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제추행' 정철승의 말 바꾸기…법원서 안 통한 이유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11.06 11:22  수정 2026.11.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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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에서 과자 부스러기로…法 "합리적 이유 없어"

판사 말 자른 정철승, 판결서 열람·복사 제한 신청도

피해자 측 "감추면서 사법피해자 주장…선동 목적"

정철승 변호사가 1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더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녹취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05.01ⓒ연합뉴스

처음에는 와인잔을 치우려고 손을 뻗었다고 했다. 법정에서는 옷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떼어줬을 수 있지만 가슴에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에선 부스러기를 떼어주려다 실수로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후배 변호사 강제추행 등 혐의로 법정구속된 정철승 변호사의 해명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달라졌다.


6일 데일리안이 입수한 52쪽 분량의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2부(재판장 성지용)는 정 변호사의 진술 번복에 "합리적인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 측이 제출한 폐쇄회로(CC)TV 감정 결과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배척하면서 피해자 진술과 대조해 정 변호사의 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정 변호사는 2023년 3월 서울 시내 와인바에서 처음 만난 후배 변호사를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 앞에 놓인 와인잔을 치워주려고 손을 뻗었다고 진술했다. 1심에서는 옷에 묻은 부스러기를 떼어줬을 수 있지만 가슴에 접촉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에서는 가슴 위 과자 부스러기를 떼어주려다 실수로 접촉했다고 했다. 이후 대한영상분석감정원의 감정서를 제출하면서 피해자의 팔 위쪽 부위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떼어주려던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손을 당긴 사실도 인정했다가 부인했다. 재판부는 "진술 번복에 대하여는 합리적인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며 정 변호사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라고 내세웠던 CCTV 감정 결과도 유죄 판단을 뒤집지 못했다. 정 변호사 측은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새 감정서를 제출했고 지난 8월 예정됐던 선고는 변론이 재개되면서 미뤄졌다. 당시 정 변호사는 지지자들에게 "변론재개 사유가 나에게 유리한 증거를 받아달라는 것이었던 만큼 재개 결정 자체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 측이 제출한 감정서는 CCTV를 시간대별로 분석하고 3D 시뮬레이션으로 동작을 재현했다. 재판부는 재현 결과가 실제 동작과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그 내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사적인 감정 결과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감정서에는 피해자의 가슴을 '수초 동안' 누르거나 손을 '강제로' 당기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겼다고 단정할 영상 근거도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공소사실에 이같은 조건이 붙어 있지 않다며 추행을 부정한 감정 결과를 두고 "그 전제가 잘못되었을 뿐더러 판단의 근거도 그다지 명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CCTV 속 구체적인 움직임이 피해자 진술은 뒷받침한다고 봤다. 정 변호사는 피해자가 대화를 나누려고 스스로 가까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상에서는 정 변호사의 손이 피해자의 허리와 등 부분에 놓인 다음 피해자의 허리가 정 변호사 쪽으로 이동했다. 재판부는 대화를 위해 다가갔다면 통상 얼굴 쪽으로 몸을 기울였을 것이라고 짚었다.


피해자가 손을 내민 장면도 추행을 부정할 근거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몸을 뒤로 빼며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정 변호사가 거듭 요구해 마지못해 손을 내민 경위 등을 들었다. 일정 수준의 신체 접촉을 용인했더라도 동의한 범위를 넘는 접촉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사흘 뒤인 2023년 3월 30일 정 변호사에게 문자메시지로 사과를 요구했다. 정 변호사는 "동영상을 보내주지 않으면 협박으로 간주하겠다. 장난질 치고 싶으면 한번 해보라"는 문자를 보내고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런 대응을 받은 뒤 정 변호사를 고소하게 된 경위가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처음부터 무고할 목적이었다면 사과를 요구하거나 지인들과 상의하는 과정 없이 곧바로 신고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변호사의 변호인은 지난 2일 재판부에 '형사 판결서 등 열람·복사 제한신청서'를 제출했다. 정 변호사가 선고 도중 재판장의 설명을 끊고 "기자들이 받아 적지 않느냐"고 항의한 지 사흘 만이다. 형사 판결서는 공개로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등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법정 요건에 따라 열람·복사가 제한될 수 있다.


피해자 측은 데일리안에 "본인이 무죄라고 생각하면 전문을 공개하면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게 맞다"며 "상세한 내용을 감추면서 자신은 사법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중을 선동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자인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강제추행은 유죄로 인정했으나 추행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와 상해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치상 부분은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정 변호사 측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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