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이 5일 오전(한국시간), 남아공 케이프 타운에서 열리는 조추첨 행사를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지구촌 최대축제에 참가하는 32개국은 물론,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조추첨 결과에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상의 조와 최악의 대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할 수 없지만 조추첨 결과가 성적의 절반 이상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긴장감은 게임 못지않다.
성사만 된다면, 한국에서 가장 관심을 모을 만한 매치 가운데 하나는 스위스와의 한판이다.
스위스는 남아공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프랑스-그리스-포르투갈 등과 함께 포트 4에 배정받았다. 일본, 미국, 멕시코와 함께 포트 2에 배정된 한국과 32강에서 같은 조에 포함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과 스위스가 같은 조에 포함되면, 2006년 독일월드컵에 이어 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다시 맞붙게 되는 셈이다.
한국은 스위스와 얽힌 흐뭇한 추억이 없다.
월드컵 첫 참가 대회였던 1954 스위스월드컵에선 헝가리와 터키에 각각 0-9, 0-7로 대패했던 아픔이 있다. 스위스 땅에서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고개를 숙였다. 2006 독일월드컵 스위스전에서는 0-2로 패해 2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전까지 조 1위였던 한국에게 스위스전 패배는 뼈아팠다.
특히, 스위스전은 계속된 편파판정 논란 때문에 더더욱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문제의 장면은 후반 32분 나왔다. 알렉산더 프라이(FC 바셀)가 문전 돌파에 성공하며 슈팅한 것이 그대로 골로 연결된 것. 당시 부심은 프라이의 돌파를 오프사이드로 판정했지만 주심은 이를 묵살했다.
프라이 골의 오프사이드가 여부를 놓고 국내에서도 논란이 뜨거웠다. 당시 이호의 위치가 온사이드 상황이었기 때문에 프라이의 골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선심이 깃발을 들어 올렸음에도 이를 무시한 주심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프라이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처리됐다면 한국의 16강행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수 있었다. 당시 경기가 한국 페이스였고 후반 중반부터는 이천수를 오른쪽 풀백에 넣는 등 공격적인 선수들로 팀을 꾸려 골 기회는 충분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프라이 추가골에 힘입은 스위스의 2-0 승리로 경기는 끝났고,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했다.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스위스와 같은 조에 편성되면 자연스럽게 복수혈전이 펼쳐지게 된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지역 예선에서 최상의 성적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아시아 최종 예선 B조에서 4승4무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남아공행을 확정지었다. 스위스는 유럽 예선 B조에서 6승3무1패의 성적으로 그리스(2위, 월드컵 본선 진출)-라트비아(3위)를 제치고 남아공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스위스는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8실점만 허용하는 짠물수비를 과시했다. 독일월드컵 한국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필리페 센데로스(아스날)를 비롯해 스테판 그리히팅(옥세르) 등의 끈끈한 수비력을 앞세워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허리에서는 스위스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주목받는 트란퀼로 바르네타(바이엘 레버쿠젠)를 비롯해 괴칸 인러(우디네세) 레토 지글러(삼프도리아) 스테판 리히슈타이너(라치오) 같은 젊은 자원들의 활약이 빛났다.
독일 땅에서 한국에 씁쓸한 패배를 안긴 프라이는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5골을 넣는 가공할 화력을 선보였다. 올해 30세의 프라이의 공격력은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파괴력이 강해졌다는 평가. 유럽 예선에서 5골을 넣은 블레이즈 은쿠포(FC 트벤테)의 기량도 절정이다. 34세의 노장이지만 프라이와 더불어 골 결정력이 뛰어난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조추첨 시작 전부터 스위스가 붙길 바라야 하는 상대인지, 피하길 바라야 하는 상대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이유다. [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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