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레스가 마지막 허들을 넘는 과정에서 류시앙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판정에 따라 실격 처리됐다.
‘대륙이 뿔났다’
‘황색탄환’ 류시앙(28·중국)이 29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에서 경쟁 선수의 반칙으로 은메달에 머물자, 중국 매체들은 금메달을 빼앗겼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중국 매체 <청두상바오>는 30일 ‘두 번의 검은 손을 거쳐 아쉽게 금메달을 잃다’라는 제목의 기사에 “류시앙은 괜찮다고 하지만 우리는 억울하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지난스바오>도 톱기사로 “로블레스(25·쿠바)가 검은 손으로 징벌을 받고 류시앙은 금메달을 잃고 은메달을 주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광저우르바오> 역시 “로블레스의 검은 손이 류시앙의 우승을 끌어내리다”라며 비난했다.
또한 <시나닷컴>은 로블레스의 반칙을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뜬공 경합 중 손으로 골을 넣었던 ‘신의 손’ 사건에 빗대어 ‘육상판 신의 손’ 사건이라고 비꼬았다.
마찬가지로 여론은 격분한 모양새다.
현지 포털 사이트와 뉴스 게시판에는 로블레스를 향한 수 만개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도 크지만 정당당한 승부가 이뤄지지 않은 점과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챙긴 미국에 대한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류시앙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져 안타깝다”면서도 “그러나 경기는 경기일 뿐 로블레스와는 경기장 밖에서는 친한 친구다. 즐겁게 경쟁하는 게 좋은데 오늘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경기에 관한 질문에는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다시 한다면 다른 선수들에게 불공평하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에 <신화통신>은 류시앙이 억울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방해한 상대를 탓하지 않았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어 “베이징올림픽에서 경기를 기권한 지 3년 만에 대구세계선수권에서 극적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명예를 회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세계기록 보유자인 로블레스는 비디오 판독 결과 류시앙의 레이스를 방해한 것으로 밝혀져 실격 처리됐다. 선두로 달리던 류시앙이 로블레스와의 신체접촉 때문에 10번째 허들에 걸렸고, 마지막 순간 주춤하면서 1위를 내준 것.
이에 따라 2위로 들어온 제이슨 리차드슨(미국)이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류시앙은 은메달, 4위에 그쳤던 앤드류 터너(영국)가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007 오사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중국대륙의 자존심으로 급부상했던 류시앙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기권과 2009 베를린 대회 불참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명예회복을 기대했지만 뜻하지 않은 진로방해로 꿈을 접어야 했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광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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