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신천지 의혹 조사 결과 보고 없어
친청계 "입당 시점, 명부 등 명확히 밝히라"
"의혹 실체가 없다 보니 보고할 게 없을 것"
지도부 "당 흔들지 말고 지켜봐달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0월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민수 최고위원(왼쪽)의 '신천지 개입 의혹' 관련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신천지 집단 입당 의혹'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조사 결과 공개를 미루고 있다. 친청(친정청래)계 인사들이 연일 의혹의 실체와 근거를 공개하라고 압박했지만, 27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관련 조사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나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친청계에서는 의혹을 제기한 김민석 대표가 직접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당 지도부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김건희 여사 관련 현안 등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당내 문제까지 논의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후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조 대법원장 국정조사 추진과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최근 당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된 신천지 의혹은 정식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으며, 조사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 직후 만난 한 초선 의원은 "신천지 의혹에 대해 최고위 차원의 보고가 있었냐, 없었냐를 물어보는 정도만 나왔다"며 "신천지 의혹에 대한 언급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하나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진행하자는 것과 김건희 여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강력 조치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신천지 의혹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친청계에서는 조사 결과 공개를 미루는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한민수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제기한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한 최고위원은 "신천지 교인들이 반명 분열주의자들과 손을 잡고 비밀리에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가입을 했는지, 입당 시점은 언제인지, 전대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신천지 교인 몇 명인지, 우리 당 당원과 비교한 신천지 교인의 명부 작성 시기는 언제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 최고위원은 지난 25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협박 멈추고 '반·분·신(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의 근거를 밝혀라"라고 압박했다. 정청래 전 대표 역시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조사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 된다"며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있는대로 조치하면 된다. 싸우지 말라. 있는대로 공개하라"고 적었다. 최민희 최고위원도 조사 결과와 데이터 출처, 입당 시기 등을 공개하고 3자 비밀연합의 근거가 있다면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친청계 한 의원은 의총에서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배경으로 지도부의 조사 결과 미보고를 지목했다. 이 의원은 "(최고위에) 신천지 관련 보고가 없었다 보니 의원총회에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며 "제 입장은 당을 갈라지게 하지 말고 조사 결과가 있다면 하루 빨리 국민께 공개해 의혹 한 점 남기지 말고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 보고도 미루고 국민께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며 의혹의 실체가 불분명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
한 친청계 관계자도 조사 결과 공개 지연을 문제 삼았다. 이 관계자는 "최고위에 보고된 내용이 없으니 의원총회에서도 따로 공식 보고할 게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친청계 입장에선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다 보니 명확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신천지 의혹이 실체가 없다면 그건 명백한 폭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의 의혹 제기 자체가 당내 갈등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건을 본인이 언급하고 그에 대해서 공방을 벌이면서 스스로 이슈를 키운 것 아니냐"며 "김 대표의 의제 관리 능력이나 리더십이 부족한 게 절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체가 없는 의혹을 정적 죽이기라는 의도로 꺼내든 김 대표 입장에서도 현재 상황은 진퇴양난"이라며 "지지율이라도 회복돼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텐데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조사 결과 공개가 늦어지는 데에는 정국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과 김 여사 등으로 정치 지형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굳이 당내 현안까지 안건으로 올릴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대표께서도 신천지 의혹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만큼 조만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의원들이 신천지 의혹을 갖고 당을 흔들고 있는데 지도부를 믿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을 제기했다. 당대표 취임 직후 박선원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당원 정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후 지도부는 TF 등을 통해 신천지 당원 가입 의혹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으며, 지난 14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관련 회의를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댓글 쓰기