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파괴’ 한국시리즈…내재된 변수에 촉각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09.10.16 23:25  수정

이종범 결승 적시타 5-3 역전승

2차전 변수는 바로 광주구장

1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KIA가 첫 경기부터 짜릿한 역전승, 명가재건의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KIA는 16일 광주구장서 벌어진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3-3으로 맞선 8회말 이종범 결승타에 힘입어 5-3 승리를 거뒀다.

SK는 3회와 4회, 각각 박재홍과 박정권의 적시타로 기선을 제압했고, 선발 카도쿠라가 5이닝동안 1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믿었던 불펜이 연달아 무너지며 아쉽게 역전패했다.

2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된 윤석민(왼쪽)과 송은범이 현재 컨디션도 2차전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너진 벌떼 불펜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

SK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 이어 1차전에서도 데이터에 기반을 둔 선수기용을 펼쳤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김성근 감독이 이번 한국시리즈의 키 플레이어로 지목한 고효준은 선발 카도쿠라에 이어 6회 등판했지만, 첫 타자 이용규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어 김원섭과 대타 나지완을 처리하며 이닝을 끝내는 듯했지만, 최희섭과 김상현에 대한 부담감은 생각보다 컸다. 큰 것을 맞지 않으려는 고효준은 도망가는 피칭을 펼치다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윤길현에게 2사 만루의 위기를 넘기고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우완 셋업맨 윤길현은 올 시즌 KIA전 8.1이닝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16으로 강했지만, 이날 경기의 히어로 이종범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데이터의 파괴는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던 8회에도 계속됐다.

이승호가 1사 후 최희섭에게 볼넷을 내주자 김성근 감독은 김상현을 막기 위해 곧바로 마무리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상현은 올 시즌 정대현에게 2타수 무안타였고, 정대현 역시 KIA를 상대로 평균자책점 0.00의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김상현은 정대현의 바깥쪽 변화구를 결대로 밀어 우익수 앞 안타를 만들어낸 뒤 2루 도루까지 감행, 1사 2,3루의 기회를 이종범에게 연결시켰다.

그리고 이종범은 지난 2007년 4월 17일 이후 무려 2년 6개월 만에 정대현에게 안타를 뽑아내며 팀의 정신적 지주다운 활약을 펼쳤다. 이종범은 최근 3년간 정대현에게 10타수 1안타로 꽁꽁 묶여있었다.

뿐만 아니라 KIA는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발이 느린 선수들로 인해 작전 수행에 있어 애를 먹을 것이라는 지적을 들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발이 느린 최희섭은 6회 고효준의 폭투로 2루까지 진루해 센스 있는 주루플레이를 선보였고, 김상현 역시 이종범 타석 때 깜짝 도루로 SK 마운드를 흔들었다. 여기에 이용규 역시 7회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를 훔쳐 톱타자로서의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반면, SK는 특유의 기동력이 살아나지 못했다. 1회 3루수 실책으로 선두타자 박재홍이 출루했지만 ‘런&히트’ 작전이 걸린 상황에서 2루로 뛰다 포수 김상훈에게 잡혀 기회를 날렸다. KIA 포수 김상훈은 올 시즌 도루 저지율이 0.228로 리그 최하위 수준이었지만, 박재홍을 잡아내며 1회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2차전 선발 윤석민과 송은범의 올 시즌 성적(괄호 안은 선발 등판 횟수).


산만한 2차전 ‘집중력 절실’

12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맞게 된 광주구장은 내내 축제 분위기였다.

경기 초반 SK에 주도권을 내줬어도 KIA 팬들의 응원은 그칠 줄 몰랐고, 6회와 8회 이종범의 적시타가 터졌을 때는 경기장이 무너질 듯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응원문화가 가장 뜨거운 것으로 알려진 롯데보다도 더욱 열정적인 응원이었다.

그리고 2차전이 분위기가 산만한 낮 경기로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KIA 팬들의 응원은 집중력을 떨어뜨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KIA는 3루수 김상현이 1회 강습타구를 더듬다 실책을 저질러 취약한 수비를 고스란히 노출했고, 베테랑 이종범도 명성에 걸맞지 않은 에러를 범했다.

게다가 광주구장은 프로야구 야구장 가운데 가장 낙후된 시설로 늘 지적을 받아 왔다. 인조잔디임에도 고르지 못한 그라운드 때문에 불규칙 바운드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가 하면, 안전을 보장해줘야 할 외야 펜스는 야수들에겐 살인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SK 안방마님 박경완이 이곳 광주구장에서 아킬레스가 파열됐고, KIA 외야수 이용규도 펜스에 부딪혀 큰 부상을 입은 바 있다. 1차전에서는 크게 노출되지 않았지만 실책과 선수들의 부상 등 승부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내재되어 있는 곳이 광주구장이다.

일단 KIA는 1차전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할 확률은 80.7%(21회)다. 게다가 2000년 이후 9년간은 2번을 제외하고 모두 홈팀이 1차전 승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예외의 2번이 바로 지난 2년간 우승을 차지한 SK라는 점에서 마냥 마음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또한 2차전 선발로 예고된 윤석민과 송은범이 현재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 조기에 무너져 불펜 대결로 갈 경우, 승부는 더욱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1차전에서는 타선의 집중력이 발휘된 KIA가 실책 2개를 범하고도 승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SK 타자들 역시 정상호의 홈런을 포함해 플레이오프 MVP 박정권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여전한 타격감을 자랑하는 등 ‘지뢰밭 타선’의 기세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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