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위대한 정치지도자였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추모 열풍이 거세다. 레이건에 대한 향수는 점차 커지고, 정치인들은 레이건 흉내 내기에 앞장서고 있다.
레이건을 그리워하는 이유
지금 레이건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해줄 영웅을 찾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지도자의 표상으로 레이건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은 높고, 물가는 오르고, 정부의 방만한 살림에 무능함까지 겹친 오늘날의 무기력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레이건처럼 강인하고 낙관적이며 비전을 실천해 내는 지도자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레이건의 이미지는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불의에 맞서 당당히 총을 뽑아 정의의 이름으로 악당을 해치우는 카우보이처럼, 레이건은 어려운 경제여건을 과감히 해결하고 소련이라는 악의 제국을 힘있게 물리친 영웅이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속 물가급등 현상)에 빠진 경제를 구출하기 위해, 물가를 안정시키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경제환경과 제도를 고쳐 나갔다. 비대해진 정부를 효율적이고 강한 정부로 바꾸는 구조개혁에 성공했다. 나약해졌다는 비웃음을 받았던 미국을 위대한 미국으로 재탄생시킨 리더십, 이것이 바로 레이건을 그리워하는 이유다.
미국인들은 레이건을 링컨처럼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레이건은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이기도 했지만, 전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이기도 했다. 그가 인류에 기여한 최고의 공적은 소련을 포함한 공산권을 붕괴시켜 전체주의 아래 신음하던 인류를 구원한 일이다. 자유세계의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사회주의 실험을 종식시킨 것이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레이거노믹스
레이건은 1980년 선거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을 압도적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어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미국을 이끈 제40대 대통령이다. 레이건의 경제정책을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라고 부른다. 세금을 줄이고 방만한 복지재정지출을 과감히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레이건은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과감히 낮췄고, 규제를 완화했으며, 통화긴축을 실천했다.
당시의 정치적 환경이나 시대적 흐름은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케인스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면서 시작된 정부의 팽창은 만성화된 질병처럼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렸고, 복지지출에 기대는 이익단체의 로비가 극성을 부렸다.
정부의존적인 사고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었으며, 개인의 자립의지보다는 사회적 복지만능주의가 휩쓸던 시절이었다. 선진국들 대부분이 사회주의 열풍을 앓았고,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레이건은 미국사회를 오염시켜온 조합주의, 정부의존형 정책을 과감히 걷어내고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존중받는 자본주의로의 복귀를 실현해갔다.
그는 어떻게 시대의 흐름을 바꿔놓는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정치지도자로서 시대를 바꾸는 그의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자유주의 철학의 이론적 토대를 세운 하이에크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상이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위대한 사상은 세상을 더 밝고 풍요롭게 만든다.
레이건의 사상은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존중하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보다 진보된 삶을 가능케하는 원천임을 지적한 사상가들이다. 이 두 사람의 사상가에서 영향을 받은 레이건은 현실 정치가로서 세상을 바꾸는데 성공한 것이다.
레이건의 신념과 사상은 옳았고 확고했다. 그는 공산주의의 사악함을 분명히 인식했고, 타협과 관용으로 이를 해소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공산권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압박을 가해 끝장을 냈다.
대내적으로 파업에 대해 단호히 대처했으며, 법을 존중하고 민간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줄여 나갔다. 작은 정부를 실천하고 시장경제의 활성화에 힘썼다. 불법 파업을 벌여 48시간 내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1만 명 이상의 항공 관제사들을 해고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린 용기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 국가가 더 이상 노조에 끌려 다니지 않도록 하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같은 시대에 또 한 사람의 위대한 정치가이며 동지가 있었다. 바로 영국의 대처 수상이다. 레이건과 대처 두 위대한 정치인으로 인해 전 세계는 큰 정부에 의존하는 자본주의는 종말을 고하고, 다시 고전적 형태인 작은 정부의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시대사적 변화를 맞게 되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도 이에 동참했는데, 유럽에서는 제3의 길이라는 말로 사회주의 노선 포기를 합리화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물가안정을 이루면서 고속성장 속의 풍요를 맞았다.
우리에게 남긴 빛나는 유산
레이건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자유주의 이념을 현실정치에서 구현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뛰어난 리더십을 보였다. 즉 위대한 정치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소통능력으로 무장한 리더십 때문이었다. 복잡한 문제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말솜씨와 어두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유머 감각 등은 최고의 정치인이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한 마디로 그는 국민을 감동시켜야 하는 정치 리더십의 표본이었다. 미국 역사에서 취임식 때보다 이임식 할 때의 지지율이 더 높았던 대통령은 아이젠하워와 레이건 둘뿐이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지금 국제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리더십의 실종 위기에 빠져있다. 나라 경제가 거덜 나더라도 내 복지수혜는 줄일 수 없다는 집단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돈을 마구 찍어냈고,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원칙은 실종되고 이익단체가 경제를 흔들고 있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데도 정부가 나서서 뭐든지 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존적 사고를 키우고 있다.
방만함을 거두고 이제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이다. 레이건이 남긴 빛나는 유산을 다시 활용할 때다. 통화팽창을 다시 통화긴축으로 돌리고, 세금을 줄여 방만해진 정부의 씀씀이를 줄이고, 정부의 간섭을 줄여 민간경제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일이다. 이것이 물가를 잡고, 고용을 창출하는 근본대책이다.
또 북한처럼 반인륜적 집단에게는 도덕적 우월성을 기반으로 철저히 봉쇄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이다. 지금 우리 정치인들은 레이건의 해법을 따라 국민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레이건은 미국을 넘어 자유세계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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