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vs 조범현´ 30년 사제인연 덮고 총부리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09.10.15 18:08  수정

[한국시리즈]사제 간 대결로도 주목

KIA 로페즈-SK 카도쿠라 1차전 선발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KIA 타이거즈와 2패 뒤 기적 같은 3연승으로 광주행 티켓을 거머쥔 SK 와이번스가 올해 프로야구 패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친다.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맞붙는 두 팀의 대결은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SK 김성근(67) 감독과 KIA 조범현(49) 감독의 사제 간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다.

김성근 감독은 14일 광주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조 감독이 고교 1학년일 때 만났는데 당시 이런 자리에서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지도자로서 뿌듯하고 보람된다”는 말로 제자를 격려했다.

조범현 감독 역시 “선수시절부터 밑에서 많은 공부를 했다. 이런 큰 무대에서 만난다는 게 또 다른 공부가 될 것 같고, 감독님이 봐주시지 않을까 기대해본다”며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30년간 사제간의 인연을 이어온 김성근 감독과 조범현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피할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펼친다.


조범현 감독은 충암고 재학시절 김성근 감독을 은사로 모셨고, 프로에 데뷔해서는 82년부터 88년까지 7년간 OB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1996년 쌍방울 감독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은 곧바로 애제자를 배터리 코치로 데려왔고, 둘은 한국 최고의 포수 박경완을 빚어냈다.

이후 조범현 감독은 삼성의 배터리 코치를 거친 뒤, 2003시즌부터 SK 사령탑 자리에 올라 현재 SK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조련했다.

조 감독은 4년간 약체로 평가받던 팀을 두 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고, 특히 부임 첫 해였던 2003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공을 세웠다.

2006시즌을 끝으로 SK 유니폼을 스스로 벗은 조범현 감독은 본격적으로 ‘스포테인먼트’ 기치를 내건 팀을 위해 자신의 평생 스승인 김성근 감독을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 역시 몸은 떨어져 있어도 제자사랑만큼은 변함없었다.

지난 시즌 KIA 감독 자리에 오른 조범현 감독이 기대 이하의 팀 성적으로 골머리를 앓자, 김성근 감독은 주위 코칭스태프들에게 “누가 광주로 내려가 조 감독을 도와줘야겠어”라는 말을 남기는 등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야수 부족문제를 겪고 있던 조범현 감독은 김성근 감독에게 트레이드를 요청, 전병두-김연훈을 내주고 채종범-이성우-김형철을 받아오는 2:3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물론 당시 트레이드는 전병두가 올 시즌 괄목한 성장을 이뤘고, 김연훈도 백업내야수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어 결과적으로 조범현 감독이 최악의 수를 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두 감독의 인연이 남다르지 않았다면 결코 성사될 수 없던 트레이드였다.

KIA-SK 올 시즌 팀 성적.


스승과 제자, 피할 수 없는 한판승부

김성근 감독은 지난 80년대 후반 해태 타이거즈만이 밟아본 ‘한국시리즈 3연패’ 고지에 도전한다.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올 시즌 우승을 차지해 3연패 위업을 달성하면 그야말로 ‘SK 왕조’를 세우게 된다. 2000년대 들어 최강 전력이라 평가받던 현대와 삼성도 2연속 우승에 그쳤을 뿐이었다.

반면, 조범현 감독을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타이거즈 왕조’의 재건을 부르짖고 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팀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김상현이라는 깜짝 스타의 이적과 ‘구로펀치’ 구톰슨-로페스 등 막강 선발진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8월 한 달 간 폭발적인 상승세로 20승 4패의 월간 최다승 기록을 세운 KIA는 단 한 번도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는 기염을 토했다.

일단 두 감독의 스타일은 철저히 자료에 기반을 둔 ‘데이터 야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특히 김성근 감독은 ‘감(感)’보다는 상대 타자 또는 투수에 따라 맞춤형 선수를 내보내는 작전을 편다. 반면, 조범현 감독은 SK 감독 시절 스승의 야구를 답습했지만, ‘데이터 야구’를 기본으로 한 변형된 스타일을 점차 구사하고 있다.

조 감독의 이러한 변신은 지난 시즌 KIA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부터다. 지난 시즌 초 KIA의 성적이 또다시 하위권으로 처지자 조범현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조금씩 바꿔가기 시작했다.

상황마다 작전을 걸기 보다는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횟수가 늘어났고, 불펜 중심의 투수운용에서 벗어나 선발진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타자들에게 경기 초반 번트 시도를 줄이는 대신 보다 공격적인 자세로 덤벼들 것을 주문했다.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스승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랐다. 각 포지션의 경쟁 시스템을 통해 선수들이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했고, 근성을 발휘하지 못한 선수는 가차 없이 2군으로 내려 보냈다.

그러다보니 선수들 역시 점차 승부근성과 끈끈한 동료애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올 시즌 정규시즌 1위라는 값진 결실을 맺게 됐다.

이제 스승과 제자는 서로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잠시 접고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눠야하는 상황이다. 조범현 감독은 예상대로 1차전 선발을 로페즈로 예고했고, SK는 비로 취소된 5차전에서 선발로 잠깐 등판한 카도쿠라를 올린다.

승자에게는 찬사가, 패자에게는 쓸쓸한 뒷모습만이 기억될 뿐이다. 30년 사제 인연의 포스트시즌 첫 맞대결에서 누가 먼저 미소를 지을지, 16일 광주구장서 열리는 2009 한국시리즈 1차전이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어당기고 있다.[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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