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졌다는 유명한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무엇보다 먼저 자기의 무지를 아는 엄격한 반성이 중요하다고 하여 이 격언을 자신의 철학적 활동의 출발점에 두었다.
요즘 열린우리당은 정체성 찾기에 한참이다. 개혁과 실용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 후 정동영의장을 중심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천정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개혁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신기남의장의 등장으로 개혁당으로서 이미지 굳히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당의 목적은 권력을 잡는데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국민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되면 권력을 잡게 되는 것이다. 지금 열린우리당이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개혁을 통해 100년이 갈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에서 추진하는 개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불분명하다. 최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에서 나온 두 가지 목소리는 확실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정우정책기획위원장은 기고한 글을 통해 “개혁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신기남의장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성숙된 개혁과제인 언론개혁, 사법개혁,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위해 당력을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민생챙기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언론, 사법개혁에 우선 순위가 밀리는 느낌이다.
먼저 언론, 사법개혁에 당력을 집중하는 개혁에서 어떻게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성장잠재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음으로 지금 국민이 갈망하는 개혁에서 과연 언론, 사법 개혁이 그렇게 급박한 것인지. 무너지고 있는 민생경제보다 우선 하는지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경제의 주체는 국민과 기업인데 국민과 기업을 배제하고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개혁을 하겠다는데, 과연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기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최근 대한상의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묻는 질문에 기업(35.9% )이 가장 큰 기여를 한다고 답했고 다음으로 국민(23.2%), 외국인 투자자(17.9%), 근로자(15.0%), 정부(4.9%) 순으로 답했다고 한다. 비록 고등학생이라고 하지만 사회의 일반 여론과 거의 틀리지 않는다.
정부의 역할은 가장 낮은 수치가 나왔다. 정치권의 역할은 말 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누가 누구를 개혁해야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개혁을 추진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무지를 아는 엄격한 반성을 개혁추진의 출발점에 두었으면 한다.[이원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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