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추첨]아르헨-나이지-그리스
힘겨운 대진 ´아시아국가 중 최상?´
상대는 모두 가려졌다. 이제부터는 남은 시간동안 얼마나 두려움 없이 맞붙을 수 있는 준비를 하느냐에 달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아르헨티나(남미)-나이지리아(아프리카)-그리스(유럽)와 함께 B조에 배속됐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 도전사상 처음 유럽 2개팀과 한 조가 되는 것을 피했다. 대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서 맞붙게 됐다. 나이지리아-그리스와는 월드컵에서 역대 첫 만남이다.
전체적인 조 편성 결과로 최악은 피했지만, 프랑스-토고-스위스랑 맞붙었던 2006 독일월드컵보다는 조금 더 험난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별리그 상대와 일정이 모두 가려짐에 따라, 한국은 2010년 6월12일 오후 11시 프리토리아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서 그리스와 첫 경기를 치른다.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은 18일 오전 3시30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나이지리아와 23일 오전 3시30분 더반의 더반 스타디움에서 최종전을 펼치게 된다.
대한민국의 B조, 숨겨진 죽음의 조?
한국이 속한 B조 4개팀의 공통점은 각 대륙을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로 명성을 떨쳤지만, 최근 한동안 하향세를 겪었다는 점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2002 한일월드컵 4강 이후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고전하다가 이번 월드컵예선을 거치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실질적인 톱시드를 받았던 아르헨티나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의 강호지만, 이번 남미예선에서는 최악의 부진을 겪은 끝에 간신히 4위로 본선에 턱걸이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초호화군단을 앞세워 역대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전통의 강호다. 예선에서 고전했던 강호들이 본선에서는 오히려 선전하는 월드컵 징크스를 이번엔 아르헨티나가 이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현역 시절 아르헨티나 최고의 레전드였던 마라도나 감독은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허정무 감독과의 악연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 1무3패로 아직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2차전 상대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FIFA 랭킹 21위)도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 A매치 상대전적에서는 한국이 2승 1무로 앞서있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화려한 개인기와 탄력을 앞세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첫 경기에서 만나는 그리스는 유로2004 깜짝 우승의 신화를 이끌었던 오토 레하겔 감독이 여전히 지휘봉을 잡고 있다. A매치 상대전적에선 한국이 1승1무로 앞서 있고, 그나마 유럽팀 가운데서는 비교적 해볼 만한 상대로 꼽힌다. 한국 입장에서는 반드시 잡아야할 팀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감독과 나이지리아 샤이부 아모두 감독은 월드컵 본선진출에도 불구,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나란히 경질설에 오르내리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거스 히딩크 러시아 대표팀 감독이 최근 월드컵 본선에서 두 팀의 차기 사령탑으로 일제히 하마평에 오른 적이 있다는 것.
실제로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히딩크에게 내년 월드컵에서 마라도나와 공동 감독 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만일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으로서는 2002년 영웅인 히딩크 감독을 남아공에서 적으로 조우하게 될 수도 있다.
실질적으로 아르헨티나가 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 조 2위를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어야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3개팀 간의 전력 차는 종이 한 장이다.
그리스를 무조건 잡고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최소한 2무나 1승1패 이상을 거둬야 조별리그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전망. 한국의 두 번째 상대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열리는 요하네스버그가 해발 13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열리는 경기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강호들 위한 대진표? 죽음의 조는 D조와 G조
한국을 제외하고 이번 월드컵 조추첨은 한마디로 ´강호들을 위한 대진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톱시드를 받은 강호들 중 C조의 잉글랜드(미국, 알제리, 슬로바키아), F조의 이탈리아(파라과이, 뉴질랜드. 슬로바키아), H조의 스페인(스위스. 온두라스. 칠레) 등은 사실상 이렇다 할 경쟁자가 눈에 띄지 않는 축복의 대진운으로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앙리의 ´신의 손´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던 프랑스는 죽음의 조를 피해 톱시드 최약체로 꼽히는 남아공이 있는 A조에 배정되는 행운까지 누렸다. 북중미 전통의 강호 멕시코와 남미의 우루과이가 한조에 배속됐지만, 이들도 최근 하향세라는 점에서 프랑스가 사실상 톱시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효과를 누리게 된 셈.
대체적으로 철저한 대륙별 안배 정책에 따라 강팀들이 고르게 분산되며 2002년의 F조(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스웨덴, 나이지리아)나 2006 독일월드컵의 C조(네덜란드. 아르헨티나, 코트디부아르. 세르비아)에 비견할만한 죽음의 조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험난한 조를 꼽으라면 D조와 G조가 꼽힌다.
D조에는 ´전차군단´ 독일을 비롯해 지난 독일월드컵 8강에 빛나는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 동구권의 강호 세르비아, 아시아의 유럽으로 불리는 호주가 함께 했다.
그동안 월드컵마다 대진운이 따르기로 유명했던 독일은 징크스가 깨졌고, 세르비아와 가나는 지난 대회에 이어 또다시 죽음의 조에 속하는 불운을 맛봤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호주가 다소 이름값이 떨어져 보이지만, 주축 들 대부분이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어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G조는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귀환한 북한의 존재가 눈에 띄지만, 하필이면 최악의 조에 걸리는 불운을 맛봤다.
자타공인 세계최강으로 꼽히는 삼바축구 브라질, 톱시드에 버금가는 포르투갈, 그리고 아프리카팀 중 최대의 다크호스로 꼽히는 코트디부아르가 한조에 배속되며 북한은 오랜만의 월드컵 귀환에서 남아공 ´관광체험´만 하다가 돌아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아시아 대표 4개팀 중에서는 그나마 한국이 가장 무난한 대진표를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도 E조에서 네덜란드, 덴마크, 카메룬과 한조에 배속된 것을 감안할 때, 대체로 아시아 국가들의 조편성은 수월하게 느껴지는 곳이 없다.
한국이 속한 2그룹 포트에 배정된 국가들 중 C조와 F조가 대체로 무난한 조편성을 얻은 것이 부럽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하면 그나마 해볼만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데일리안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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