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의 벤치 클리어링은 불미스러운 사고 없이 종결됐지만, 이후 상황을 놓고 볼때 결과적으로 손해 본 쪽은 KIA였다.
KIA 서재응과 SK 정근우의 말다툼에서 시작된 벤치 클리어링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19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SK가 4-0으로 앞서가던 4회말 2사후 정근우가 투수 앞으로 가는 강습 땅볼을 쳤고, 서재응이 이를 잡아 1루에 송구하는 과정에서 둘 간의 언쟁이 벌어진 게 발단이 됐다.
1루로 뛰어가던 정근우가 송구 동작이 늦었던 서재응을 계속 쳐다보자, 이에 서재응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에 정근우도 ´왜요´하며 불쾌한 표정으로 맞대응하며 상황이 커졌다.
둘이 얼굴을 맞대고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오는 벤치 클리어링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타구를 잡는 과정에서 손에 통증이 와 1루 송구가 늦어졌다고 해명한 서재응은 정근우가 1루로 가는데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계속 힐끔힐끔 노려보는데 발끈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근우 측은 서재응이 땅볼타구를 잡고도 1루로 송구하는 게 늦어져서 쳐다본 것일 뿐, 다른 의미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재응의 과잉 반응이었을까, 정근우의 도발이었을까. 양측의 해명이야 어찌됐든, 이번 사건은 둘의 묵은 감정과 선입견이 빚어낸 해프닝에 가깝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난 9월 경기 도중 빈볼시비로 한 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다행히 이날의 벤치 클리어링은 불미스러운 사고 없이 종결됐지만, 이후 상황을 놓고 볼때 결과적으로 손해 본 쪽은 KIA였다. 서재응은 정근우와의 언쟁 이후 눈에 띄게 평정심을 잃고 투구내용이 급격히 나빠졌다.
급기야 5회에는 무사만루 위기에서 최정과 정상호에게 연이어 몸에 맞는 공을 던지며 2점을 헌납하고 강판됐다. 후속 투수 한기주가 내준 실점도 고스란히 서재응의 자책점으로 이어졌다. 5회에 이미 0-8로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KIA는 결국 추격의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KIA가 후반 뒤늦게 타선이 터져 추격전을 펼친 것을 감안할 때, 서재응이 무너진 것은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의 흐름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이 되고 말았다. 서재응으로서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였는지 몰라도, 냉정함을 잃은 것은 오히려 자신뿐만 아니라 팀에 독이 된 셈이다.
SK로서는 오히려 벤치 클리어링으로까지 이어진 이날의 상황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지난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당시도 SK는 먼저 2연패 당하며 벼랑 끝에 내몰렸지만, 3차전에서 기사회생하며 흐름을 뒤집었다.
특히, 3차전에서 양 팀의 벤치 클리어링 상황이 벌어진 것이 결과적으로 SK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된 반면, 두산에게는 평정심을 잃고 스스로 무너지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를 치르며 SK 선수단이나 프런트는 내심 2007년을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포츠에서 기싸움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요소로 때로는 볼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기싸움이든 평정심을 먼저 잃는 쪽이 진다는 사실이다.[데일리안 = 이경현 객원기자]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