 설치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당시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던 마을주민, 시민단체 회원들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35명이 현장에서 연행되고 3명이 마을회관에서 체포된 바 있다.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격했던 전날의 상황과 달리 이날 오전의 강정마을은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회가 농성 중인 중덕삼거리 농성장도 10시30분경 김재윤 민주당 의원 등 야5당 인사들이 참여해 전날 경찰의 공권력 투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것 외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긴장감도 역력히 묻어났다. 이날 오후 예정된 ´평화비행기´ 행렬 때문이었다. 경찰은 외부에서 오는 인원들의 통제를 위해 해군기지로 들어가는 길목 곳곳을 경찰버스 등을 동원해 원천 봉쇄하고 있었다. 취재를 온 기자들마저 ´보도´라고 적힌 노란색 완장을 차고 있어야 출입이 가능했다.

외부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경찰의 봉쇄로 인해 농성장 등으로의 접근이 어렵게 되자 "무슨 근거로 못 가게 하느냐"고 경찰에 항의했다. 일부 주민들은 경찰의 원천봉쇄에 "가는 길마저 막으면 어떡하느냐. (경찰이 해군기지 반대에) 동참 안 하는 사람들마저 동참하게 만든다"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마을 곳곳엔 ´평화비행기´ 기획단 등이 이날 오후 강정마을과 구럼비해안 등에서 개최할 예정인 올레 길 걷기, 구럼비 순례선언, 평화콘서트 등 ´놀자 놀자 강정 놀자´ 행사를 준비하는 인사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타 지역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대학생들의 행렬도 보였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 등이 강정마을에 넘쳐났다. 대부분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민주노총, 농민회 등 외부단체의 명의로 내걸린 현수막들이었다.

3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구럼비 평화문화제가 예정돼 경찰과 충돌이 우려되는 가운데 코사마트 사거리에서 열린 평화미사에서 주민들과 김재윤 민주당 의원이 "힘내자"를 외치고 있다.

3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구럼비 평화문화제가 예정돼 경찰과 충돌이 우려되는 가운데 강정마을 코사마트 사거리에서 평화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11시엔 강정마을내 코사마트 사거리에서 문정현 신부 등이 주최한 ´평화미사´가 열렸다. 이 자리엔 외부 활동가로 보이는 50여명이 함께 했다.

문 신부는 미사에서 "(정부는) 국책사업을 성스러운 것으로 말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것이다. 주민 1000명 중 80명을 앉혀놓고 찬성이라고 한다. 내가 이것을 해군에 설명하니 나보고 ´거짓말´이라고 해서 입을 쫙 찢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국책은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것이다. 지금 전국 곳곳은 새만금, 4대강 등 국책사업을 하는데, 그게 무슨 논리가 있느냐. 이것을 막지 않으면 한국 민주주의가 말살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곳은 민주주의의 성소가 돼야 한다. 목마른 사람이 모여 한 우물을 파듯 그곳이 바로 이자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한 물이 들어와서 반대하는 사람 많아져"

미사가 벌어지던 시각, 강정마을의 일부 주민들은 불편한 시선으로 미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거리 인근 한 상가의 여주인은 <데일리안>과 만나 "경찰들이 더워 보여 시원한 냉커피 한잔을 타주고 싶어도, (해군기지 반대하는) 놈들 눈이 무서워서 주질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도로에 서 있던 한 50대 남성도 "제발 빨리 끝내고 다들 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0대의 한 노인은 "내가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4.3 사태도 겪었지만, 지금이 그 때보다 더 갈라져 싸운다"면서 "처음엔 (해군기지) 찬성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지만, 이상한 물이 들어와서 반대쪽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 노인은 "지금은 찬성한다고 해도 찬성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무서운 분위기"라고도 했다.

윤태정 해군기지추진위원장은 통화에서 "지금 강정마을엔 주민보단 외부세력이 더 많이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다만 "전날 경찰이 공권력을 통해 울타리를 다 설치한 만큼 오늘 (반대측) 행사에 대해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전날 강정마을에 도착했다고 밝힌 한 20대 여성은 "올레길이 해군기지 안으로 들어가 있어 앞으로 이 올레길이 없어진다고 하니 안타깝다"며 해군기지 반대에 힘을 보탰다.

마을회의 한 여성은 미사가 끝난 후 제주도에 전해내려 오는 ´설문대 할망´ 설화를 소개, "강정마을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면 할머니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아주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라며 "할머니가 편안하게 쉬시도록 해야 하는데, 이곳에 해군기지를 설치해서야 되겠느냐"고 소리쳤다.

한편,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200여명이 탑승한 ´평화비행기´가 제주에 도착했다. 이들은 김포공항에서 티웨이항공 TW765, TW711편에 나눠 탄 뒤 제주공항에 내렸다. 이들 중엔 용산 참사 유가족과 평택 대추리 주민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도 포함됐다.

평화비행기 기획단은 "다른 비행기를 타고 개인적으로 오기로 한 60여 명이 더 있어 제주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제주공항에 도착, 기자회견을 연 뒤 ´평화버스´ 7대에 나눠타고 강정마을로 향해 ´놀자 놀자 강정 놀자´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제주 = 데일리안 김현 / 조성완 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