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철승, 박원순 성희롱 결과 악의적 편집해 피해자 비방"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11.07 12:36  수정 2026.11.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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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쪽 판결문 보니…"고인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

직원들 방조 판단 근거로 "피해 호소 없었다" 주장

같은 결정문 속 성희롱 인정 근거는 게시글서 생략

정철승 변호사.ⓒ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4-2부(재판장 성지용)는 지난달 30일 정철승 변호사의 명예훼손 등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정 변호사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중 일부만 골라 피해자를 비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데일리안이 확보한 52쪽 분량의 정 변호사 항소심 판결문에는 소셜미디어 게시글과 인권위 결정문을 대조한 구체적인 판단 근거 등이 담겼다. 정 변호사는 결정문을 요약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 호소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생략한 점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성희롱 의혹을 직권조사해 일부 언동을 성희롱으로 인정하고 서울시 등에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조치를 권고했다. 정 변호사는 유족을 대리해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맡았다.


정 변호사는 2021년 소셜미디어에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고 허위사실을 게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성폭력처벌법상 비밀준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이 적용됐다. 게시글에는 피해자로부터 성고충 호소를 들었던 시장실 직원이 없었다는 주장이 포함됐다.


정 변호사는 재판에서 직원들이 피해자의 말을 '자랑'이나 '걱정' 또는 별일 아닌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인권위 결정문에 나온 내용을 요약한 만큼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정철승 변호사가 2021년 8월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 관련 사실관계 2' 게시글 일부. 현재 해당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정 변호사가 인용한 부분은 결정문의 '박 시장 성희롱에 대한 묵인·방조 여부' 항목이었다. 인권위는 일부 직원들이 피해자의 호소를 들었지만 이를 성고충으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비밀을 지켜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사정 등을 들어 묵인·방조를 인정할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피해 호소가 있었는지가 아니라 직원들이 성희롱을 알고도 방치하거나 도왔는지를 따진 대목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전한 내용이 객관적으로 성고충 호소에 해당하는지와 직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지위와 직장 내 권력관계를 고려해 감정과 표현을 절제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직원들 역시 묵인·방조 책임을 질 수 있는 처지여서 당시 인식한 상황을 축소해 진술했을 수 있다고 봤다.


같은 결정문의 '박 시장에 의한 성희롱 여부' 항목에는 피해 호소를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이 성희롱 인정 근거 중 하나로 제시돼 있었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가 이러한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피해 호소를 들은 직원이 없었다고 단정한 점을 지적했다.


정 변호사의 소송대리인 지위도 비방 목적을 인정한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관련 행정소송을 맡은 정 변호사가 인권위 결정 내용을 충분히 알고 이해했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도 결정문 내용 중 "일부만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파급력이 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허위사실을 게시했다"고 질타했다. 일반 독자들은 해당 소송을 맡은 변호사의 글이라 더욱 신뢰했을 것이고 정 변호사도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보호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알리기 위한 글이었다는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가 단편적인 정보를 추출해 고인에게 유리하도록 사실을 왜곡하고 가해 사실을 축소하거나 부정하기 위해 게시글을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이 사건과 후배 변호사 강제추행 사건을 병합 심리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정 변호사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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