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미키, PCS 점수서 점프실수 만회 ‘우승’
레오노바 ‘마음을 움직이는 신비로운 연기’ 갈채
안도 미키(22∙일본)가 7일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그랑프리 NHK 트로피 4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106.33점을 받아 총점 162.55점(쇼트프로그램 56.22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도 미키가 2위를 차지한 러시아의 알레나 레오노바(160.85)를 근소한 차이를 제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프로그램 구성요소(이하 PCS)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
안도 미키는 프리에서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이 회전수 부족 지적을 받았고, 트리플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에서는 중심축이 흔들리면서 손을 땅에 짚기까지 했다. 결국 안도 미키는 기술요소(이하 TES)에서 48.93점을 받는데 그쳤다.
그러나 프로그램 PCS에서 58.40점을 받아 점프실수들을 만회할 수 있었다. PCS는 피겨선수들의 예술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이지만, 선수 명성과 비례하는 측면도 부인하긴 어렵다.
안도 미키는 프리 안무에서 설화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나올법한 신비롭고 개성 있는 몸동작을 보여줘 홈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동작과 동작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움직임 또한 속도감이 부족하고 표정은 어색했다는 게 피겨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승은 안도 미키가 차지했지만, 관중의 눈을 즐겁게 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러시아의 레오노바는 안무가 활기찼고, 속도감이 있었으며 표정연기도 자연스럽고 다채로웠다.
특히 레오노바는 김연아처럼 피겨를 진정 즐긴다는 느낌을 줬다.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아는 선수였다. 빠른 스핀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해맑은 표정을 잃지 않았고, 항상 미소를 머금고 관객과 하나가 되는 피겨연기를 펼쳤다. 손짓 하나하나마다 피겨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점프기술들은 김연아처럼 높거나 정밀한 맛은 아니었지만, 힘과 속도가 실렸다. 프로그램 전체구성에서는 얌체 공을 보는 듯 돌발움직임이 많았고, 이 같은 돌발움직임이 조용하던 관객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레오노바의 PCS 점수는 51.44으로 안도 미키(58.40)보다 7점이나 낮았다. 또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미국의 애슐리 와그너(53.84), 입상권에 들지 못한 핀란드의 라우라 레피스토(53.60), 일본의 나카노 유카리(53.92) 보다도 점수가 낮았다.
이는 ‘시니어 데뷔 2년차’ 레오노바의 명성이 세계피겨 선두권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 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연아도 거쳤던 피겨신인들의 통과의례(?)인 셈이다.
레오노바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세계피겨 유망주다. 김연아 이후 세계 피겨를 이끌어 갈 잠재력 가득한 선수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피겨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피겨 초보 관객조차 레오노바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냥 신이 난다.
안도 미키가 이번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웅장한 선율에 맞춰 진지한 연기를 펼쳤다면, 레오노바는 가라앉은 관객을 깨우는 발랄한 연기로 피겨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무엇보다 레오노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김연아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안=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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