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버릴 줄 아는 지혜’ 피겨퀸 이끈 숨은 동력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09.12.06 23:54  수정

프리스케이팅서 123.22점 획득 ´역전우승´

3-2 점프 선택한 ‘순간판단능력’빛나

짠물판정도 일본의 심장부 도쿄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김연아는 5일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서 열린 ‘2009-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23.22점을 받아 전날 쇼트 프로그램(65.64점) 점수와 합산한 총점 188.86점으로 역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연아에 이어 마지막으로 등장한 일본의 안도 미키(22)는 점프에서 몇 차례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합계 185.94점에 그쳐 은메달에 만족했다. 동메달은 일본의 스즈키 아키코(174.00점).

편파판정 논란 등 여러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김연아가 역전 우승을 일궈낸 것은 그녀만의 임기응변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줬다.

김연아는 무리하게 3-3 점프를 시도하는 대신, 침착하게 3-2를 선택함으로써 위기를 넘겼다.

김연아는 시작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이하 3-3)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첫 점프가 비스듬하게 기운 상태로 3회전이 되면서 착지가 흔들렸고, 이는 두 번째 3회전 시도에도 방해가 됐다.

그러나 김연아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무리하게 3-3 점프를 소화한다면 넘어지거나 회전수 부족, 또는 불안정한 착지로 감점 당할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침착하게 3-2 점프를 선택했다.

이 같은 김연아의 임기응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그랑프리 1차 프랑스 트로피 에릭 봉파르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트리플 플립을 재치 있게 패스한 바 있다. 트리플 플립을 시도하기 직전 스케이트 날에 이물질이 걸리자 무리한 시도 대신 침착하게 다음 연기로 넘어간 것.

이에 일본 < 아사히 TV >는 ‘여왕의 조건’이라는 특집방송을 통해 김연아의 놀라운 순간판단력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 아사히 TV >는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은 그랑프리 1차 대회 유일한 실수였지만, 그 안에는 그녀의 마음 속 강인함이 숨겨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피겨에는 수행정도에 대해 가산점, 감점이 주어지는 항목이 있다”면서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을 아예 시도하지 않으면서 플립 기본점수는 물론 가산점도 받지 못했지만, 이는 김연아의 의도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연아는 < 아사히 TV >와의 인터뷰를 통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연아는 “내가 트리플 플립을 뛸 수 있었더라도 도약 직전 턴이 좋지 않아서 1회전 처리 되거나 넘어질 수도 있었다”며 “다음 연기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짧은 순간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그 부분(트리플 플립)에서 실패했다면 연기 구성점수에 영향을 준다”며 제자의 냉정한 판단을 칭찬했다.

< 아사히 TV >는 “피겨에서 연기구성이란, 프로그램 전체적인 완성도 요소 평가하는 항목의 점수”라면서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넘어졌다면 프로그램 전체 인상이 나빠지고 연기구성점수에도 나쁜 영향 준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점프를 실패해서 전체 인상을 나쁘게 주기 보다는 점프를 과감히 포기하면서 심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쪽으로 순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연아는 그랑프리 1차 대회 5가지 구성점수(스케이팅 기술, 연결동작, 연기구성, 안무, 해석) 항목에서 모두 8점대의 고득점을 받았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7점대, 그 밖의 선수들이 5~6점대에 머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점수다.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비결에도 이 같은 김연아의 순간 판단능력이 빛났다. 이는 김연아가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피겨퀸’으로 등극한 비결 중 하나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