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최악의 경기력이 남아공 무대에서도 계속된다면, 오카다 감독의 4강 발언은 ‘월드컵 개그맨’을 자처하는 최대 유행어로 기록될 것이란 일본 팬들의 조소가 엄살로 느껴지지 않
‘2010 남아공월드컵’ 4강행을 자신하는 오카다 다케시(54)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대표팀이 어이없는 자책골 2개로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을 망쳤다.
일본은 30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그라츠 UPC 스타디움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7분 수비수 다나카 마르쿠스 툴리오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후반 27분 툴리오와 후반 38분 유지 나카자와의 자책골이 나와 1-2 역전패했다.
센터백들의 잇따른 자살골로 자멸한 일본은 지난 24일 한일전 0-2 완패를 포함 2연패를 당했다. 반면, 잉글랜드는 이집트-멕시코에 이어 일본까지 연파하며 3연승을 내달렸다.
자책골 불운만 없었다면 ‘대어’ 잉글랜드를 잡을 수도 있는 경기였다. 잉글랜드가 평소와 달리 이날 경기에서 무기력한 움직임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슈팅 20-12(유효슈팅 7-4개), 점유율 63-37(%)의 우위를 점했지만, 선수들 대부분은 성의 없는 플레이를 했다. 후반 들어 활동폭을 넓히면서 활발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전반에는 일본 진영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거의 연출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일본은 2개의 자책골을 저지르며 잉글랜드에게 승리의 밥상을 차려주고 숟가락까지 떠주고 말았다. 툴리우와 나카자와는 경기 몰입 및 상황대처 능력에서 약점을 드러낸 것은 물론 볼 처리도 깔끔하지 못했다. 잉글랜드 공격수들의 무수한 슈팅을 막아낸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의 노력도 센터백들의 어이없는 실수로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다.
이쯤 되니, 일본 축구팬들 역시 자책골 2개를 놓고 조롱하고 있다. 심지어 잉글랜드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 역시 일본의 4-1-4-1 포메이션에 대해 "9-1 포메이션이었다"면서 수비 위주의 경기운영을 비꼬았다.
현 일본대표팀은 떨어지는 스피드와 체력, 킬러 부재, 이전 세대에 비해 약화된 개인능력과 조직력, 짜임새 있는 호흡을 과시했던 툴리우-나카자와 조합의 불안한 수비,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지는 해외파들의 무기력한 플레이, 엔도-하세베가 허리 장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자국을 넘어 아시아축구의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더 크게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E조 네덜란드-덴마크-카메룬을 상대로 전패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분류되는 네덜란드에 대량실점을 허용할 위험도 있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브라질에 4골 허용, 호주에게 경기 종료를 앞두고 8분 동안 무려 3골이나 내줬던 수모를 또다시 당할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은 최악의 경기력이 남아공 무대에서도 계속된다면, 오카다 감독의 4강 발언은 ‘월드컵 개그맨'의 최대 유행어로 기록될 것이란 일본 팬들의 조소가 엄살로 느껴지지 않는 요즘이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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