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이승만동상과 4.19기념비를...”

입력 2011.08.27 05:01  수정

김일주 (사)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역사의 화해는 건국 호국,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서로 인정하는것"

“우남은 4.19를 한 번도 폄하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도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영웅화하자고 동상 건립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리자는 겁니다.”

김일주 (사)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다만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시작점을 알리자는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26일 김 사무총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영웅 만들기가 아닌데...”라고 한숨을 지으면서 “잘못된 주장과 추측들이 사실인 양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 남산에서는 건국에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 그대로 표출됐었다. 이날은 한국자유총연맹이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열기로 한 날이었다. 1960년 4.19 이후 철거됐다가 51년 만에 다시 세워졌다.

4.19혁명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등 4.19 관련 단체 및 진보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제막식 현장을 찾아 “역사를 왜곡하고 독재자를 비호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 단체 회원들이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빚어졌고, 이같은 시도가 저지되자 스티로폼으로 만든 이 전 대통령 동상 모형을 부수며 격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 전 대통령 동상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에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이승만 전 대통령 개인이나 그 유족들의 명예회복 차원의 문제가 아닌데도 반대하는 쪽이 이념갈등을 부각시키고, 부정적인 면을 확대시키는 것을 문제삼았다.

그는 “4.19단체들이 반발하는 건 이해하지만, 진보좌파 단체들이 아예 건국 대통령을 부정해서 우리 현대사에서 ‘건국’을 금기시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묻고 싶다”며 “더 넓은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역사에는 공과가 있고, 이는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전제한 김 사무총장은 “4.19를 폄하하지도 않았고, 이 전 대통령의 과를 부정할 생각도 없다. 다만 이제까지 과는 이야기했으니, 공에 대해서도 균형적으로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자유총연맹 광장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김 사무총장은 “초대 대통령은 있지만 건국 대통령이 없다는 건 이상한 일”이라며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해 헌법을 제정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세워졌음을 공식 선언한 사람이 이 전 대통령인 건 사실이지 않나. 그것마저 부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동상 논의는 건국 60주년이었던 지난 2008년 본격화됐다. 역사의 재평가라는 차원에서 건국기념관 건립, 건국절 제정, 건국·호국·민주화·산업화 기여자 발굴 등과 함께 동상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진보좌파 진영이 ‘편향적’ ‘역사왜곡’이라며 거세게 비판하자 관련 논의들은 흐지부지됐다.

김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이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떻게 건국됐는지 후세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탓에 지금의 역사에선 이 전 대통령이 배제되어 있고, 건국 또한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국가도, 불행한 역사를 지닌 국가도, 그리고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져 누가 만들었어도 순탄하게 만들어질만한 국가도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화와 산업화, 건국세력이 있었기에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 한류바람을 일으키는 문화강국이 된 것”이라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시작을 설명할 때 건국과 초대 대통령을 빼놓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사무총장은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에 걸린 마오쩌둥의 초상화를 일례로 들었다. 마오쩌둥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워 중국의 독립과 주권을 회복하고 중국을 통일해 중국인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준 영웅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 한편으로는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을 중국의 경제·문화를 후퇴시켰을 뿐 아니라 등 권력에 집착하는 독재자의 모습을 보였다는 상반된 평가도 뒤따른다. 이와 관련, 중국 공산당은 문화혁명의 지도자 마오쩌둥과 혁명의 영웅 마오쩌둥을 분리해 평가했다.

김 사무총장은 “문화대혁명으로 많은 중국을 피폐로 몰아넣고 수백만 이상의 중국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마오쩌둥에 대해 등소평은 ‘과도 있지만 공이 더많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 초상화 교체를 거부했다”며 “중국을 통일하고 탄생시킨 공을 더 높이 평가한 등소평만큼은 아니더라도 더 넓은 시야에서 건국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 광장에 동상을 건립하고 이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이화장에 건국기념관을 짓는 문제가 공론화되고, 보수-진보 간 접점을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김 사무총장은 “광화문광장은 4.19 당시 186명이 희생된 곳이자, 1948년 8월 15일 건국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장소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라며 “이를 모두 살리는 방안을 모색해보자”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공이 너무 저평가되어 있으니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이 58.9%에 이르렀다.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국민 의식 자체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재평가를 해보자고 공감하고 있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이야기다.

그는 “역사의 화해는 건국과 호국,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서로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만큼, 광화문광장에 이 전 대통령의 동상과 함께 4.19기념비를 세우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